에버랜드보다 비싸다…‘입장료 9만원’ 양평 산골 정원의 정체

경기도 양평 산골에 철학과 건축을 앞세운 메덩골정원이 완전체로 문을 열었다. 서울 한복판 홍릉숲은 33년 만에, 관악산 자락의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58년 만에 완전 개방했다. 셋 다 새로 열린 숲이지만 성격과 매력은 제각각이다. 수도권 숲 여행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야외 미술관 같은 고급 정원…메덩골정원

메덩골정원은 지난해 한국정원을 개장한 데 이어, 6월 2일 현대정원까지 공개하며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예부터 메꽃이 많아 ‘메덩골’이라 불리는 산골에 들어서서 메덩골정원이다. 메덩골정원의 전체 규모는 7만3000㎡(2만2000평)에 이른다. 실제 걸어보면 정원보다는 야외 미술관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땅을 통째로 뒤집어엎은 뒤 돌과 나무를 들여와 풍경을 새로 짰기 때문이다.
승효상, 이재연, 기욤 고스 드 고르, 마우리시오 페소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조경가가 참여해 바닥의 돌 조각 하나까지 계산하며 정원을 조성했다. 메덩골정원 류재용 대표의 “콘크리트로 시를 쓰는 과정”이었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현대정원의 ‘이데아’는 어른 키만 한 100개의 스테인리스 원기둥으로 플라톤의 사상을 입체화한 공간이고, 지름 35m의 원형 공간 ‘여정’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얻었단다. 갓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놓인 ‘선비의 나라’, 겹겹의 화단과 삼각의 건축물로 파도 위 거북선을 표현한 ‘불굴의 정신’도 있다.
류 대표는 “철학적 사유와 대한민국 이야기를 담은 프랑스 감성의 정원”이라고 말했다. 눈앞의 볼거리 그 자체보다 나의 감정과 해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정원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버들치와 산천어가 노니는 연못 ‘용반연’에는 정자가 곁들어져 여름날 쉬어가기 좋다. 안쪽의 ‘선곡서원’은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이 모티브다. 콘크리트로 세운 누각을 보면 병산서원의 만대루가 자연스럽게 겹쳐 떠오른다. 내장산 일대 단풍나무를 옮겨 심은 숲과 25t 트럭 300대 분량의 돌로 낸 냇가도 있다.
공간마다 의미를 붙여놨지만, 굳이 해독하지 않아도 된다. 그 자체로 포토제닉한 공간이 많다. 누군가는 철학을 읽고, 누군가는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 메덩골정원 가장 높은 곳에는 니체의 철학 용어 ‘위버멘쉬(Übermensch·초인)’에서 이름을 딴 레스토랑 ‘위버하우스’가 자리한다. 지붕 위로 기둥 16개가 솟은 기묘한 건물로, 옥상에 오르면 현대정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메덩골정원은 호불호가 분명한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비싸고, 낯설고, 때로는 과잉 해석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단번에 소비되는 정원이 아니라, 오래 곱씹게 만드는 정원인 건 분명해 보인다. 공간 하나하나의 의도와 해설이 궁금하다면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도슨트 투어를 듣는 게 좋겠다.
명성황후 능터에서 수목원으로…서울 홍릉숲

1993년부터 주말에만 관람을 허용해왔으나, 지난 3월 전면 개방에 들어갔다. 입장료는 물론이고, 하루 세 차례의 숲해설 프로그램도 무료다.

이른바 ‘홍릉 8경’ 중 본관 뒤의 반송(5경)은 우산처럼 넓게 펴진 가지가 장관이다. 1892년에 심은 반송은 홍릉숲의 최고령 나무다. 제1 수목원에 있는 노블포플러(7경)도 명물이다. 지난해 38.97m까지 키가 자라,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38.8m)를 제치고 국내 최장신 나무로 등극했다. 숲 안에 홍릉 터와 고종이 다녀갔다는 우물이 남아 있다.

58년 만에 열렸다…서울대 안양수목원


요숙근초원에 볼거리가 많다. 노르웨이 베르겐 식물원을 비롯한 해외 식물원에서 들여온 식물을 모아둔 공간으로, 계피처럼 매콤한 향이 나는 디푸수스패랭이꽃, 전구 모양으로 꽃이 피는 타래양파 등 국내 보기 드문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습지식물원도 지금이 제철이다. 개연꽃과 수련, 꽃창포가 물가를 따라 올라와 여름 분위기를 낸다.

서울대 정문의 ‘샤’ 조형물의 축소판이 있는데, 어린이 동반 방문객 사이에서 ‘서울대 기 받는’ 포토존으로 통한단다. 산림치유·목공·숲해설 같은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 경쟁이 치열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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