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자마자 400억 투자 받았다…연구자 창업에 몰리는 VC 돈

김대현 2026. 6. 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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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바이오 등 서울대·카이스트 출신 창업팀 집중
대기업 경력·논문·특허·국책과제 등 검증
플랫폼·커머스·콘텐츠는 초기 투자 '바늘구멍'

벤처투자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흐름이 강화되면서, 창업자의 연구 이력과 기술 검증 경험이 핵심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시장 위축 이후 벤처캐피털(VC)들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검증된 팀' 찾기에 집중하면서다.

2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The VC) 관계자는 "투자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금이 모든 기업에 고르게 공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딥테크 분야와 검증된 창업팀을 중심으로 자본이 집중되는 선별적 투자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100억 이상 초기 빅딜 급증…"선별 투자 강화"

특히 초기 투자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소수 기업에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100억원 이상 규모의 초기 단계 투자 건수는 총 3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자금액은 8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급증했다. 전체 초기 투자금액 가운데 75%가 100억원 이상 초기 빅딜에 집중된 셈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4월 AI·딥테크·블록체인, 제조·하드웨어, 헬스케어·바이오 등 세 가지 부문이 투자금액 기준 66.0%로 높은 비중을 가져갔다"고 분석했다. 투자 자금이 단순 서비스형 스타트업보다 기술 장벽과 연구개발 역량을 요구하는 분야로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 사례가 아스테로모프와 컨피그인텔리전스다. 두 회사는 모두 시드 단계 초기기업임에도 각각 4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아스테로모프는 생물학·화학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 아이디어와 과학적 가설을 제안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산업은행, 산은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창업자인 이민형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전략 프로젝트인 'K문샷'의 AI 과학자 미션 총괄책임자로도 위촉된 바 있다.

컨피그인텔리전스는 서민준 KAIST 김재철AI대학원 부교수가 미국과 한국을 기반으로 창업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스타트업이다. 최근 투자 유치 과정에는 삼성벤처투자와 현대차 제로원벤처스, LG테크놀로지벤처스, SK텔레콤아메리카 등 대기업 계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대거 참여했다.

"비딥테크 스타트업은 더 어려워질 수도"

이밖에 주요 투자 유치에 성공한 모빌린트도 KAIST에서 AI 반도체를 연구한 신동주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엑시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김진영 대표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을 거쳐 설립한 CXL 기반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 기업 수아랩을 창업해 미국 코그넥스에 매각했던 송기영 대표가 다시 창업한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이다.

회수시장 불확실성도 창업팀 검증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기술 난도가 높은 분야일수록 외부에서 사업성을 단기간에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창업자의 연구 성과와 대기업 근무 경험, 이전 창업과 엑시트 이력, 국가 연구과제 참여 여부 등이 투자사 내부 심사와 출자자(LP) 설득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반대로 플랫폼·커머스·콘텐츠 등 비딥테크 스타트업의 초기 자금 조달 환경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브이씨 관계자는 "시드 투자 단계에서는 전체 투자 건수의 43%가 AI·로보틱스 분야에 집중되며 기술 경쟁력이 검증된 기업 중심의 투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엘리트 연구자 '맨파워'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비딥테크 스타트업의 초기 자금 조달 환경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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