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AI 에이전트'에게 결제권 준다

임선영 2026. 6. 1. 15:3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AI미래지도] 알리바바가 설계한 A2A 경제의 완결 구조

[임선영 기자]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 앤트그룹에서 5월 26일 알리페이에 에이전트 특화 페이먼트 기능 탑재 후 3개월 만에 3억 건의 결재가 이루어 졌다고 발표했다.
ⓒ 소후닷컴
지난 5월 말 알리바바그룹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두 가지 발표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하나는 알리페이가 AI 에이전트 결제 기능을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3억 건의 거래를 돌파했다는 소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아닌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바바닷컴(Alibaba.com)이 지마켓 셀러 60만 명을 AI 에이전트(액시오 워크) 로 운영하게 하겠다고 밝힌 내용입니다.

(※ 지난 2025년 9월,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공동 설립한 조인트벤처(JV) '그랜드오푸스홀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로서 G마켓이 신세계·알리바바 산하로 편입됐습니다.)

언뜻 별개로 보이는 이 두 사건은 사실 하나의 흐름을 관통합니다. 상거래의 주체가 인간에서 AI 에이전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결정적 신호입니다.

H2H의 종말, A2A의 개막

지금까지 모든 전자상거래는 결국 인간과 인간의 거래, 즉 H2H(Human to Human) 구조였습니다. AI는 추천 알고리즘이나 챗봇 수준에 머물렀고 결제와 계약의 주체는 반드시 인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알리페이의 에이전트 결제 3억 건과 액시오 워크(Accio Work)의 등장은 이 전제를 흔들고 있습니다.

셀러가 직접 상품을 소싱하고 바이어가 직접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끼리 만나 흥정하고 계약하며 대금까지 정산하는 A2A(Agent to Agent) 구조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경제 활동의 주체 자체가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보이지 않는 결제, 사라지는 업무

과거 디지털 결제의 혁신은 '얼마나 빠르고 간편하게 인간이 결제하는가'에 집중했습니다. 알리페이가 밝힌 AI 결제의 본질은 결제 행위 자체를 인간의 시야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데 있습니다. 사용자는 에이전트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PC 뿐만 아니라 AI 안경이나 자동차 안에서 별도의 승인 없이도 거래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앤트그룹(Ant Group, 蚂蚁集团) AI페이 총괄 주린(朱林)이 설계한 세 가지 승인 모델, 즉 건별 확인, 규칙 기반 자동 결제, 에이전트 금액 위임은 사용자에게 통제권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 결제에서 사람의 개입을 점점 더 밖으로 밀어냅니다.

동시에 액시오 워크는 시장 조사, 통관 서류, 바이어 응대라는 눈에 보이는 업무를 AI가 백그라운드에서 처리합니다. 게다가 까다로운 국가간의 세법 문제도 해결해 줍니다. 결제의 무형화와 업무의 무인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인간은 '의도와 결과'로써 존재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데이터를 넘어선 록인 — 에이전트 의존성의 함정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록인(Lock-in)은 오래된 전략입니다. 고객 데이터와 판매 실적이 쌓이면 셀러는 쉽게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그러나 액시오 워크가 보여주는 록인은 한 차원 더 강력합니다.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셀러의 업무 프로세스 전체, 즉 내일 아침에 올릴 상품 기획, 해외 바이어에게 보낼 협상 이메일, 각국 세율에 맞춘 가격 계산이라는 생각의 흐름 자체가 AI에 연결됩니다. 이런 의존성이 형성되면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탈이 쉽지 않게 됩니다.

같은 기간 발표된 네이버의 쇼핑 AI 에이전트와의 비교는 불가피합니다. 네이버가 개인화 상품 탐색·추천, 대화형 쇼핑, 최저가 비교라는 '소비자 경험의 정교화'에 집중하는 반면, 알리바바는 결제 인프라·셀러 운영·소비자 접점을 동시에 장악하는 '생태계 수직 통합'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같은 'AI 쇼핑 에이전트'라는 이름 아래에서 작동하지만 두 회사가 장악하려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층위에 있습니다.

1인 기업도 대기업처럼 — 초개인화 수출의 현실화

액시오 워크는 중소기업과 1인 창업자 등 소규모 셀러들에게 시장 조사부터 상품 기획 제품 소싱과 가격 협상, 상품 등록에서 글로벌 마케팅, 스토어 운영 등 비즈니스 전 과정에서 필요한 업무를 지원합니다. 채팅형 AI를 넘어 사용자의 지시를 실제 업무로 전환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알리바바닷컴 측 설명입니다.

