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모으던 충성고객 ‘스벅카드’ 아성… 시험대 올랐다
브랜드 확장·희소성 잡는데 역할
사이렌오더 등 MZ세대 감성 구현
‘탱크데이’ 이벤트로 이제 ‘시험대’
선불카드 환불 조건 어제부터 완화

선불충전 카드가 흔히 쓰이는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스타벅스 카드의 위상은 남다르다. 국민 경품으로 불릴 만큼 사랑받는 기프트카드부터 때마다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e-프리퀀시, 패스트 서브 기능까지 탑재하고 진화한 사이렌오더(모바일 주문)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스타벅스 생태계가 스타벅스 카드를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다.
스타벅스글로벌과 신세계그룹이 1999년 합작법인을 만들고 1호점(이대점)을 개점했을 때만 해도 스타벅스는 허영과 사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여론 속에서 스타벅스는 확장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거머줘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 지금도 수많은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이 대목에서 한국 시장 진출에 실패하고 있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문화에 맞춰 확장을 꾀하다가, 브랜드의 희소성과 매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두 가지 역설적인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여기에 스타벅스 카드가 큰 역할을 했다. 2003년에 출시된 프리퀀시 프로모션과 2009년에 출시한 선불식 충전 카드, 2011년 스타벅스 리워드, 2012년 애플리케이션, 2014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콜 마이 네임’ 등의 서비스가 스타벅스 카드를 매개로 추가됐다.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를 얻기 위해 시즌 음료를 구매해 프리퀀시를 모으고, 빠른 주문을 위해 사이렌오더를 이용하며 리워드에 가입해 할인 혜택을 받는 충성 고객들은 이렇게 생겨났다. 또한 MZ세대의 감성을 잘 구현해 혁신의 아이콘으로도 불렸다.
이에 2001년 251억원이었던 스타벅스 매출은 다음해에 436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사업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2010년대에도 매출이 연간 10~30%씩 상승하며 국민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24년에는 3조1001억원으로 매출 3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타벅스 생태계의 핵심인 스타벅스 카드가 시험대에 올랐다. 매출 감소는 물론 자칫 스타벅스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폄훼한 ‘탱크데이’ 이벤트 여파로 스타벅스 선불카드 환불 조건이 1일부터 완화됐다. 최종 충전 후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만 환불이 가능했으나, 오는 14일까지는 금액과 상관없이 전액 환불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스타벅스 선불 충전금 환불을 별러왔던 고객들이 이날 오전부터 소셜네트워크에 “스타벅스 선불 충전금을 환불받았다”는 ‘인증글’을 올렸다. 무기명 실물 카드와 환불 영수증, 환불받은 현금 사진이나 앱의 환불 처리과정을 인증한 글들이 줄을 이었다. 쿠팡 불매 운동인 ‘탈팡’ 의지를 와우 멤버십 탈퇴로 인증했듯, 스타벅스 카드 환불은 멤버십(스타벅스 리워드)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이 불매 의사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실제로 이날 환불 인증글 사이에는 회원 탈퇴와 한산한 매장을 촬영해 올린 사진도 함께 게재됐다.
스타벅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객의 선불충전금(선수금)은 4275억원이었다. 스타벅스는 이를 현금과 단기 금융상품으로 나눠 운용해 이자 수익을 내왔다. 충전금 환불 요구가 많아질수록 이 수익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환불 요구액이 얼마냐에 따라 스타벅스가 보유한 현금이 바닥날 가능성도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일단 오프라인 환불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매장 내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다양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환불 완화 관련 환불 고객을 대비해 매장 내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스타벅스 카드 대체재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대체재 후보는 많다. 당장 커피프랜차이즈 2~3위권을 다투는 메가MGC와 투썸플레이스도 기프트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홍모 씨도 지난주 투썸플레이스의 기프트카드를 처음으로 구매했다. 스타벅스 카드를 선물하는 것이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스타벅스가 선불충전카드 환불 완화를 앞두고 지난달 28일부터 실물 카드 판매를 중단했기에 대안이 없기도 했다.
홍씨는 “그동안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만 선물하고 받아왔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사려는 시도도 안해봤다”며 “투썸플레이스는 실물 기프트 카드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매장도 여러 곳이라 구매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카드의 위상은 모바일 선물 플랫폼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 카드는 카카오톡 선물 교환권 랭킹에서 지난 7년간 최상위권을 지켰다. 그런데 이벤트 직후부터 스타벅스 카드의 구매 순위가 떨어졌다. 선불카드 환불 기준이 완화된 이날도 배달의민족과 올리브영 등에 밀려 후순위를 지키고 있다.
실제로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의 스타벅스 주간 카드 결제 추정액은 전주 대비 26.3% 감소했다. 이 기간 결제 금액은 236억9000만원으로 전주(11~17일) 321억6000만원에 비해 약 84억7000만원이 감소했다.
불매 운동 열기가 뜨겁게 불고 있지만 충성 고객들이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타벅스 문화와 공간에 끌린 고객들은 스타벅스 제품을 습관·반복 구매하고 있다”며 “이들은 환불과 사과 등 스타벅스의 조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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