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아마존 밀림 감옥에” vs “대화로 풀어야”…콜롬비아 대선, 강경파 맞대결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트럼프의 우군’ 강경 우파 후보와 ‘대미 자주노선’ 현 페트로 대통령의 후계자인 강경 좌파 후보가 맞붙는다.
3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대선 1차 투표 개표 결과, 강경 우파 성향의 아벨라르도 에스프리에야 ‘조국의 수호자들’ 후보가 43.7%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40.9%를 득표한 강경 좌파 성향의 여당 후보인 ‘역사적 동맹’의 이반 세페다가 바짝 쫓았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하는 콜롬비아 선거법에 따라 두 사람은 오는 21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게 됐다.

2차 결선 투표는 불안해진 치안에 대한 강경 진압을 지지하는 강경 우파 진영과 빈민 구제 등 사회 보장 정책을 지지하는 강경 좌파 세력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먼저 강경 우파 진영의 에스프리에야는 ‘콜롬비아의 트럼프’, ‘콜롬비아의 부켈레(엘살바도르 대통령)’로 통하는 인물이다. 국가 치안 위기 상황에선 대통령과 군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엘살바도르식 강경 범죄 대응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코카인 등 마약 밀매 조직의 은신처를 폭격하고, 마약 조직과의 모든 협상을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에스프리에야는 아마존 밀림에 10개의 거대 교도소를 건설해 이 곳에 갱단원·마약 카르텔 등 무장 범죄조직 구성원들을 수용하겠다는 방안을 이번 대선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강경 노선은 콜롬비아 사회 전반에 퍼진 치안 붕괴와 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파고들었다고 평가된다. 현 페트로 정부는 무장 조직들과 평화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 때문에 무장 조직의 세력이 확대되고 콜롬비아가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이 됐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강경 좌파 성향의 세페다를 만만히 볼 수는 없다. 세페다는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주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으며, 1차 투표에서도 에스프리에야와 불과 3%포인트 차이였다.
현직 상원의원으로 이번 정권에서 대통령 최고 보좌관을 지낸 세페다는 무장 조직과의 협상을 지지하는 페트로 대통령의 계승자로 평가된다. 그는 “당선될 경우 페트로 정부의 ‘총체적 평화(Total Peace)’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페트로 정부는 치안 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으로 여전히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를 고려해 세페다는 최저임금 추가 인상, 반(反)부패 시스템 구축, 사회복지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대선 결과는 콜롬비아의 대미 관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남미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CBS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강력한 동맹을 얻을 수도, 적대적 상대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콜롬비아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마약 퇴치 파트너로 평가됐으나 2022년 8월 페트로 대통령 집권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제 마약 퇴치 협약 의무를 명백히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실패국으로 지정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엔 ‘콜롬비아에도 군사작전을 할 수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좋은 생각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실상 페트로 대통령에 대해 “마두로 다음은 당신 차례”라고 경고하며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와 별개로 미 국무부는 페트로 대통령의 비자를 취소하고, 재무부는 개인 제재를 부과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에스프리에야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미국과의 긴밀한 안보 동맹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세페다는 페트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콜롬비아가 미국의 ‘속국(Vassal state)’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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