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 국가가 됐나
인류를 구원할 것 같은 기술 문명이 실은 뭇생명을 죽이고, 지역을 초토화하며 공동체를 찢어놓으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AI 산업은 더 많은 에너지를 내놓으라고 우리를 닦달할 뿐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방향을 모르고 전력질주하는 기술 개발을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핵발전소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물과 깨끗한 공기, 흙과 이웃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게 생명입니다. 생명으로서 우리가 빼앗기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으려 합니다. 연재는 (사)세상과함께, 길동무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기자말>
[희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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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10월 26일, 이란 남부 도시 부셰르 외곽에 위치한 부셰르 핵발전소 원자로 건물 앞에서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한 시간 뒤, 이스라엘군은 발표를 번복했다. 부셰르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실수로 발표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를 의도된 협박으로 읽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의도가 있든 없든 그 한 시간의 공황은 되돌려지지 않았다. 발표 번복 이후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열어 경고했다. 만약 부셰르에 직격탄이 떨어질 경우, 수백 킬로미터 밖 국가들까지 대피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인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핵발전소가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체르노빌이 있었고, 후쿠시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전시에 무엇이 되는가
1981년, 이스라엘은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를 공중폭격으로 파괴했다. 1984년부터 1988년 사이에는 이라크 전투기가 이란 부셰르 원자로를 일곱 차례 폭격해 노동자 10명이 숨졌다. 2007년에는 시리아에서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원자로를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했다. 양국은 이 사실을 11년 동안 숨겼다. 가동 전 시설이라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었다. 만약 가동 중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앞서 언급한 부셰르 사건과 다음의 자포리자의 사례로 알 수 있다.
2022년 3월,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핵발전소가 러시아군에 의해 전쟁의 영토 안으로 편입됐다. 가동 중인 대형 핵발전소가 점령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러시아군 점령 이후 외부 전력은 여덟 차례 차단됐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핵발전소는 계속 열을 식혀야만 한다. 전기가 끊기면 원자로 내부 온도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 핵연료가 녹아내린다. 후쿠시마 사고가 그렇게 시작됐다.
러시아군은 발전소 안에서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포격을 가하기도 했다. 원전을 방패로 삼은 것이다. 2025년에는 이스라엘이 이란 부셰르 원전을 네 차례 공격했고, 이란은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을 공격 목표로 삼겠다고 위협했다.
제네바 협약이 원전 공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 공격들은 주기적으로 있었다. 협약은 결정적인 순간, 있으나 마나였다. 이 모든 장면을 지나오고도, 한국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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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K-GX 민관합동 추진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먼저 AI라는 명분을 보자. AI 산업 자체가 막대한 전력과 자원을 소비하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를 잠시 접어둔다 해도 문제는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보통 2~3년 안에 완공된다. 반면 신규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첫 가동까지 최소 14~15년이 걸린다. 지금 당장 필요한 전기를 위해 15년 뒤에나 켜질 발전소를 짓겠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시간만이 아니다. AI 산업이 집중된 수도권과 신규 원전 후보지 사이에는 수백 킬로미터의 거리가 있다. 원전 건설 후보지는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주시, 영덕군으로, 모두 동해안 지역이다. 결국 수도권 반도체·데이터 산업 단지까지 전기를 보내려면 또 다른 송전망이 필요하다. 밀양 송전탑 투쟁에서 보듯, 지역의 고통과 갈등이 깊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녹색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핵발전은 흔히 탄소 없는 에너지처럼 이야기된다. 그러나 우라늄을 캐고, 농축하고, 발전소를 짓고, 폐기물을 수만 년 관리하는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는 계속 배출된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벤자민 K. 소바쿨 서식스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핵발전의 전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킬로와트시당 약 66그램이다. 태양광(50그램), 풍력(34그램)보다 높다.
더 근본적인 충돌도 있다. 핵발전소는 한 번 가동되면 출력을 쉽게 줄이거나 멈출 수 없어 24시간 내내 일정한 양의 전기를 만들어낸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해가 뜨거나 바람이 부는 정도에 따라 발전량이 수시로 달라진다. 전기가 많이 남는 시간에도 원전은 계속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을 줄이거나 멈춰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핵발전소를 늘릴수록 재생에너지는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재생에너지를 밀어내며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한국은 이미 전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한겨레>가 IAEA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원전 밀집도는 2033년 기준 프랑스의 약 3배, 미국의 30배에 이른다.³ 고리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안에는 380만 명이 산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동일한 반경 안에 살던 인구의 40배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 위에다 원전을 또 짓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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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1월 14일 당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왼쪽부터),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대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김영희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열린 최재형 감사원장 공익감사청구 기각처리 규탄 및 월성원전 안전성 조사위원회 설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 ⓒ 연합뉴스 |
그러나 이후 공개된 기록에 따르면 아이젠하워는 이 연설을 "심리전"이라고 표현했다. 군사적 긴장으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평화가 이야기될 때 다른 한쪽에서는 핵무기 경쟁이 계속됐다. 지금도 IAEA 헌장에는 '핵발전 촉진'과 '군사적 전용 억제'가 함께 적혀 있다. 평화를 말하면서 동시에 군사적 전용을 견제해야 했다는 것은, 핵발전이 핵무기와 같은 기술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전쟁 중 원전 사고는 핵무기와는 어떻게 다른 위험을 만들어낼까. 2011년부터 15년째 원전 소송을 이어오고 있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는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핵무기는 사실 방사성 물질의 양은 많지 않아요. 열폭풍 때문에 영향권 범위 내에 있는 이들이 순식간에 사망하는데요, 원전 사고는 달라요. 원자로뿐 아니라 사용후핵연료가 더 문제예요. 방사성 물질이 핵무기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장기간 광범위하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체르노빌 사고가 1986년이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반경 30킬로미터 이내는 사람이 살 수 없어요. 이렇게 전쟁 중 원전이 공격을 받으면 핵무기보다 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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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3월 당시 월성원전과 맞붙어 있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의 (오른쪽부터) 월성1,2호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
| ⓒ 이희훈 |
"지금 카타르에서의 LNG 공급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유럽은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47.4퍼센트나 돼서 충격을 훨씬 덜 받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에너지 안보를 말하면서 오히려 에너지 안보와 국가 안보의 위협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죠."
