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 자봉 20명 중 주민은 1명"...한동훈 지지자들의 탈 많았던 선거전

박수림 2026. 6.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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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 열세 무소속 한 후보엔 천군만마... '자봉 쉼터' 유사 선거사무소 의혹·물리적 마찰 빚기도

[박수림, 복건우, 김보성 기자]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일, 무소속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기호 6번과 한 후보 얼굴로 만든 작은 손팻말을 들고 덕천동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보수재건을 외치는 한 후보가 북구갑에 뛰어들면서, 이곳에는 전국적 '팬덤'들이 대거 몰려든 상황이다.
ⓒ 김보성
"나는 정말로 내 뼈를 갈아 넣고 싶어요!"

90도로 허리 숙이며 인사하는 '흰색'이 부산 북갑에 북적대고 있다. 6.3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나선 한동훈 무소속 후보를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지지자들이 흰 모자와 흰옷을 입고 대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이들은 부산 구포시장과 덕천역 일대를 돌거나 길목을 지키며 "기호 6번 한동훈 부탁드립니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한 후보가 유세차를 타고 거리를 지날 때면 "어머나! 안녕하세요!"라며 웃어 보이거나 "좀 더 빨리 유세차를 따라 뛰어갈걸"이라고 하며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본투표를 하루 앞둔 2일 현재도 이곳에선 열 걸음마다 한 번꼴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들은 "한 후보 캠프로부터 어떤 지원이나 지시도 받지 않고 자발적인 유세에 나서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무소속인 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미치지 못하는 조직력의 열세를 만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선거전이 막바지로 갈 수록 각 후보들의 지지층 간 신경전도 가열되면서, 전국에서 모여든 '한동훈 자원봉사자들'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등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설치한 자원봉사자 쉼터가 유사 선거사무소라는 의혹을 받은데다, 위장전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치적 공방도 거세다.

'흰옷' 입은 지지자 20여 명에 물으니... 북갑 주민은 '1명'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일, 무소속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기호 6번과 한 후보 얼굴로 만든 작은 손팻말을 들고 덕천동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보수재건을 외치는 한 후보가 북구갑에 뛰어들면서, 이곳에는 전국적 '팬덤'들이 대거 몰려든 상황이다.
ⓒ 김보성
<오마이뉴스>가 지난 5월 26일부터 6월 2일까지 만난 20여 명의 한동훈 자원봉사자 중 북구갑 주민은 구포시장 상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단 1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서울, 경기, 인천과 부산 내 다른 지역에서 온 경우였다. "한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미국에서 왔다"는 지지자도 있었다.

TV 토론이 있던 지난달 28일 부산MBC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한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오늘 오전 9시 SRT를 타고 서울에서 왔다"며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기차가 30분 연착되기도 했다"고 사투리 없는 서울 말씨로 설명했다. 지난 1일 덕천역 지하에서 만난 70대 여성 자원봉사자는 "부산 사상구민이라 한 후보를 못 찍어주는 게 미안해서 봉사라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9일 구포시장 인근 횡단보도에서 만난 중년 여성들도 "인천과 서울에서 왔다"며 "(한 후보는) 전국에 지지자들이 많잖나. 전국에서 다 와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행 중 한 여성은 "저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5월 21일부터 (선거 당일까지) 계속 머문다"라며 "저희는 돈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활동을 가수 임영웅씨 콘서트에 빗대기도 했다.

"말하자면 임영웅이 콘서트 같은 거예요. 임영웅이가 우리한테 돈 줍니까? 우리가 우리 돈 써서 가잖아요. 스스로 피켓도 만들어서 가고. 그거랑 이게 똑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덕천역과 숙등역 사이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남성은 "들리는 얘기에는 대형 버스를 대절해서 온 사람들도 있다더라"고 말했다. 실제 한 후보 지지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한컷'이나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에는 차량 대절 관련 글과 인증 글이 여러 차례 올라온 바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거 자원봉사 활동이 "이 지역 경기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구포시장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여성 중 한 명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상인들도 매출이 올라간다. 고무적이잖나. 한 후보 지지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북갑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 선거사무소·위장전입 의혹에 민주당·국민의힘 총공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무소속 한동훈 후보 측 자원봉사자들의 쉼터로 지목된 덕천동의 한 사무실. 선관위 조사 이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 김보성
문제는 이들이 이 지역에서 한동훈 후보 지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할 수록 지지층간 갈등이 커지고, 법 위반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는 지지자들 대부분이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라, 이곳에 설치한 쉼터를 두고 불법 유사 선거사무소 운영 의혹이 불거졌다(관련 기사: 문 닫은 한동훈 자봉 쉼터... "흰옷 입고 왔다갔다, 기사 나오니 싹 비어" https://omn.kr/2ifqk).

