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철원통일쌀 손모내기... "통일의 날, 대작합시다"

방제식 2026. 6. 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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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꽃게와 철원 대작막걸리가 만났다, 접경지역 넘나드는 '평화 연대'

[방제식 기자]

5월 30일, 철원군 민통선 안 통일논에서 특별한 만남과 연대의 자리가 마련됐다. '2026 철원통일쌀펀딩'의 힘찬 시작을 알리는 '철원통일쌀 손모내기' 행사가 개최된 것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모내기를 넘어, 남북의 평화와 상생을 염원하는 농민과 도시민, 연평도 어민이 함께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일구어내는 뜻 깊은 축제의 장이었다.

14년을 이어온 농민회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연대

철원통일쌀 모내기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행사를 주최한 철원군농민회장은 "2009년부터 농민회가 외롭게 시작하고 진행하던 행사에 2013년부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참여하면서 어느덧 14년째를 맞이하게 되었다"며 감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소수로 시작해 외로운 길처럼 느껴졌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동참하는 이들이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아 무척 뿌듯하다. 특히 올해 통일쌀펀드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의미 있고 풍성한 한 해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회를 전했다.
▲ 노동당사 앞에서 철원의 역사를 듣는 시민들 모내기를 마친 후 노동당사 옆 그늘에 모여 철원의 역사에 대해 듣고 있다.
ⓒ 방제식
노동당사 앞에 느티나무처럼 자라난 통일의 꿈

모내기를 마친 후 모인 철원 노동당사 앞 광장은 분단과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멈추어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현장에서 땀 흘리던 한 농민은 통일을 준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날은 거창한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통일이 되는 그날, 바로 이곳 노동당사 광장 앞에 남과 북의 농민들이 다 함께 모여 철원 땅에서 자란 쌀로 빚은 '대작 막걸리' 한 잔을 시원하게 나누는 것, 그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 농민들이 진짜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입니다."

그는 또 "남북 농민들이 모였을 때 그늘을 만들어줄 생각으로 예전에 이곳에 느티나무 두 그루를 심었는데, 세월이 흘러 벌써 아름드리나무로 훌쩍 자랐다"며, 나무처럼 통일의 날도 성큼 다가오기를 염원했다.
▲ 꽃게전달 연평도 어민들이 보낸 꽃게를 농민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방제식
서해5도 연평도와 중부전선 철원, '평화'로 맞잡은 손

올해 행사의 가장 특별한 순간은 서해 접경지역인 연평도와 중부전선 접경지역인 철원이 '평화'의 이름으로 손을 맞잡은 것이었다. 축사에 나선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관계자는 "연평도는 정전협정 이후 실제로 주민들이 포격을 겪고, 교전이 이루어진 유일한 아픔의 장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서해교전 이후 어민들과 인천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서해5도평화운동본부를 만들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늘 화약고와 같았던 서해의 아픔을 넘어, 이곳 철원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꽃게 조업기를 맞아 바쁜 일정 탓에 연평도 어민들이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담아 연평도 꽃게를 철원으로 보내와 행사장 분위기를 돋웠다. 평화운동본부 관계자는 "다가오는 11월, 서해교전의 아픔이 있는 그 달에 철원의 농민들이 연평도를 방문해 주신다면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농민·어민이 만나는 훌륭한 교류가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철원군농민회장은 화답하듯 "철원오대쌀로 정성스럽게 만든 대작 막걸리를 양손 가득 싸 들고 반드시 연평도로 찾아가겠다"고 약속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논이 없어 벼농사를 접하기 힘든 섬, 연평도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해 연평도에서 '생태통일논학교'를 진행하면 정말 좋겠다"며 구체적이고 뜻깊은 평화 교육의 청사진을 보탰다.
▲ 한반도 논 한반도 모양 벼를 기르기 위해 미리 폐현수막에 한반도 지도를 준비해서 경계를 만들었다.
ⓒ 방제식
한반도를 심다, 토종벼와 오대쌀이 어우러진 평화논

이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들이 일렬로 서서 직접 논에 들어가 모를 심는 '손모내기' 행사였다. 기계화된 현대 농업 속에서 진흙을 맨발로 밟으며 정성스레 모를 심는 행위는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올해는 통일논 중앙에 '한반도 모양'으로 토종벼(흑갱, 멧돼지찰, 각씨나)를 심고, 그 주변을 철원의 대표 브랜드인 오대쌀로 감싸 안는 특별한 연출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손을 통해 진흙 속에 한 발 한 발 심어진 토종벼들은 이내 푸른 한반도의 형상을 갖추어 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오랜 세월 우리 땅에서 살아남은 토종벼처럼, 남과 북의 평화 역시 어떤 난관 속에서도 굳건히 뿌리내릴 것이라는 다짐과도 같았다.
▲ 모내기 참가자들을 위해 농민회에서 준비한 모심기 화분에 모를 심어 가을에 수확한 걸 가져오면, 철원에서 겨울을 나는 두루미들에게 먹이로 제공한다.
ⓒ 아메바
이어지는 생명의 연결

모내기 후 농민회에서는 참가자들이 화분에 모를 심어가는 행사를 준비했다. 오늘 화분에 심어간 모를 잘 길러서 가을에 벼베기 행사에 가져오면, 철원에서 겨울을 나는 두루미의 먹이로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히 모내기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벼베기와 그 후 겨울을 사람과 자연이 이어지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몸과 경험으로 평화와 통일을, 자연과 사람의 연대를 배우는 것이다.

2026 철원통일쌀펀딩과 손모내기 행사는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분단의 벽을 허물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거대한 경작이었다. 철원의 들녘에 심어진 통일의 씨앗이 올가을 황금빛 오대쌀 안에 검은색의 한반도 모양 토종쌀로 결실 맺듯, 인천의 시민과 서해 연평도의 바다와 중부전선 철원의 평야를 잇는 연대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더욱 단단하게 이어질 것이다.
▲ 모내기를 마치고 모내기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한반도기 아래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 아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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