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 투자 항상 생각"…타이베이 밤 흔든 'K깐부' 젠슨 황의 밤샘 의리

김진영 2026. 6. 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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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삼성·네이버와 장막 뒤 '에이전트 동맹'
SK하이닉스 시총 1조달러 돌파 "자랑스럽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 다음 핵심은 로봇"

"젠슨! 알러뷰(I love you) 젠슨 황!"

1일(현지시간) 오후 7시, 대만 타이베이 다안구의 한 로컬 포차 앞 골목은 마치 록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컴퓨텍스 2026' 기간 중 한국 파트너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비공개 만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현장. 황 CEO의 등장은 당초 예고된 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어졌지만, 식당 앞은 '검은 가죽 재킷'의 거물을 실물로 보기 위해 모여든 수백 명의 취재진과 대만 시민들로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 기업과의 만찬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자리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단

골목을 가득 메운 환호성에 황 CEO는 특유의 소탈한 미소로 화답했다. 인근 주민들의 저녁 시간에 방해가 될까 염려한 듯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쉿" 포즈를 취하는 그의 유쾌한 제스처에 군중들은 더 큰 웃음으로 환호했다.

압권은 현장의 온기를 보여준 깜짝 팬 서비스였다. 부모 손을 잡고 나와 스케치북을 급하게 찢어 'I love you 젠슨'이라고 삐뚤삐뚤하게 적어 내민 어린아이를 발견한 황 CEO는 걸음을 멈췄다. 그는 시민에게서 받은 야구공에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 아이에게 선물하며 현장 분위기를 단숨에 녹여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 기업과의 만찬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자리에서 야구공에 사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안에서는 '소맥' 밖에서는 '폭풍 질문'…장막 걷어낸 소통왕

식당 안으로 들어선 황 CEO는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황제가 아니었다. 미리 자리 잡고 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두산,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주요 테크 기업 경영진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테이블을 바삐 돌며 직접 튀김 안주를 서빙하기 시작했다.

"오늘 온갖 종류의 맥주를 다 마실 예정이다. 안에서 이미 소맥(소주+맥주)을 마시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 기업과의 만찬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자리에서 한국 기업 관계자들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공동취재단

상기된 표정으로 식당 밖 취재진 앞에 다시 선 황 CEO는 재킷을 벗고 검은 반팔 차림으로 나타나 쏟아지는 스크럼 인터뷰 질문에 거침없이 답을 이어갔다. 다음 주 예정된 전격 방한의 목적을 묻자 그는 파트너들을 향한 깊은 유대감을 드러냈다.

황 CEO는 "지난 1년 동안 우리를 헌신적으로 지원해 준 한국의 모든 파트너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며 "한국에는 오랜 친구와 파트너들이 많고, 올해 모두가 정말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 그들의 성공을 축하하고, 올 하반기와 내년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함께 준비하기 위해 한국으로 간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순한 메모리 공급처 이상으로 정의했다. 황 CEO는 "한국은 우리 에코시스템의 매우 중추적인 부분"이라며 "단순히 칩과 D램을 넘어 과학, 로보틱스, AI 팩토리까지 함께 개척해야 할 거대한 영토가 눈앞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위대한 제조업 국가…다음 협력 요충지는 로보틱스"

이날 황 CEO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강조한 키워드는 단연 '로보틱스'였다. 오전 기조연설에서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인 '아이작'을 발표한 직후인 만큼, 한국 제조 공급망과의 시너지에 강한 확신을 보였다.

황 CEO는 "로보틱스는 향후 한국 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업 국가다. 엔비디아가 한국 로봇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강력한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 기업과의 만찬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자리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국내 독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과 관련된 송곳 질문에는 노련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황 CEO는 "HBM은 세 글자 약어라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존하는 반도체 중 가장 복잡하고 고난도의 기술"이라며 "새로운 공급사를 선정할 때 성능과 품질, 신뢰성, 그리고 대량 공급 능력 모두가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주가 폭등으로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하며 글로벌 기업 순위 12위로 껑충 뛰어오른 SK하이닉스를 향해서는 "진심으로 기쁘고, 그들의 성공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현재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 등 특정 기업과의 개별 회동 여부를 묻는 말에는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아꼈다.

"한국 가면 치킨·삼계탕·삼겹살 먹을 것"…e스포츠 발상지 '리스펙'

한편 황 CEO는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한국에 도착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들뜬 표정으로 "가장 중요한 일정은 한국에서 치킨을 먹으러 가는 것"이라며 "삼계탕도 좋고, 불판에 삼겹살도 구워 먹을 수 있다. 한국 음식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방한은 비즈니스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들과 함께 짧은 휴가를 겸해 보낼 예정이라 일정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에서 깜짝 시구를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하자, 그는 "정말? 나는 이제 나이 든 사람이다"라며 껄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젠슨 황 CEO의 장녀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 기업과의 만찬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자리에서 기업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향후 서울에서 엔비디아의 핵심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를 개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확언을 줬다. 황 CEO는 "서울이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개최할 것이다. 왜 안 되겠는가"라며 "한국은 전 세계 e스포츠와 게임, 그리고 PC방 문화의 위대한 발상지다.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초기 역사부터 한국은 우리에게 언제나 가장 특별하고 영감을 주는 곳이었다"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부사장,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 국내 IT 업계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황 CEO는 대만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 등 주요 행사 일정을 마친 뒤 오는 5일 한국에 입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부터는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방한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이번 회동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 기업과의 만찬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자리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타이베이(대만)=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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