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5·장미…빨라지는 잠실 재건축 시계
서울 송파구 잠실 재건축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아파트 거래 시장은 규제 여파로 아직 숨 고르기 중이지만,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시행인가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장미1·2·3차(이하 잠실장미)는 통합심의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준비 중이다.
두 단지는 잠실 한강변 재건축 ‘투톱’으로 꼽힌다.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후 6411가구, 잠실장미는 5105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두 단지를 합치면 1만1000가구가 넘는다.
잠실 ‘엘리트’로 불리는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약 1만5000가구와 맞먹는 규모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2025년 11월 입주)와 잠실르엘(2025년 12월 입주) 입주로 동잠실 신축 축이 부각된 가운데, 잠실장미와 주공5단지까지 재건축을 마치면 잠실 아파트 시장 무게중심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미는 정비계획 통과 후 심의 준비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시행인가 막바지 단계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송파구청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서를 냈고, 지난 5월 말 공람 착수를 목표로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재건축 8부 능선으로 통하는 사업시행인가가 완료되면 관리처분계획 수립, 이주, 철거, 일반분양 절차가 본격화된다.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한강 매립지에 들어선 대단지다.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첫 고층 아파트로, 서울 노후 아파트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주민 간 이견 등으로 사업은 오래 지체됐다. 잠실주공1~4단지가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로 재건축된 뒤에도 5단지만 홀로 남았다.
사업 규모는 잠실권 재건축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송파구 잠실동 35만8077㎡ 부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70층, 32개동, 641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공공주택 831가구가 포함된다. 판매·업무·문화시설을 복합화한 랜드마크 동도 들어설 예정이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았다.
잠실장미도 정비계획 확정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장미1·2차는 1979년, 장미3차는 1984년 준공된 3522가구 노후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50층, 5105가구(공공주택 551가구 포함)로 다시 지어진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잠실장미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 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장미 재건축은 한동안 상가와의 갈등으로 답보 상태였지만, 올 초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다. 조합은 지난 3월 새 조합장이 당선되는 등 집행부를 재정비했고, 이르면 올해 안으로 시공자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두 단지는 모두 잠실 한강변 핵심 재건축으로 꼽히지만 투자 포인트는 다르다.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 단계가 앞서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사업시행인가가 완료되면 관리처분계획 수립, 이주, 철거, 일반분양 등 후속 절차가 본격화된다. 최고 70층, 6411가구 규모로 계획된 데다 판매·업무·문화시설을 복합화한 랜드마크 동까지 예정돼 있어 상징성도 크다.
다만 가격 부담은 이미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해 3월 37억5500만원에서 올 3월 45억7500만원으로 1년 새 8억원가량 올랐다.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매물 호가는 최근 46억원까지 뛰었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사업 속도가 빠른 만큼 기대감도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잠실장미는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가격이 장점이다. 장미2차 전용 82㎡는 지난 3월 32억원에 실거래됐고, 최근 호가는 33억원 안팎이다. 잠실주공5단지 가격과 비교해도, 입주 19년 차 리센츠 전용 84㎡ 호가가 35억~36억원대인 점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이 가격 차이가 잠실장미 투자 논리로 이어진다. 예컨대 장미2차 전용 82㎡를 5월 호가 32억9000만원에 매수해 전용 84㎡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추정분담금 4억1700만원을 더한 총투자비는 약 37억700만원이다. 추정분담금은 전용 84㎡A타입 조합원 분양가(23억7200만원)에서 추정권리가액(19억5500만원·추정비례율 86.68% 기준)을 뺀 금액이다. 총투자비가 잠실르엘 전용 84㎡ 시세 45억원보다 8억원가량 낮다. 만약 같은 소유주가 전용 110㎡A타입을 선택하면 분담금은 약 10억2700만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잠실장미는 시간이 변수다. 앞으로 통합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이주, 착공, 준공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교통처리계획, 공공기여, 이해관계자 협의도 세부 조율이 필요하다. 추정분담금 역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공사비 인상, 사업 지연, 금융비용 증가가 발생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비 업계에서는 입주까지 10년 안팎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전망이 많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잠실주공5단지는 속도와 상징성, 잠실장미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장벽이 핵심”이라며 “자금 여력 충분하고 사업 단계가 앞선 단지를 선호한다면 주공5단지, 장기 보유를 감수하더라도 낮은 진입 가격을 중시한다면 잠실장미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래아·르엘 이어 1만1천가구 예정
잠실 재건축을 둘러싼 관심은 재건축 단지와 사업 속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송파구 상승세를 이끈 대표 단지는 잠실역 서편의 엘스·리센츠·트리지움이었다. 하지만 이들 단지는 2007~2008년 준공돼 신축 이미지가 약해지고 있다.
반면 ‘동잠실’로 통하는 신천동에서는 신축 축이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다. 잠실 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르엘이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두 단지를 합치면 약 4500가구다. 여기에 파크리오 6864가구가 더해지고, 잠실장미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까지 완료되면 잠실 한강변 신축 벨트 존재감은 더 커진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해 12월 42억5000만원, 같은 달 잠실르엘 전용 84㎡ 입주권은 48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전용 84㎡ 기준 엘스 최고가는 35억원, 리센츠 36억원, 트리지움 33억원이었다. 동잠실 신축 입주권 가격이 서잠실 대장 단지 시세를 넘어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잠실역 동쪽은 기존 한강 조망과 잠실역(2·8호선)에 더해 잠실나루역(2호선), 몽촌토성역(8호선) 등 다양한 지하철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라며 “엘리트 단지가 지어진 지도 오래되다 보니 주거 선호도는 미래 가치가 있어 보이는 동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도 관리처분계획, 이주, 철거, 일반분양 절차가 남아 있고, 잠실장미도 통합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사업 투자 기간을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2호(2026.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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