대법원의 유사 선거사무소 판단 기준은 내부 조직의 형태와 컴퓨터 등 사무집기의 비치 상황, 실제 선거 관련 업무가 이뤄졌는지인데, 최근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에선 쉼터 내 대형 복사기 등이 설치된 정황이 제기됐다. 이에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이다.

또 이들이 1~2개월 머물 집을 구하기도 하면서 최근엔 위장전입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한 후보 지지자들이 주로 모여있는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비대위'라는 이름의 단체 대화방에서 "부산에 한 달 살면서 봉사하러 간다", "덕천 로터리 주변으로 원룸을 구하라" 등의 대화와 함께 '전입신고'라는 단어 등이 오고 간 정황이 드러나자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위장 전입'이 실제 이뤄진 것 아니냐고 공세를 펴고 있다.

최근 지역 유튜버들은 한 후보 지지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추정되는 주택 내·외부 영상을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주택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은 <오마이뉴스>에 "이 앞 주택에서 맨날 대여섯 명이 아침저녁으로 나갔다가 들어온다. 너무 눈에 띈다"라면서 "선거가 너무 과열되는 양상이라 보기가 싫다"고 말했다.

역시 이 주택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저번에 우리 부동산에도 남자 2명이 '한 달 살기 하러 왔다'면서 온 적이 있다"면서 "그래서 제가 '선거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어물어물하다 '다른 데 알아보겠다'며 갔다"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1일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부산시 선관위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민주당 "한동훈 지지자들 위장전입 시도 정황, 선관위 신고" https://omn.kr/2ih2u). 이튿날인 2일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선거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위장 전입을 했다면 이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관위와 수사당국은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이미 선관위에서 수사 의뢰를 했다고 하니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발끈한 한동훈 측 "집단 위장전입' 흑색선전으로 선거판 진흙탕 만들어"

▲ 한동훈 "흑색선전으로 발목 잡아도 앞으로 나아가겠다"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일 오후 부산 북구 덕천역 젊음의 거리에서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측의 위장전입 의혹 제기에 대해 "막판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흑색선전을 마구 던지는 것은 최근 선거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일이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 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일, 무소속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기호 6번과 한 후보 얼굴로 만든 작은 손팻말을 양손에 든 채 덕천동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옆으로는 박민식 후보 지지자가 2번 손팻말을 들고 경쟁적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 김보성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5월 26일 오후 부산 북구 구남역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자, 지지자들이 후보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하고 있다.
ⓒ 유성호
이같은 양당의 공세에 한 후보 측은 발끈했다. 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북구 갑 지역의 4월 말 18세 이상 인구는 11만 7559명으로, 직전 달인 3월 말의 11만 7601명에 비해 42명 감소했다. 5월 말 18세 이상 인구도 11만 7503명으로 전월 대비 56명 감소했다"라며 "패색이 짙어진 민주당이 뜬금없는 '집단 위장전입' 흑색선전으로 선거판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국민의힘 당권파들도 민주당에 합세하고 있어 안타깝다"라며 "민주당의 마타도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마치 쌍팔년도 선거를 보듯이 민주당이 커뮤니티에 떠도는 각종 마타도어를 선거 막판에 난사하고 있다"거 반박한 바 있다.

과열되는 선거운동에 경찰·주민들은 '한숨'

선거운동 후반부로 갈수록 지역 내 마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숙등역 앞에선 한 후보 지지 자원봉사자들과 길을 지나던 시민 간 말다툼이 생겼다. 한 여성 자원봉사자가 "기호 6번 한동훈"을 언급하며 투표를 호소하자, 길을 지나던 한 중년 남성은 "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휴대전화로 이 상황을 촬영했고, 이에 흥분한 남성은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동영상 삭제에 나섰다. 결국 현장엔 경찰 4명이 출동했다. 길을 지나던 다른 주민들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말투로 "별것도 아닌데 왜들 싸우고 그러냐", "저 아저씨(경찰)들도 바쁘니까 빨리 가라"며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상황이 일단락되고 <오마이뉴스>와 만난 경찰 관계자는 "이런 신고가 하루에도 엄청나게 들어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26일 덕천역 대합실에서도 흰옷을 입은 한 후보 지지자가 시민단체 1인 시위자에게 폭언을 가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한동훈 찍지 말자"에... 기호 6번 단 지지자 '음주행패' 논란 https://omn.kr/2idr9).

맞불 성격의 낙선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빨간 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 일부는 '배신자 퇴출', '한동훈 낙선'이라고 한 글자씩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포시장·덕천역 일대를 돌며 '낙선 운동'을 벌이고 있다(관련 기사: "한동훈 낙선!" 부산 구포시장 찾은 해병대 예비역들, 왜? https://omn.kr/2ig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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