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짜 의사 맞나요?”…공정위 AI 광고 규제 첫발, 분산된 관리체계는 숙제

“이 사람 진짜 의사인가요, 아니면 AI인가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 전문가인지,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인물인지 확인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생성형 AI 기술 발달로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광고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정부도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체계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관련 규제가 여전히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을 개정해 1일부터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AI로 생성한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광고에는 ‘AI를 기반으로 생성된 가상인물이 포함된 게시물입니다’와 같은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가상 인물임을 표시했더라도 광고하는 내용이 사용 경험 등에 근거한 것처럼 표현되면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조치는 AI 광고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인터넷광고협회(IAB)가 지난해 7월 발간한 ‘2025 디지털 비디오 광고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광고주의 86%는 이미 생성형 AI를 광고 제작에 활용하고 있거나(51%) 도입을 준비 중(34%)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소 브랜드의 경우 올해 전체 광고의 40% 이상이 AI를 활용해 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국내에서도 서울우유 등 주요 브랜드들이 AI로 만든 가상 모델을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이번 개정을 계기로 AI 기반 광고에 대한 관리 체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광고주의 책임도 명확해질 수 있다. 단순히 가상인물이라는 사실을 표시하는 것만으로 면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AI 가상인물이 특정 상품을 직접 사용하거나 체험한 것처럼 소개했는데 실제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오인과 구매 왜곡이 인정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 광고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속도에 비해 관리 체계 정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광고에 활용되는 AI 생성물은 가상인물을 넘어 딥페이크 영상, AI 음성, 생성형 이미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심사지침은 AI 가상인물을 활용한 광고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유형의 AI 콘텐츠는 인공지능기본법, 정보통신망법 등 별도 법령에 따라 관리된다.
유형별로 적용 법령과 담당 부처가 달라 통합적인 기준과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AI 기술은 광고·전자상거래·정보통신망 등 여러 영역이 혼합돼 있다 보니 관련 역할도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며 “어느 한 부처가 총괄하는 상태가 아니라 정책·규제·모니터링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의 AI 생성물 규제가 뒤처져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미국에서는 AI로 생성한 유명인의 디지털 모사물을 광고·영화 등에 활용할 때 해당 콘텐츠의 생성·이용허락권, 즉 ‘디지털 모사권’을 신설하는 연방 법안이 발의됐다. 캘리포니아·뉴욕주 등 주(州) 차원에서도 관련 입법이 시행됐다. 유럽연합(EU)도 오는 8월까지 모든 AI 생성물에 관련 표시를 부착하도록 하는 규정을 확정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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