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손가락’ 긴 남성, 술 많이 마신다던데?

◇긴 약지, 남성호르몬 영향 많이 받았을 가능성
손가락 길이 비율은 태아 시기 성호르몬 환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검지와 약지의 길이는 임신 초기 태아가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에 얼마나 노출됐는지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아기 테스토스테론 노출이 많을수록 약지가 상대적으로 길어지고, 에스트로겐 노출이 많을수록 검지가 길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약지가 긴 남성이 특정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캐나다 퀘벡대와 몬트리올대 공동 연구팀이 약 4000명의 남성을 조사한 결과, 검지보다 약지가 긴 남성은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약 10% 높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2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연구팀이 40세 이상 남성 환자 7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검지에 비해 약지가 긴 남성은 전립선암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최대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습관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영국 스완지대 연구팀이 성인 25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약지가 길수록 주당 알코올 섭취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관계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운동 능력 뛰어나지만, 공격성도 높을 수도
약지가 긴 사람은 운동 능력에서도 강점을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뉴잉글랜드대 스포츠과학과 벤 서펠 박사는 "검지보다 약지가 긴 사람은 집중력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국제학술지 'BMC Sports Science, Medicine, and Rehabilita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17세 이하 운동선수 24명을 분석한 결과, 약지가 길수록 근력과 체력이 우수한 경향이 확인됐다.
반대로 이것이 공격적인 행동과 연관될 가능성도 있다.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이 남성 대학생 298명을 조사한 결과, 약지가 검지보다 긴 학생일수록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더 많은 페널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서펠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일부 특정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경쟁이나 도전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성향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가락 길이는 태아기 호르몬 환경의 흔적을 보여주는 하나의 생물학적 지표일 뿐이다. 약지가 길다고 반드시 전립선암에 걸리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구자들은 손가락 길이 비율이 건강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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