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의 헤드스핀, 오정세의 폭주… 107분 내내 웃음바다

김상화 2026. 6. 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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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리뷰] 영화 <와일드씽>

[김상화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댄싱머신 강동원, 발라드 왕자 오정세, 폭풍 래퍼 엄태구, 그리고 혼성 그룹의 센터 박지현까지. 도저히 하나의 그림으로 묶이지 않을 법한 범상치 않은 조합의 네 배우가 오직 웃음을 위해 뭉쳤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손재곤 감독의 신작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풍미했으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코미디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10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객석에서 정신없이 웃음을 뽑아내는 데 성공한다.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이 과감한 도전이 개봉 전부터 흥행 돌풍을 예고한 비결은, 다름 아닌 의외성이 극대화된 캐스팅의 힘과 배우들의 아낌없는 투혼에 있다.

20년 만에 찾아온 컴백 기회
 영화 '와일드 씽'
ⓒ 롯데엔터테인먼트
트라이앵글은 2000년대 초반 흔히 볼 수 있었던 혼성 그룹 중 하나였고, 데뷔 직후 음악방송 1위에 오르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한다. 2집 타이틀곡이 표절 의혹에 휘말리고, 정산조차 제대로 하지 않던 소속사 대표 박대표(신하균 분)는 해외로 도피하면서 팀은 순식간에 추락한다.

세월이 흐른 뒤 리더 현우(강동원 분)는 라디오 고정 출연 자리마저 사라진 생계형 방송인이 된다. 팀의 막내 래퍼 상구(엄태구 분)는 솔로 음반의 연이은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채 보험 설계사로 근근이 살아간다. 센터 도미(박지현 분)는 재벌가 며느리가 됐지만 시어머니의 구박 속에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우에게 강원 엑스포 유치 기원 행사의 무대에 트라이앵글 완전체로 서달라는 연락이 왔다. 공연이 성공하면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 기회까지 얻을 수 있는 상황.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옛 멤버들을 어렵게 설득한다. 하지만 공연장으로 향하는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과거 라이벌이었던 '비운의 발라드 왕자' 최성곤(오정세 분), 자취를 감췄던 박대표까지 얽히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레트로 감성과 B급 코미디의 절묘한 배합
 영화 '와일드 씽'
ⓒ 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 씽>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과정에서 정교함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웃음에 무게 중심을 둔 작품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가요계를 풍미했던 쿨, 코요태, 듀스, H.O.T., 핑클 등 인기 댄스 그룹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했다. 표절 논란, 온갖 스캔들, 라이벌 간의 팽팽한 신경전 등을 유쾌한 코미디 소재로 비틀어버린다.

그 시절을 경험했던 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요즘 젊은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영화는 일종의 세대 공감 무대를 완성했다. 치밀하게 잘 짜인 탄탄한 구조의 작품은 분명 아니지만, 예상 가능한 전개 속에서 발휘되는 B급 정서의 코미디는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특히 출연진 못잖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삽입곡들은 <와일드 씽>의 재미를 지탱하며 조연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개봉 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던 트라이앵글의 'Love Is', 최성곤의 인기곡 '니가 좋아' 등은 스크린을 통해서도 강력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극중 가상의 가수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배우들의 파격 변신...코미디 본연의 유쾌한 에너지
 영화 '와일드 씽'
ⓒ 롯데엔터테인먼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와일드 씽>을 제법 볼 만한 영화로 완성한 비결로 손꼽을 만하다. 우스갯소리로 "무슨 약점 잡혔나?"라는 예고편 댓글처럼, 기존 이미지를 모두 내던진 출연진의 열정은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한가득 선사한다.

수개월에 걸쳐 헤드스핀 및 프리즈 동작 등 고난도 댄스 기술을 익혀 선보이는 강동원을 비롯해, 평소의 내향적인 성격을 완전히 지워낸 엄태구의 초고속 래핑, 걸핏하면 "뺨 맞는다!"를 부르짖는 박지현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은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든다.

특히 예고편과 숏폼 영상 등을 통해 일찌감치 파격 변신을 예고했던 오정세는 <와일드 씽>의 치트키라 불러도 좋을 만큼 극 내내 놀라운 활약을 펼친다. 트라이앵글에게 밀려 39주 연속 음악방송 2위에 머물렀다는 황당한 설정부터 산짐승 사냥꾼으로 살아간다는 반전까지,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 밖에 신하균, 박해미, 강기영, 양현민 등 특별 출연한 배우들 역시 영화의 재미를 풍성하게 더한다.

냉정히 말하자면 <와일드 씽>은 완성도 높은 작품과는 분명 거리감도 존재한다. 익숙한 공식의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목격되는 막장 드라마와 세기말 할리우드 영화계를 장악했던 이른바 '화장실 유머' 코미디 요소의 등장은 작위적인 이야기 전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일드 씽>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는 단순하다. 복잡한 현실을 잠시 잊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작품이 의외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유쾌한 에너지와 중독성 강한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관객은 어느새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의 재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신나게 웃고, 추억에 젖고, 마지막에는 작은 뭉클함까지 남기는 영화가 바로 <와일드 씽>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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