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챗GPT·제미나이로 사이버전…트럼프 조롱 영상에 피싱까지

이란이 챗GPT와 제미나이 등 서방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악용해 사이버 공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간) 사이버 보안 전문가와 글로벌 기술기업들을 인용해 이란 연계 해커들이 생성형 AI를 악성코드 개발, 시스템 취약점 탐색, 피싱 메시지 작성 등에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이란의 사이버 공격은 표적이 악성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란 해커들은 AI를 활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을 속이기 위한 정교한 가짜 인물을 만들거나, 자연스러운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된 피싱 문구를 자동 생성하며 작전 효율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AI 생성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등 선전전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측은 챗GPT의 도움을 받은 이란의 사이버 공격을 매일 50만건 이상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인들 역시 이란 정보당국과의 협력을 유도하는 피싱 이메일과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킹 조직 ‘APT42’가 제미나이를 활용해 가짜 인물 설정을 시도하고 미군 F-35 전투기를 전파 교란하는 방법을 연구한 정황을 포착했다.
구글 분석에 따르면 이란 해커들은 북한·러시아·중국 해커보다 제미나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픈AI 역시 이란 연계 행위자들이 연구·번역·디버깅·스크립트 작성 등에 챗GPT를 오용한 시도를 정기적으로 차단해 왔다고 밝혔다.
서방 빅테크 기업들은 이들의 접속을 막기 위해 계정 비활성화 등 소위 ‘두더지 잡기’ 식의 방어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의 AI 활용은 사이버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5년간 발행된 이란 군사 학술지 분석 결과, 전자전 역량 강화, 드론 유도 및 수중 표적 탐지 개선 등에 AI를 접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미 AI 기반 유도·항법 체계를 갖춘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국가 AI 플랫폼의 핵심 데이터센터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은 오픈소스 모델과 자체 폐쇄망을 활용해 독자적인 AI 인프라를 계속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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