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풍경이 바뀌었다…숏폼에 시간 내준 게임의 자리 [엑's 이슈]

(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출근길 지하철 풍경이 달라졌다. 한때 흔하던 모바일 게임 화면은 줄고, 그 자리를 숏폼과 OTT가 채운다. 체감으로만 느껴지던 이 변화는, 지난해 나온 게임 이용률 통계에서 숫자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2022년 74.4%에 달했던 이용률은 3년 만에 24.2%포인트 빠졌고,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도 마이너스 6.8%를 기록했다.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떠나 향한 곳은 대체로 영상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게임을 그만둔 사람들이 꼽은 대체 여가활동의 86.3%가 시청 중심의 감상 활동이었고, OTT와 숏폼이 그 중심에 있다.
게임이 제공하던 즉각적인 재미와 보상을,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끝없이 이어지는 짧은 영상이 비슷하게 채워주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이 다른 콘텐츠와 여가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뚜렷해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기서 갈린다. 이용자 수는 줄었는데, 정작 게임 시장의 외형은 쪼그라들지 않았다.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 기준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약 23조 원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 1분기 주요 게임사들은 전통적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호실적을 냈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글로벌에서 통하는 IP를 앞세워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고, 펄어비스와 엔씨도 신작과 반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펄어비스는 신작 '붉은사막'의 해외 흥행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2585% 급증했다.
다만 이는 글로벌에서 통하는 IP를 가진 일부 대형사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같은 기간 카카오게임즈, 데브시스터즈 등은 신작 공백과 기존작 매출 둔화로 전년 대비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흥행작을 보유했는지가 1분기 성적을 가른 셈이다.

이용자는 줄어드는데 일부 게임사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이 간극은, 남은 이용자들이 게임에 더 깊이 빠져 있다는 사실에서 설명된다.
같은 조사에서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89.1%로 전년보다 2.6%포인트 감소한 반면, PC 게임은 58.1%, 콘솔 게임은 28.6%로 오히려 늘었다. 특히 PC 게임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주중 117.9분, 주말 193.4분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길었다. 가볍게 즐기던 다수는 빠져나가고, 깊게 몰입하는 이용자가 더 또렷해진 셈이다.
게임사들이 PC·콘솔 대작에 힘을 싣는 흐름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올해 상반기 펄어비스 '붉은사막'과 넥슨 '아크 레이더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냈고, 하반기에도 주요 게임사들이 PC·콘솔 기반의 대형 신작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캐릭터와의 교감을 앞세운 서브컬처 신작이 이어지는 것도 두터운 팬덤을 겨냥한 같은 맥락이다. 한편 모바일에서는 짧은 시간에 즐기는 방치형 게임이 MMORPG를 밀어내며 매출 상위권에 올라서고 있다. 핵심 이용자가 오래 머무는 대작과, 부담 없이 짧게 즐기는 게임으로 시장이 나뉘는 모양새다.
다만 지금의 호실적이 이 변화의 답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글로벌에서 통하는 대형 IP를 가진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가볍게 게임을 접하던 이용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훗날 깊이 빠져들 이용자의 입구가 좁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숫자 50.2%가 게임업계에 던진 질문은, 지금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남길 것이냐에 가깝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펄어비스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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