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삼성전자 성과급이 드러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의 역설
[김현동 기자]
삼성전자 특별경영성과급(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성과급 규모, 회사 내 부문 간 형평성(노-노 갈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 있다. 하지만 세금 문제로 눈을 돌리면 삼성전자 성과급 사례를 통해 금융자산 손익에 대한 현행 과세제도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거꾸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왜 필요한 제도였는지를 제대로 음미해볼 수 있는, 대학 강의용으로도 요긴한 소재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에 따르면 DS 부문의 성과급은 자사주로 지급한다. 회사가 노동 제공의 대가로 현금을 주든 자사주를 통하든 상관없이 노동자가 받는 경제적 이익은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이다. 현행 세법은 자사주 지급의 경우 지급일 종가를 기준으로 근로소득세를 매기고 이에 따라 회사는 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나중에 연말정산을 통해 정확한 세액을 계산하고 원천징수세액은 기납부세액으로 공제). 삼성전자 노사 합의에 따르면, 예컨대 성과급이 6억 원이고 이에 따른 원천징수세액이 2억 5천만 원이라면, 회사는 세액을 제한 3억 5천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직원에게 지급한다. 자사주를 받은 직원은 전량을 즉시 처분할 수 없도록 합의가 있었다. 3분의 1만 바로 매도할 수 있고, 나머지는 1년·2년간 처분이 제한된다.
지급일 종가가 30만 원이었다면 세금은 3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묶인 주식은 향후 주가 변동위험에 노출된다. 나중에 주가가 20만 원으로 하락하더라도 이미 낸 근로소득세를 환급받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세법이 터 잡는 소득 개념은 원칙적으로 실현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이득이 실현되었건 실현되지 않았건 납세자에게 소득의 증대에 따른 담세력의 증대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실현이득이나 미실현이득 양자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고, 그와 같이 증대된 소득의 실현 여부 즉, 증대된 소득을 토지자본과 분리하여 현금화할 것인지의 여부는 당해 납세자가 전체 자산구성을 어떻게 하여 둘 것인가를 선택하는 자산보유형태의 문제일 뿐 소득창출의 문제는 아니며,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역시 실현이득에 대한 과세와 마찬가지로 원본과는 구별되는 소득에 대한 과세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에 있어서 원본잠식의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고, 실제에 있어서도 비록 과세목적과 과세방법이 다르기는 하나 자산재평가세, 자산평가 차익에 대한 법인세 등 미실현이득에 과세하는 기존의 예가 없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과세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과세목적, 과세소득의 특성, 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거나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보여지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 1994. 7. 29. 92헌바49, 52(병합) 결정]
주식을 팔아 현금화했든 팔지 않았든 상관없이 지급 시점에 근로소득으로 매기는 것 자체는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문제는 그 후다. 스스로 처분을 미룬 것이 아닌, 처분이 제한된 주식의 처분손실을 세금에 고려하지 않는 것은 적절한가? 얼핏 보기에 불합리하다. 그런 생각에서 처분손실을 기납부한 세금에서 환급하거나 다른 소득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처분이익에 과세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앞뒤가 맞다. 손실은 빼주면서 이익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까닭이다.
만약 금투세를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주가 하락으로 처분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은 다른 금융투자소득과 통산하거나 5년간 이월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 위 사례의 취득가액 6억 원을 넘는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거기서 5천만 원을 빼고 남은 금액에 세금을 물린다. 이중과세는 아니다(매도가격이 10억이라면 취득가액 6억과 공제액 5천만 원을 뺀 3억 5천만 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까닭이다). 이런 방식이 과세법리상 더 체계적이고 공평 원칙에 부합한다.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고 투자손실은 세금 계산에서 빼는 것은 상식적이다. 금투세가 없는 현행 세제는 이와 정확히 반대다.
이제 삼성전자 직원 시각에서 일반 국민의 눈으로 바꿔보자. 지금 대규모 성과급 지급에 초점이 맞춰 있지만, 자사주의 처분이익에 과세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주목하지 않는다. 반도체 업황 개선은 이번에만 반짝 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주식을 50억 원 보유하지 않는 이상, 막대한 성과급을 주식으로 받은 이후 주가 상승으로 양도차익이 수억 원, 수십억 원이 되더라도 소득세는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이 결과가 정의로운가?
금투세는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입법되었다. 흔히 금투세를 주식 투자자에게 세금 더 물리는 제도로만 단순히 이해하지만, 금투세가 담고 있던 내용은 그보다 넓다. 금융투자손익을 하나의 소득 범주로 묶어, 손익 통산과 이월공제를 인정하고 순소득에 과세하는 제도가 금투세다. 주식에 있어서는 거래세에서 소득세로 전환하는 시도다. 국가재정수입 측면에서도 금투세 도입 여부에 따른 차이는 분명하다.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처분이 제한되어 어쩔 수 없이 보유하게 된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이미 과징한 근로소득세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증권거래세까지 부과된다. 이 구조에서 국가는 납세자가 입는 손실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금투세를 도입하고 거래세를 폐지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처분손실이 발생하면,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를 통해 세수가 줄어든다. 정부가 투자자의 손실을 세금 계산에 반영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그에 따른 세금을 거둘 수 있다. 정부는 주가 상승과 하락 양쪽 모두에 대칭적으로 관여하는 구조가 된다. 세법은 국가가 자기에게 유리한 시점이나 부분만 골라 거기에 세금을 걷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금투세는 그런 법적 흠결을 고치려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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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투세 도입 관련 당시 보도자료 제목 금투세를 도입하려는 취지가 금융세제 선진화였음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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