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현장에 가보니, 모든 게 명확해졌다
[박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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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26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현장에 다녀왔다. |
| ⓒ 박종국 |
참사 현장에 가 보았다. 공사현장 벽에는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겠습니다. 서울시가 철거 후 새로 짓습니다" 벽보가 부착되어 있어서 눈길이 갔다. 이 사건은 또다시 노후 구조물 해체 작업의 위험성과 우리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극명하게 드러낸 참사로 기억될 것이다.
급기야 지난 5월 28일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구의역 참사 10주기를 언급하며, 여전히 일터에서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관계기관에 진상 조사와 결과에 따른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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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26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 |
| ⓒ 박종국 |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은 서울시가 단순 발주자를 넘어 공사 전반을 실질적으로 총괄·지배·관리하는 '실질적 도급인'의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자체 및 경영책임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산업재해) 혐의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서울시가 다리 철거공사를 위해 충분한 공기를 보장해 왔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는 다른 지자체들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부분의 안전사고 참사들이 그렇듯 이번 사건도 '하인리 법칙'처럼 사전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참사 12시간 전 당일 새벽 2시 30분경, 이미 구조물 상판 슬래브가 2.9cm 주저앉는 단차(침하) 현상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되었다. 이처럼 구조적 균형이 깨져 사실상 붕괴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지만 주변 도로와 현장에 대한 통제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유추해 보면, 현장 사정상 기차 및 차량통제 시 발생할 문제점들도 분명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대형 이동식 크레인 설치를 위해서는 차량통제 민원 및 시간, 비용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점은 공사현장에서 상부의 고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 임시 지지대인 젝서포트(Jack Support)라도 급히 조달하여 설치하였더라면 붕괴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장시간 연속 공정을 하지 못하고 철도 비운행 시간(새벽 1시 30분~4시 30분)에 맞춘 '하루 3시간 쪼개기식 압박 공사'가 사고를 낳았다고 지적 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사고들은 일반 작업자들이 작업 중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데 비해, 이번 사고는 감리단장, 현장소장, 외부 구조기술사 등 나름 전문가들이 붕괴위험 장소에 들어가 참사를 당했기에, 이를 감안한 조사가 필요하다.
낡은 하도급 공사계약 관행이 문제
또 하나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낡은 하도급 공사계약 관행이다. 현장에서 안전 매뉴얼과 공정계획서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낡은 다단계하도급 공사 관행 때문이다. 가령 발주처에서 책정된 100억 공사가 원청, 하청사, 말단 시공업자를 거치면서 실제로는 저가에 시공을 하게 된다.
안전조치를 해가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이 평범한 사실을 누군들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그렇게 공사를 못하는 이유는 이 하도급 구조에 있다. 최근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툭하면 발생했던 타워크레인 붕괴 참사들이 '표준시장단가'가 형성돼 있지 않아서라며 5일간 고공농성 파업을 했다. 이들의 파업에 영세한 장비임대사업주들도 박수를 보냈다. 공종은 틀려도 비슷한 구조기 때문이다.
원청이 발주받은 공사비를 중간에 마진만 챙기고 아래 단계로 계속 넘기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재하도급) 구조가 계속되다 보면, 과거 2021년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등 참사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 최말단 시공업자가 손해를 만회하는 길은 인건비와 공기단축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 인건비를 주고 숙련공을 채용하기 보다는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 할 수밖에 없다.
또 원청의 안전관리자나 감리가 현장을 통제하려 해도, 실질적인 하도급 고용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안전 수칙 지시가 말단 노동자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구조는 위험 신호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작업 중지나 대피로 이어지지 못하게 한다. 이런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막기 위해선 발주처가 하도급 대금을 말단 근로자의 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발주자 임금 직접지급제'를 전면 확대하고, 불법하도급 적발 시 강력하게 제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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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26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 |
| ⓒ 박종국 |
또 하나 지적 하고 싶은 것은 '위험공종 직접 공사 확대'다. 특히 특수공사 및 철거공사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때가 많다. 이런 공종은 다단계하청 계약으로 하지 말고 건설사가 직접 계약을 하여 '직영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기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공사중 서소문 고가차도 공사처럼 공기연장 및 공사비 산정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 할 경우 이를 적극 반영토록 해야 한다. 무거운 다리 상판은 수백톤의 이동식 크레인으로 양중해 놓고 작업을 해야 안전하지만 이 또한 상당한 비용문제가 발생한다. 하여 노후 다리구조물 대부분을 최대한 해체한 뒤 마지막 후속 공정만 남겨 놓는데, 이럴 경우 붕괴 임계점을 벗어나게 되어 설마 설마 하다가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불어 적지 않은 하청사들은 작업 속도가 느리지만 안전하게 하는 공종팀보다는 안전하게 하면서도 빠르게 일을 하는 작업팀 채용을 원한다. 하지만 이는 상호 모순이다. 이럴 경우 현장에서는 관행적인 절단·해체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돌발 침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를 대피시키고 현장을 무조건 멈추게 하는 '구체적인 철거 붕괴 대응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 문화를 지적하고 싶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1994년 10월), 신행주대교 붕괴 사고(1992년 7월), 성남 정자교 붕괴 사고(2023년 4월), 그리고 지난 2025년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안성·용인 고속도로 연결 교량 붕괴 사고 등등 지금까지 수많은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교훈은커녕 운에 맡기는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
위험 신호가 감지되었을 때 "설마 무너지겠어?"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사람을 먼저 투입하는 안전불감증 문화를 뿌리 뽑지 않는 한, 노후 인프라 해체 과정에서의 유사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그 역할을 못 한다면 차라리 불법사항 대국민 '신고포상제'라도 도입해서 이제는 국민이 스스로 안전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L-ESG 평가연구원 정책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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