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되면 전임 사업 좌초” “오세훈, 한남 재개발 뭐 했나” [서울 르포]

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1일,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부동산 민심 잡기에 사력을 기울였다. 재개발·재건축 문제, 전·월세 가격 상승, 매물 실종 등 부동산 이슈에 서울 표심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양 캠프가 ‘서울 선거=부동산 선거’라는 공식에 승부를 건 상황이다. 두 후보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이날 하루를 12개 일정으로 꽉 채우고 가는 곳마다 주택 관련 이야기를 했다.

정 후보는 오전 7시 30분 서울역 기자회견장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당선 되면 즉시 정부와 부동산 공급 문제를 협력하겠다”며 내년까지 8만7000호를 공급하는 주택 공급 대책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특히 반포, 압구정, 성수에 걸친 재건축·재개발 현안인 덮개공원 문제를 정부와 협력해 바로 해결해 나가겠다”며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민간 아파트 공급도 있어야 하고, 공공주택과 공공아파트 공급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정 후보는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용산구 등 이른바 ‘부동산 상급지’를 오가며 아파트 조합장 등 재건축 관계자들과 연쇄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부터 ‘48시간 사생결단 유세’에 돌입한 오세훈 후보는 전·월세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성북·중랑·노원·도봉구 등 강북 지역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오 후보는 가는 곳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참사”를 부각하며 “지나친 실거주 강요와 대출 제한, 세금 중과 예고 때문에 전·월세 물량은 감소하고 (주택) 가격은 끝없이 올랐다”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 후보를 향해서는 “정부에 코드 맞추느라 열중할 수 밖에 없는 준임명직 허수아비”라고 날을 세웠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시내 전·월세 매물은 지난해 6월 대비 성북구(-74.9%), 중랑구(-74.8%) 등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오 후보의 저녁 유세 장소는 재임 기간 동안 117곳의 재건축을 승인한 강남권이었다.
양 캠프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부동산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승부처로 꼽고 있다. 이들 4개 지역의 유권자수는 156만9748명으로 서울 전체(831만9134명)의 18.86%다. 이중 강남3구는 특히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박원순·김문수 후보가 맞붙었던 2018년 지방선거 땐 박 후보가, 오세훈·박영선 후보가 경쟁한 2021년 보궐선거와 오세훈·송영길 후보와 겨뤘던 2022년 지방선거 땐 오 후보가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이겼다.

현장에서 만난 이 지역의 주민들은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두고 시장에 미칠 효과와 개인적 득실을 꼼꼼히 따져보는 모습이었다. 보수 지지층에선 선거 후 정부의 보유세 인상이나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송파구 내 재건축 단지인 장미아파트에서 만난 김창배(70)씨는 “오 후보 재임 시절 재건축이 승인됐기 때문에 연임을 해야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정 후보가 되면 전임 시장이 추진한 사업을 다 좌초시킬까 우려된다”고 했다. 서초구 양재동에 거주하는 장민성(73)씨도 “이재명 대통령이 꺼낸 1주택자 장특공제 폐지 문제는 시장을 완전히 왜곡하는 정책이 아니냐”고 말했다.

부동산 실정의 원인을 4선 시장인 오 후보에게 돌리는 시민들도 적잖았다. 용산구 한남동에 거주하는 이신애(74)씨는 “오 후보를 찍어줬는데 한남동 재개발 사업이 진척된 게 없다”고 했다. 대치동 주민인 최재형(45)씨는 “오 후보가 부동산 정책 적임자라 말하지만 불과 1년 전 강남구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인데 어떻게 신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6~27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 이뤄진 복수의 여론조사(무선전화면접)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들쭉날쭉했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두 후보가 39%로 동률이었지만,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선 정 후보 46%, 오 후보 38%로 오차범위(±3.5%포인트) 밖 격차였다.

오 후보는 최근 삼성역 GTX 철근 누락 사태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안전 이슈에서 위기를 맞았고, 정 후보는 전날 양천구 목동 유세 현장에서 우형찬 민주당 양천구청장 후보가 아기를 향해 “(정 후보에게) 뽀뽀 한 번”이라고 말한 게 논란이 확산돼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심이 끝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남은 하루 동안 누구든지 돌출 악재가 불거지고, 이런 내용들이 SNS 등을 통해 확산할 경우엔 하룻밤 새에도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규태·강보현·이찬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박땐 1349%, 쪽박땐 상폐…‘삼전닉스 2배 ETF’ 베팅 전략 | 중앙일보
- “같이 죽자” 옥상 올라간 엄마…팔다리 잘린 5세 아들 한마디 | 중앙일보
- 스페이스X 치명적 약점 잡았다…“10배 폭등할 것” K유망주 3개 | 중앙일보
- “촬영 중 강압적 성관계” 여성 출연자들 폭로…영국 인기 예능 결국 | 중앙일보
- 광주서 15세 상의 벗기고 집단폭행…주변 학생은 담배만 피웠다 | 중앙일보
- 성매매 민원 터졌던 ‘박카스 할머니’…인천 만월산에 다시 떴다? | 중앙일보
- “입에서 쇠맛” 1460m 비밀훈련…그뒤엔 홍명보호 ‘대박 승부수’ | 중앙일보
- “운동” 아파트 계단 돌아다닌 20대女…CCTV 속 충격적 장면 | 중앙일보
- 허영만 “버릇들이 없구나”…걸그룹 씨야 식사예절에 버럭, 무슨 일 | 중앙일보
- “100만원→ 8000만원”…14살 때 주식 투자로 대박난 아이돌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