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과 우주]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 관측… 우주를 보는 새 창 열렸다

발생한 중력파 관측장비에 포착돼
첫 발견 후 지금껏 390건 추가 검출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 학문 태동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상대성이론을 완성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있으면 그 주변의 시공간은 휘어진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중력장 방정식을 계산했는데, 그 결과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할 때 시공간 자체가 파동처럼 출렁이며 휘어지면서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고 예측했다. 이런 시공간의 파동을 중력파(Gravitational Waves)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수많은 실험과 관측을 통해 증명되는 동안 유독 중력파만 검출되지 않고 있었다. 아인슈타인 자신이 중력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논문을 철회하려고 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1960년대에 조지프 웨버가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다.
1974년 러셀 헐스와 조지프 테일러는 하루 동안 주기가 눈에 띄게 변하는 ‘펄서(Pulsar)’를 발견했다. 펄서는 회전하는 중성자별을 말한다. 특이한 것은 이 변화가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헐스는 이런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미뤄봐서 이 천체가 쌍성 펄서일 것이라고 의심했다. 그의 생각대로 이 천체는 펄서와 그 주변의 동반성이 질량 중심 주위를 서로 공전하고 있었다. 도플러 효과에 의해 펄서의 시간 간격이 변하는 것이었다.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이 펄서는 59밀리초(ms·1000분의 1초) 주기를 가졌고, 추가 측정 결과 공전 주기가 7.75시간 단위로 반복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펄서가 다른 별과 함께 공전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헐스와 테일러가 발견한 PSR B1913+16은 펄서(중성자별)와 동반 중성자별로 구성되며 두 별 모두 약 1.4 태양 질량을 가진다. 두 별이 아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공전하면서 강한 중력파를 발생시킨다. 이 파동은 시스템에서 에너지를 빼앗아 가고 결과적으로 공전 주기가 점차 감소하게 된다. 이들의 공전 궤도는 중력파로 인해 공전할 때마다 약 3.1㎜씩 줄어들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그대로였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약 3억년 후 두 별이 합쳐질 것이다. 이 펄서를 수십 년 동안 관측한 공전 궤도 주기의 누적된 감소량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값과 1% 이내로 일치했다. 이 연구 성과로 헐스와 테일러는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발견은 간접적인 증거였다. 중력파 자체를 직접 검출한 것이 아니라 중력파가 에너지를 빼앗아 가면서 생기는 궤도의 변화를 통해 그 존재를 추론했기 때문이다. 중력파에 대한 최초의 간접 증거였다.
미국의 중력파 관측 장비인 LIGO의 첫 공식 관측은 2015년 9월 18일 시작될 예정이었다. 이 관측 시스템의 검출기가 ‘엔지니어링 모드’로 가동 중이던 첫 번째 중력파 신호가 2015년 9월 14일에 검출됐다. 날짜를 따서 이 중력파 신호의 이름을 ‘GW150914’로 지었다. 최초의 직접적인 중력파 검출이었다. GW150914의 중력파는 각각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두 블랙홀이 합쳐져서 태양 질량의 62배인 회전하는 블랙홀을 형성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거리는 약 13억 광년 떨어진 곳이었다. 두 블랙홀이 충돌해 합쳐지면서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들면서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파동이 만들어졌고 이 중력파가 13억년을 날아와서 지구 천문학자들의 관측 장비에 포착된 것이다. 이 중력파의 신호는 두 곳의 LIGO 검출기에서 0.2초 동안 지속됐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중력파를 결코 검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의심했을 정도였으니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이 업적으로 라이너 바이스, 킵 손, 배리 배리시가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중력파 연구 국제협력 네트워크인 ‘LIGO-Virgo-KAGRA(LVK)’가 2026년 5월 26일 지금까지 관측된 모든 중력파 관측의 업데이트 카탈로그인 GWTC-5.0을 발표했다.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의 4차 중력파 관측 기간 동안 161건의 새로운 중력파를 검출했다. 2015년 첫 발견 이후 누적된 중력파 검출의 수는 390건에 달한다. 첫 발견인 GW150914 이후 신호 대 잡음비가 76.9로 역대 가장 선명하게 기록된 중력파 신호인 GW250114가 2025년 1월 14일 지구에 도달했다. 각각 태양 질량의 32배와 34배인 거의 비슷한 질량을 가진 두 블랙홀의 합체로 발생했다. 10억 광년 이상 거리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추정된다. 이 신호의 선명도 덕분에 역대 가장 정밀한 일반상대성이론 검증과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면적 정리 확인이라는 주목할 만한 과학적 성과를 거뒀다. 4차 중력파 관측 기간에만 2015년 이후 전체 검출 건수의 약 75%를 차지하는 결과는 그동안 검출기의 성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중력파 검출 390건이라는 풍부한 자료는 이제 항성 진화, 우주론, 일반상대성이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정밀 후속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천문학은 빛 즉 전자기파의 학문이다. 천체로부터 오는 빛을 모아서 분석하는 측광학과 빛을 분해해서 분석하는 분광학이 천문학 관측의 핵심이다. 하지만 블랙홀처럼 전자기파를 통해 관측할 수 없는 천체들은 그 주변의 전자기파 현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측을 해왔다. 중력파 검출은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태동시켰다. 천문학은 전자기파가 아닌 중력파라는 새로운 관측의 창을 열었다. 빛에 의존하지 않고 중력적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는 블랙홀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순수한 천문학 관측에 중력파가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어쩌면 전자기파 문명이 시공간을 자유롭게 엔지니어링할 수 있는 중력파 문명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들이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명현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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