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다더니…베스트셀러는 영화·유튜브·증시가 만들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개봉월 923% 급증
AI 관련서 1589종 출간
책이 다시 읽히고 있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정확히는 책이 팔리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점가를 움직인 것은 신간 마케팅만이 아니었다. 영화 개봉과 유튜브 추천, 증시 랠리와 인공지능(AI) 확산 같은 외부 이벤트가 책 판매를 끌어올렸다. 독자가 서점 안에서 책을 발견하기보다 콘텐츠 플랫폼과 사회 변화 속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책을 찾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종합독서율은 38.5%에 그쳤다. 독서 인구 감소세는 이어졌지만 특정 도서는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책 자체의 경쟁력이 갑자기 높아졌다기보다 영화, 유튜브, 증시, AI와 연결되며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진 결과다.
올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2021년 출간작으로, 영화 개봉 이후 판매가 급증하며 다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예스24 판매량 집계에서 개봉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923.4% 뛰었고 교보문고에서도 6주 연속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영화가 원작 소설 판매를 견인하는 '스크린셀러' 효과가 다시 확인됐다.
유튜브도 강력한 판매 채널로 부상했다.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이동진 영화평론가 추천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추천 직후 예스24 판매량은 전주 대비 약 14.9배 늘었고, 연말 추천이 이어지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과거 독자의 선택이 신문 서평과 출판사 마케팅에 좌우됐다면, 이제는 영상 콘텐츠와 플랫폼 알고리즘이 책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출판사들 역시 신간 홍보보다 책이 재조명될 접점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경제경영과 IT 분야에서는 시장 변화가 직접적인 판매 동력이 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 투자서 판매량은 예스24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77.8% 증가했다. 코스피 상승세와 개인투자자 유입이 맞물리면서 투자 관련 도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투자서는 시장에 새로 진입한 투자자들의 안내서 역할을 했다.

AI 관련 도서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에만 AI 관련 도서 1589종이 출간됐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 초기의 챗GPT 입문서 열풍이 지나간 뒤에는 제미나이, 클로드, 바이브코딩 등 구체적인 활용법을 다룬 실전형 도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 확산이 인문서 수요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 등 인간의 사고와 미래를 다룬 책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방법과 AI 시대 인간의 역할을 고민하는 수요가 동시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출판업계에서는 이제 베스트셀러의 조건이 달라졌다고 본다. 출간 직후 반짝 판매보다 영화와 플랫폼, 사회적 이슈와 기술 변화 속에서 책이 다시 호출되는 순간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책의 경쟁력은 내용뿐 아니라 독자를 다시 만나게 할 연결고리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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