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AI를 입다-下] 카카오표 '실리형 AI'…"일상형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검색창과 대화방은 이제 단순한 입력창이 아니라 추천, 예약, 구매, 결제,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는 실행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포털기업의 인공지능(AI) 전략은 더 이상 기술 시연에 머물지 않는데요. 네이버와 카카오가 AI를 접근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습니다. AI를 별도 서비스가 아니라 이용자가 매일 접속하는 포털과 메신저 안에 녹여내는 것이죠. <디지털데일리>는 '포털, AI를 입다'를 통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AI로 플랫폼의 역할과 비즈니스 플랜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설계하고 있는 지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창간 21주년 각 산업별 스페셜 기획 - 2부] 2026년, AX혁신 전략 심층 분석 9회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카카오의 AI 전략은 '독자 모델만으로 승부하겠다'는 계획보다는 '가장 빠르게 쓸 수 있는 조합을 만들겠다는 쪽에 가깝다.
네이버가 검색·커머스·로컬 데이터를 자체 AI와 결합해 수직 통합형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 위에 오픈AI·구글·자체 모델 '카나나'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AI 전환을 설계하고 있다. 기술 내재화보다 이용자 접점과 실행 속도를 앞세우는 'AI 실리주의'다.
◆대중화·확장 동력은 외부에서…오픈AI·구글, 생태계
카카오의 방향 전환은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에서 본격화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카카오톡·카나나 등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최신 AI 기술 API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카카오는 자체 모델과 외부 우수 API를 적재적소에 쓰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도 전면에 꺼냈다. 핵심은 하나의 거대 모델을 고집하지 않고, 서비스 목적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모델을 조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합정역 근처 크로플 파는 곳"을 묻는 대화가 지도 호출로 이어지는 식이다. AI를 검색창 밖의 별도 서비스가 아니라 대화방 안의 실행 도구로 끌어들인 셈이다.
구글과의 협력은 또 다른 축이다. 카카오는 올해 2월 구글과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래스 등 차세대 폼팩터용 사용자 경험 개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의 안드로이드 생태계 최적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출발점으로 지목된 서비스가 '카나나 인 카카오톡'이다.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을 AI가 먼저 파악해 일정 브리핑, 정보 안내, 장소·상품 추천 등을 제안하는 구조다. 오픈AI가 카카오톡 안에서 범용 AI 경험을 빠르게 대중화하는 역할이라면 구글의 경우 안드로이드 기기와 차세대 디바이스로 카카오 AI의 사용 환경을 넓히는 파트너에 가깝다.
◆비밀병기는 결국 '카카오톡 안의 카나나'
카카오가 외부 동맹만으로 AI 전략을 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카카오의 비밀병기는 외부 모델을 끌어오되 이를 카카오톡의 관계·대화 맥락과 자체 모델 카나나로 흡수하는 데 있다. 카카오는 AI 허브에서 카나나를 "사용자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나를 가장 잘 아는 AI"로 정의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대화, 선물하기의 취향, 지도·예약의 장소 정보, 멜론의 콘텐츠 소비가 결합되면 카카오는 단순 챗봇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 맥락을 읽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실적 발표에서도 이 방향은 숫자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66% 증가한 수치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1조1827억원으로 16% 늘었고, 톡비즈 매출은 6086억원, 톡비즈 광고 매출은 3384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해당 실적을 바탕으로 "메신저를 넘어 5000만 이용자가 쓰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자 반응도 초기 지표상 나쁘지 않다. 카카오에 따르면 챗GPT 포 카카오 누적 가입자는 1100만명을 돌파했고, 월간활성이용자수는 전 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 역시 비공개 베타테스트 때와 유사한 70% 수준의 잔존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수익화가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카카오톡 안에서 AI를 반복적으로 쓰게 만드는 초기 관문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관건은 실행 완성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의 AI는 대화방에서 시작해 예약·결제·선물·음악·이동·금융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차별화된다.
하지만 외부 모델 의존도가 커질수록 비용 구조·데이터 통제·개인정보 보호 이슈는 더 민감해진다. 카카오가 온디바이스 AI와 카나나 나노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 빅테크와 손잡되 이용자의 사적 대화 맥락은 기기 안에서 처리하고 실행 영역은 카카오 생태계로 연결하는 절충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카카오의 AI 전략은 최고 모델을 직접 만들었느냐보다 가장 익숙한 화면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쓰이느냐에 승부를 거는 모습"이라며 "카카오톡은 여전히 국내 이용자 일상에 가장 깊게 박힌 앱으로 오픈AI의 범용 지능, 구글의 기기·인프라, 카나나의 개인화 맥락이 결합될 경우 생활형 AI 플랫폼 사업자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