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돌아왔다"…SK하이닉스와 시총 다시 벌어지는 이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한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시총 역전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최근 시장의 시선은 다시 삼성전자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핵심은 시장의 프레임 변화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반도체 장세의 중심은 사실상 SK하이닉스였다.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한 HBM 경쟁력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HBM3E와 HBM4 초기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앞서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시장에서는 'HBM은 하이닉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들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사이클이 HBM에만 머물지 않고 범용 D램과 낸드, 저전력 D램, 파운드리까지 확산된다면 최종 수혜자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밸류가 다시 부각되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HBM4에서 다시 엔비디아와 빅테크 공급망에 본격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했고, 여기에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 전망이 더해지며 재평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증권가 목표주가 상향 흐름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SK증권은 지난 1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1만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동희 연구원은 HBM 가격 인상과 장기공급계약(LTA), 구조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이익 추정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KB증권도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5만원에서 53만원으로 다시 올렸다.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진입할 수 있다고 봤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기존 블랙웰 대비 크게 확대되고, HBM 생산능력 증설이 범용 메모리 공급을 제약하면서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8만원에서 55만원으로 상향했다. 김영건 연구원은 실적 전망 자체보다 글로벌 메모리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상승을 반영했다.
마이크론과 키옥시아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 재평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적용 배수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눈높이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59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노무라는 메모리 반도체를 더 이상 전통적인 경기민감주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성장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8만원으로 제시하며 메모리 업황이 과거보다 더 높고 오래 지속되는 '하이어 포 롱거'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목표주가 35만원과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노조·파업 이슈에 따른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봤다.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가 삼성전자를 다시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SK하이닉스가 HBM 선도 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을 받았다면,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전체에 노출된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서다.
HBM뿐 아니라 범용 D램, 낸드, 저전력 D램,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까지 보유하고 있다.
AI 서버가 고도화될수록 니즈의 저변은 확대된다. GPU와 AI 가속기 주변에는 고성능 D램, 대용량 SSD, 패키징 기판, 파운드리 생산능력까지 동시에 필요하다.
이 영역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라는 것이 최근 재평가의 핵심이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상황이 악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빠른 속도로 주가가 급등했던 부담이 생겼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HBM 선점 효과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HBM4 추격과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HBM은 하이닉스'라는 단일 서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투자자들이 보는 것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전체의 크기와 지속 기간이다.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생산능력, 고객 기반이 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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