중소 셀러에게 글로벌 무역의 가장 큰 벽은 언어와 복잡한 규제였습니다. 액시오 워크가 정보 비대칭성을 무너뜨리면 글로벌 소싱이 1인 창업자에게도 열릴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서비스는 무료이지만 기능에 따라 프로(Pro)·엘리트(Elite)·울트라(Ultra) 등 4단계로 운영됩니다. 월 기준 가격은 각각 19.9달러, 99달러, 199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셀러 입장에서는 직원을 고용하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입니다.

토큰(Token), 새로운 화폐의 탄생

여기서 알리페이의 토큰 페이(Token Pay)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AI 시대의 핵심 에너지는 컴퓨팅 파워이며, 그 단위가 토큰입니다. 액시오 워크가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토큰이 소모되고 그 비용은 알리페이를 통해 자동 결제되는 구조 입니다. 전통적인 법정 화폐와 토큰이라는 신생 경제 단위가 하나의 파이프라인 안에서 융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하는 에이전트 자체가 돈을 쓰는 주체가 되는 구조 이것이 바로 토큰 이코노미의 실물 전환입니다.

'셀러 지원'이라는 이름의 운영체제 장악

알리바바의 전략을 표면적으로 보면 중소 셀러의 수출을 돕는 플랫폼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완전히 다른 계산이 작동 중입니다. 지마켓 인수로 60만 셀러를 확보한 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액시오 워크라는 AI 운영체제를 무료 요금제부터 보급하며 셀러의 업무 방식 자체를 자사 인프라 안으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단순 입점 수수료가 아니라, 셀러가 장사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워크플로우 전체를 알리바바가 소유하겠다는 것입니다. 플랫폼이 만드는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에는 무료지만 그 도로를 벗어나면 차가 움직일 수 없는 구조입니다.

가격 전쟁의 끝, 생산 도구 전쟁의 시작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아직 '누가 더 싸게 파는가'라는 가격 전쟁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반면, 알리바바는 '누가 셀러를 더 강하게 만드는가'라는 생산 도구의 전쟁으로 이동했습니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셀러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여주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변수가 됩니다. 이것은 단기 판촉 경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산업의 하부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게임입니다.

한국, 소비 시장에서 AI 실험실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 빅테크에게 한국 시장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재정의됩니다. 과거에는 제품을 파는 소비 시장이었습니다. 지금은 고도화된 AI 서비스를 가장 먼저 검증하는 최적의 실험실입니다. IT 활용도가 높고, 글로벌 수출 욕구가 강하며, 플랫폼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한국 셀러들은 AI 무역 솔루션의 완성도를 검증할 완벽한 표본입니다. 한국에서 검증된 모델은 곧바로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중소기업 시장으로 이식될 것입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AI 결제 표준, 그리고 한국의 현재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 A2A 경제와 토큰 결제 시장을 가장 빠르게 주도하는 주체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구글도, 비자(VISA)도 아닙니다. 알리페이의 '마음 놓고 결제하면, 기업이 보상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단순한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AI 결제라는 무인 영역에서 리스크 관리의 실질적 표준을 자사가 만들어 가겠다는 선언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이미 한국의 결제 생태계와 바로 맞닿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마켓이라는 국내 대표 플랫폼을 통해 AI 결제와 AI 셀러 운영이라는 두 개념이 동시에 한국 시장의 일상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국내 플랫폼들이 할인 쿠폰 경쟁을 벌이는 사이, 시장의 파이프 자체가 다른 규격으로 교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살펴야 할 때입니다.

결국 알리바바의 최근 정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물건을 찾고, 협상하고, 결제하는 에이전트가 일상화될 때, 쇼핑과 결제의 정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앱을 열고 장바구니에 담는 행위 자체가 사라진다면, 지금의 마케팅과 브랜딩은 무엇으로 대체될 것인가'입니다.

알리페이에서 에이전트 결제 건수가 3억이 넘었다는 데이터와 지마켓에 깔릴 액시오 워크 에이전트로 국내 60만 셀러가 글로벌 시장을 진출한다는 사실. 결제와 커머스 구도가 재편되는 분기점에 닿은 것이며 그 첫 번째 선로가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깔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 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출간 예정)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