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건강상태 알고도 은폐?…질 바이든 회고록에 美민주당 ‘부글’

미국 민주당이 부글거리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사진) 여사 때문이다. 바이든 여사는 2일(현지시간) 영부인 시절 기억을 담은 회고록 『이스트윙에서 바라본 풍경(View from the East Wing)』을 출간했다. 그런데 책 홍보 과정에서 2024년 대선 당시를 언급하며 민주당 지지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대선 토론에서 남편에게 뇌졸중이 온 것 같아 두려웠다고 밝히며 바이든의 건강 상태 은폐 의혹에 다시 불을 지폈다.

바이든 여사는 회고록 홍보를 위해 최근 미국 주요 언론과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NBC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에 출연해 회고록 출간이 민주당으로서는 잊고 싶은 2024년 대선 패배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며 “과거를 돌아보고 실수에서 배운다”고 답했다.
바이든의 뒤를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대선 패배 뒤 출간한 회고록에서 바이든의 대선 출마 결정이 “무모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그렇게 느꼈다면 (우리에게) 직접 말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여사의 발언은 지난달 31일 방송된 자신의 CBS 인터뷰 이후 민주당에서 일고 있는 비판 여론에 대한 대응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바이든 여사는 남편이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맙소사, 그에게 뇌졸중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죽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는 회고록에서도 “토론 직전 조(바이든)가 멍한 표정이었다. 점토로 빚은 인형 같았다”며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당시 혈액 검사를 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적었다.
바이든 건강상태 알면서도 거짓말 했나

당시 바이든 여사 역시 “남편의 토론 실력이 훌륭했다. 모든 질문에 답했다”고 밝히며 대선 완주를 주장했었는데, 실제론 바이든의 건강을 염려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바이든 여사는 1일 투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난 아내로서 남편을 격려해야만 했다”며 “지지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조, 당신 토론에서 정말 형편없었어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고 밝히며 대선 당시 거짓말을 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러한 바이든 여사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원들은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대선 패배로 민주당의 상황이 악화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장본인이면서도 당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책 홍보에만 나선다는 것이다.
궁지몰린 트럼프 도와주는 꼴…민주당 반발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CNN에 “바이든의 고령 논란을 겨우 극복하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를 궁지에 몰아넣은 이 시점에, (대선 패배) 상처를 다시 들춰낼 필요가 있는가”라며 바이든 여사를 비판했다. 트럼프가 이란 전쟁, 유가 급등 등으로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 바이든 여사의 말이 오히려 민주당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바이든 여사는 책 제목에 이스트윙을 넣은 이유로 트럼프를 들었다. 이스트윙은 백악관 내 대통령 배우자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트럼프는 최근 의회 승인 없이 이스트윙을 철거하고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을 건설 중이다. 바이든 여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스트윙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다”며 이곳의 철거를 애도하는 내용을 회고록에 상당 부분 넣었다고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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