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사랑해줄 정치인은 없다…말꾼 아닌 일꾼 뽑을 한 표

2026. 6.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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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가 본 6·3 지방선거


이번 지방선거가 생애 최초의 선거인 젊은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쓴다. 그들은 아직 젊은 만큼 마음이 말랑말랑하지 않겠나. 아니, 젊은 꼰대들도 넘치는 세상이니 젊다고 모두 말랑말랑하지는 않겠지. 그러나 마음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일부) 중장년층보다는 낫지 않겠나. 오로지 고집만 남은 (일부) 기성세대보다야 낫지 않겠나. 특정 정치인을 무조건 숭배하거나 혐오하는 상태는 아직 아니지 않겠나.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지 않겠나. 합당한 근거만 있다면 기꺼이 지지 대상을 바꿀 여유가 있지 않겠나. 적절한 이유만 있다면 기꺼이 생각을 바꿀 여지가 있지 않겠나. 왜냐하면 젊은이란 아직 모색 중인 사람이므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아직 모색 중인 사람이므로. 아직 고민 중인 사람이므로. 어떤 사람이 될지 아직 고민 중인 사람이므로.

젊은 시절에 할 두 가지 과업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 왜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냐고?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이 싫다고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려고 해 보라. 타인이 버겁다고 모든 관계를 거부해 보라. 결국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삭막한 사막에 버려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냐고?


“젊은이여, 달콤한 꿀통 아닌 함께 살아갈 정치인 뽑자”


정근영 디자이너
인간은 아무 일도 안 하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과로가 무섭다고 아무 일도 하지 말아 보라. 들숨과 날숨을 세면서 가만히 누워만 있어 보라. 조만간 미칠 듯한 권태가 정신을 갉아먹을 것이다. 인간은 남들과 더불어 살게 되어 있는 존재, 무엇인가 하면서 살게 되어 있는 존재다. 따라서 가능하면 젊었을 때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이 감당하기 벅찬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인가. 그것을 누가 대신 말해줄 수 있겠나. 자신이 찾아야지. 사람을 소개해 줄 수는 있어도, 대신 좋아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만 자기한테 잘해 주는 사람이 곧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머슴 혹은 하녀가 되어 줄 것 같은 사람이나 틈만 나면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 사람과 인생의 연인이나 반려, 혹은 동지나 지지자가 될 수 있을까. 그 안락함 때문에 자신의 능력은 퇴화되고 그 달콤함에 젖어 정신적 당뇨에 걸릴 것이다. 젊은이는 달콤한 꿀통이 아니라 견디고 싶은 고통을 찾아야 한다. 자신을 떠받들어 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꺼운 마음으로 봉사할 대상을 찾아야 한다. 즉, 자신이 기꺼이 견디고 싶은 고통을 찾아야 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선거철이 되면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 그 달콤하기만 한 말 때문에 사회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인가. 그것 역시 누가 대신 말해 줄 수 있겠나. 자신이 찾아야지. 일을 소개해 줄 수는 있어도, 대신 사랑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만 하기 쉬운 일이 곧 자기가 사랑하는 일일 거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이루어지는 일, 별 노력 없어도 주어지는 성과, 부모의 도움 덕분에 이루게 된 성취. 이런 것들이 평생 사랑할 만한 것들일까. 그 편안함 때문에 자신의 능력은 퇴화되고 그 편안함에 젖어 조금의 하중도 견디지 못하는 한심한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젊은이는 달콤한 꿀통이 아니라 견디고 싶은 고통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애쓰지 않아도 손쉽게 이루어질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꺼이 수고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즉, 자신이 기꺼이 견디고 싶은 고통을 찾아야 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손쉬운 일들만 하겠다는 사람이 진짜 일꾼일까.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어렵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이가 진짜 일꾼이다. 그저 편안함만 찾다가는 사회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수고로워도 기꺼이 봉사하고 싶은 일과 사람을 찾아야 한다. 힘들어도 좋아할 수 있는 일과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젊은이의 숙제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현실 파악이 되어야 한다. “저는 평생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에요!” 허허, 사람이 긍정적인 것까지는 좋은데, 머리통이 온통 꽃밭이어서는 곤란하다. 꽃밭뿐 아니라 지뢰밭도 널려 있는 게 이 세상이니까.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가다가 지뢰를 밟아 폭사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이 세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이가 좋은 생활인이요 유능한 정치인이다.

주변에 자신에게 잘해 주는 조력자들만 넘치면 자칫 현실 파악이 안 될 수 있다. 과보호에 절여진 나머지 세상을 너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다. 주변에 자신을 착취하려 드는 못된 이들만 있어도 자칫 현실 파악이 안 될 수 있다. 악의에 시달린 나머지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다. 세상이 어디 긍정적이기만 혹은 부정적이기만 하겠는가. 긍정과 부정이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비빔밥이 바로 현실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긍정 혹은 부정 일변도의 정치인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은 좋은 말만 내뱉는 사람이 아니라,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야 하는 사람이다. 현실 파악이 정교하고 철저할수록 좋은 결과를 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이 사회의 현실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났는가? 그러면 이제 주제 파악을 해야 한다. 자기 주제를 알아야 그 복잡한 현실 속에서 운신을 할 것이 아닌가. 주제 파악을 위해 자신에게 어떤 자원이 있는지 자문해 보라. 집에 돈이 많은가. 당신은 아마도 경제적 자원이 풍부하다. 가만히 있어도 플러팅이 만발하던가. 당신은 아마도 외모 자원이 풍부하다. 밤을 새워도 다음날 별 지장이 없는가. 당신은 아마도 체력적 자원이 풍부하다. 사교성이 뛰어난가. 사람을 사귀어라. 시험공부 머리가 좋은가. 시험을 쳐라. 자신이 확보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앞날을 개척해야 한다. 구변이 좋은가. 구변이 좋으면 가난해도 연애를 잘할 수 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자원을 잘 파악하고 운용할 수 있는 정치인이 성과를 낼 수 있다.

현실 파악과 주제 파악이 다 되었는가. 이 정도만 되어도 인생의 큰 난관은 피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자기가 (수고로움을 감수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고통을 감수할 정도로) 사랑하는 일을 하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돈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돈만 아는 존재도 아니다. 우리는 당장의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만, 당장의 현실에만 만족하는 존재도 아니다. 인간은 의미적 동물이기도 하다. 의미적 동물에게는 현실뿐 아니라 이상도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주고, 우리의 일상을 고양시켜 줄 의미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현실과 이상을 잘 결합한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상대를 악마화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의 풍부한 비전을 제시해 주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도 인생의 일부다. 우리는 가족, 친구, 동료와도 살아가야 하지만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인과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 정치인과 더불어 힘들어도 기꺼이 함께 매진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긍정할 수 있는 고통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저 달콤하기만 한 약속을 남발하는 정치인 대신, 힘들어도 기꺼이 긍정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진 사람에게 투표하자.

김영민 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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