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넘어 피지컬 AI로… 젠슨 황, ‘K-동맹’ 넓힌다

박선영 2026. 6. 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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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방한 4박 5일간 파격 행보
SK·LG·네이버와 ‘제2 깐부 회동’
로봇에 클라우드까지 협력망 확대
예능 출연·서울대 학생들과 소통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그리는 ‘K동맹’의 범위가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 중심이던 기존 협력망을 로봇과 클라우드 생태계까지 넓히고, 7개월여 만에 다시 찾는 한국에서 ‘제2의 깐부 회동’과 같은 파격 이벤트도 기획하며 한국과의 접점을 넓히는 모양새다.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행사는 엔비디아의 협력 구도 변화상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지난해 10월 ‘깐부 회동’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중심의 소규모 만남이었다면 이번 행사에는 반도체는 물론 로보틱스, 클라우드 전문 기업과 인공지능(AI) 스타트업까지 초청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별도로 만나 차세대 AI 메모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생성형 AI 다음 단계인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해 산업 현장 데이터가 풍부한 한국 기업과의 협력 전선을 전방위로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날 열린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행사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기념촬영하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특히 황 CEO는 한국의 로봇산업 역량에 주목했다. 그는 “로보틱스는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 분야”라며 “엔비디아도 한국의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추가 투자 및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로봇 분야는 피지컬 AI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산업으로 꼽힌다. AI가 학습한 알고리즘을 물리적 공간에서 구현하려면 임무를 수행할 로봇 하드웨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과의 연결고리도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일 엔비디아와 대규모언어모델(LLM)부터 피지컬 AI, AI 팩토리까지 포함하는 사업 협력 방안을 공식화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 서밋에서 이같이 밝히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단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자와 고객의 관계를 넘어 함께 AI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두산로보틱스와는 피지컬 AI 기반의 차세대 지능형 로봇 솔루션과 산업용 휴머노이드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하드웨어 제조 역량 외에 LG이노텍의 로봇용 핵심 센싱 부품 기술, LG CNS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등 로봇산업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갖춘 LG그룹 역시 유력한 파트너로 급부상한 상태다.


엔비디아의 동맹 구상은 4일 황 CEO의 한국 방문을 기점으로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황 CEO는 5일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회동 장소로는 서울 성수동의 삼겹살집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의선 회장도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인해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깐부 회동을 기획했던 황 CEO의 장녀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가 올해도 방한 준비를 총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6’ 기자간담회 도중 자사의 인공지능(AI) PC용 칩 ‘N1 X’가 탑재된 노트북에 사인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황 CEO는 AI 노트북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AFP연합뉴스


오는 7일에는 김택진 엔씨 대표와도 별도 회동을 갖고, 게임과 AI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지난해 10월 방한 당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등 한국 게임산업에도 각별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8일에는 경기도 성남 네이버 사옥 ‘1784’를 방문하는 일정을 타진 중이다. 자율주행 로봇과 클라우드 기반 로봇 제어 시스템, 디지털트윈 기술 등을 직접 둘러보는 과정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핵심 경영진과의 만남도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날 업스테이지, 노타, 베슬AI 등 국내 여러 AI·로봇 스타트업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황 CEO는 또 당일 서울대 AI 연구원과 로보틱스 연구소를 방문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황 CEO는 학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갖고 싶다는 뜻도 서울대 측에 전했다고 한다.

4박5일 일정으로 예상되는 방한 기간 틈틈이 대중 친화적 행보도 보일 전망이다. tvN은 이날 황 CEO와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황 CEO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 최초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 홈경기에 시구자로 나설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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