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의 퍼스펙티브] ‘AI 정보전’, 전쟁의 양상과 성격 바꾼다

2026. 6. 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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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펼친 국가 안보의 새로운 지평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지난 석 달 동안 외신을 뜨겁게 달군 이란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전쟁은 최초의 ‘인공지능(AI) 전쟁’으로 기억될 것이다. 단순히 AI를 사용해서가 아니라 AI가 전쟁의 양상과 성격을 바꿨다는 의미다. 특히 AI는 전쟁 수행 과정에서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미래전의 요체로 거론되던 이른바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이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낸 것이다.

「 이번 이란전은 최초의 AI 전쟁
정밀 타격과 첩보 활동 전개에
사이버전, 허위 정보 유포까지
한국도 AI 국가 전략 돌아봐야

[사진 셔터스톡·Gemini]

AI는 정보 분석과 표적 식별, 작전 계획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했다. 여기서 핵심은 AI-데이터-정보가 구성하는 ‘삼중 넥서스(nexus)’였다. AI가 데이터를 정보로 전환하는 과정에 개입하면서 정밀하고 신속한 타격 정보를 생성했고, 은밀하게 숨은 기술 정보를 통합했으며, 가짜 정보를 진짜 정보로 둔갑시켰다. 이를 통해 정밀 타격과 첩보 활동에서 사이버전과 허위 정보에 이르는 전쟁 수행의 지능화 루프가 형성됐다.

AI-데이터-정보의 ‘삼중 넥서스’
이번 전쟁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지난 반세기 넘게 추진해 온 첨단 기술 우위의 정밀 타격 작전이 빛을 봤다는 점이다. 전쟁 개시 직후 이란 지휘부의 은신처를 타격한 이른바 ‘참수 작전’은 큰 충격을 안겨줬다. 지상뿐만 아니라 드론과 위성 등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감시·정찰 데이터를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과 앤트로픽의 클로드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융합해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수천 개의 표적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정도의 속도와 규모의 작전 계획을 생성해서 실행했다. 누가 먼저 탐지하느냐 만큼이나 누가 더 빨리 데이터를 해석해서 이를 지휘관의 결심에 이르게 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AI가 데이터를 추출하고 정보를 생성해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AI 정보전’의 모습이 완결된 듯했다.

이러한 AI-데이터-정보 넥서스의 양상은 첩보 활동에서도 나타났다. ‘인간 에이전트’의 보이지 않는 첩보 활동이 AI 플랫폼과 결합해서 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란 지휘부를 일거에 제거한 정밀 타격 작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의 공식 일정, 경호원과 시설 관리자 통신, 테헤란 시내 CCTV 영상, 그리고 수십 년간 축적한 휴민트(HUMINT), 즉 인간 첩보를 총동원했다.

여기에 메이븐 시스템과 클로드 모델을 장착한 ‘AI 에이전트’가 가세해서 위성과 드론·통신·레이더 등 다양한 첨단 기술 첩보를 분석해 타격의 정밀도를 높였다. 이러한 양상은 최근 정교한 AI 모델과 데이터 분석 기법을 적극 원용하는 새로운 첩보 활동 패러다임의 출현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른바 ‘데이틴트(DATINT),’ 즉 데이터 첩보라는 새로운 장르가 부상하고 있다.

민간 디지털 인프라도 공격 표적
또 다른 정보전의 영역인 사이버전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정보, 데이터 자산이 사이버 공격의 취약한 표적임이 재확인됐다. 물리적 전쟁을 개시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인터넷망과 방공망 전반에 대해 사이버·전자전 공격을 감행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은 전쟁 개시 전부터 이란 정권이 정치·사회적 감시를 목적으로 구축한 전국적인 CCTV 망을 해킹해 이란 고위 인사들의 동선을 파악했다.

그간의 사이버 공격이 주로 교전 당사국의 정부·군사 시설을 직접 목표로 설정했다면 이번 전쟁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민간 디지털 인프라도 드론 및 사이버 공격의 명시적 표적이 됐다. 게다가 교전국이 아닌 제3국의 반도체 공급망이나 AI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위협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양상에 최근 이른바 ‘미토스 쇼크’로 인해 경각심이 높아진 AI 활용 자율 사이버 공격의 우려도 더해졌다.

가짜 영상이 진짜처럼 유통돼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 그간 쟁점이었던 인지전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의 확산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핵 항모의 타격이나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담은 가짜 영상이 진짜처럼 유통되었으며 멀쩡한 진짜도 가짜라고 부정하는 이른바 ‘거짓말쟁이 배당금(Liar’s Dividend)’ 논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확하고 빠른 정보만큼이나, 근거 없이 조작된 정보 역시 전쟁의 중요한 무기가 됐다. 게다가 이러한 허위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널리 확산하면서 그 효과가 더 커졌다. 익명의 다수를 향한 유포뿐만 아니라 정치적 균열, 군인 가족의 불안, 반전 여론의 조성, 전쟁 피로감의 유발 등을 목표로 한 맞춤형 전파도 진행됐다.

정보 조작만큼 데이터 오염도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AI를 활용해 센서를 속이고 데이터를 오염시키며 알고리즘을 왜곡해 상대방의 판단을 교란하는 인지전의 가능성도 커졌다. 이러한 인지전은 외교 분야에도 수용돼 ‘해외 정보 조작 및 개입(FIMI)’에 대한 대응이 외교 현안이 된 바 있다.

상상 넘어선 AI의 군사적 위력
이번 이란 전쟁은 ‘AI 정보전’의 구체적 실천이 전쟁 수행의 양상뿐만 아니라 전쟁의 성격도 변화시킨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실제로 AI는 기존에 인간이 할 수 없었던 데이터의 수집·처리를 가능케 했고, 이를 바탕으로 생성된 정밀 정보와 기술 정보, 허위 정보 등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종류의 군사적 위력을 발휘했다.

향후 이러한 변화는 외교·안보·국방 분야의 ‘AI 전환(AX)’를 가속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 안보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은 이러한 지평 위에 우리가 그간 추진해 온 AI 국가 전략을 다시 되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줬다. 특히 기술·산업·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의 AI 국가 전략 추진 체계에 외교·안보·국방의 발상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가미할 필요성이 분명해졌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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