원전 확대가 계속되는 진짜 이유가 하나 숨어 있다. 김영희 변호사는 그 이유를 핵산업계와 관료 조직, 건설사, 언론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에서 찾았다.
"핵산업계, 핵공학자, 관련 관료 조직, 대형 건설사, 그리고 광고비를 받고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요. 정부는 그 기사들을 다시 '여론'으로 받아들이고요."
신한울 3·4호기가 완공되면 울진 한울 단지에는 원전 10기가 들어선다. 세계 어느 단지도 경험한 적 없는 밀집 규모다. 2011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전 10기의 위험이 1기의 10배가 아니라 최대 19~2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⁴
여러 원자로가 전력망과 냉각 설비, 비상 장비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고가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위험 평가는 신한울 3·4호기 허가 과정에서도, 고리2호기 수명 연장 과정에서도 법적 요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빠졌다.
원전은 국가보안 1급 시설이다. 비행금지 구역이고, 발전소 앞에서는 사진도 찍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보안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보다 내부 문제를 감추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고 김영희 변호사는 지적했다.
"원전 주변에서 방사능 감시 경보가 울려도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이 '오작동'이라고 하면 시민들은 그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소송을 해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규제기관이라기보다 한수원을 걱정해주는 기관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규제 대상인 한수원이 오히려 '갑'이고 규제를 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을' 같아요. 사실상 통제가 안 되고 있는 거죠."
휴전선으로 갈라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이 위험은 훨씬 더 구체적인 얼굴을 갖는다.
"고리나 울진처럼 원전이 10기씩 밀집된 지역은 전쟁 시 원전 위협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북한 잠수함이 동해에서 고리 원전을 공격하면 막기 어려워요. 전쟁이 나면 원전은 타격 1순위 표적입니다. 한 나라를 사실상 괴멸시킬 수 있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고요."
원자로를 직접 공격하는 것만이 핵발전소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아니다. 원전은 전기와 냉각수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작동한다. 원전 밖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송전선이 끊기거나, 냉각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오는 취수구가 막히기만 해도 원자로는 과열되고 핵연료가 녹아내릴 수 있다. 전쟁에서 이런 시설들은 원자로 자체보다 훨씬 쉬운 표적이 된다.
그중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특히 취약하다. 원자로는 두꺼운 콘크리트 건물 안에 있지만, 저장조는 그 바깥에 있다.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저장조에 불이 나거나 냉각이 끊기면 원자로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방사성 물질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
원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방식은 물리적 공격 외에도 있다. 2010년 이란 핵시설에는 '스턱스넷'이라는 악성코드가 침투했고, 핵연료 생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기기 약 1000기가 파괴됐다. 해킹이 실제 시설 파괴로 이어진 세계 최초 사례였다. 김영희 변호사는 한국의 사례도 들려주었다.
"원전 앞에서는 사진도 못 찍게 하면서 정작 원전 설계 도면이 인터넷에 돌아다닌 황당한 일도 있었어요. 한수원은 최근 5년 동안 285건의 해킹 시도를 받았고, 2020년과 2024년에는 한수원의 협력업체를 통해 72만 건 자료가 유출됐습니다. 그중 11만 건은 한수원의 원전 관련 기술 자료였어요.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준이었죠."
'화장실 없는 집'
원전의 시간은 공격과 사고의 순간이 끝난 뒤에도 무한에 가깝게 이어진다. 발전을 마치고 남은 핵연료, 즉 사용후핵연료는 아주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지하 깊은 곳에 10만 년 이상을 격리해야 한다. 10만 년이라니. 뭘 어떻게 해도 인간의 시간 안에 붙들 요량이 없는 단위 아닌가.
전 세계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실제로 운영하기 시작한 나라는 핀란드뿐이다. 한국에는 아직 공식 지정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없다. 사용후핵연료를 법적으로 고준위 폐기물로 규정하려면 '폐기'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정작 폐기물을 보낼 최종 처분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갈 곳을 찾지 못한 사용후핵연료는 지금도 각 원전 부지 안 임시 저장조에 계속 쌓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아홉 차례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핵폐기물을 버릴 곳 없는 원전은 오래전부터 '화장실 없는 집'에 비유돼왔다. 원전 전기가 싸다는 통념 역시 이 구조 위에 서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이나 사고 비용이 전기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니까 원전 전기가 싼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죠."
2026년에는 고리 원전 임시 저장조 포화율이 95퍼센트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 통계도 있다.⁵ 최근 국회에서는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 시설을 사실상 합법화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도 통과됐다. 김 변호사는 이 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홉 번이나 최종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는데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갈 데가 없으면 임시는 결국 영구가 되는 겁니다."
문제는 그 저장조들이 원자로를 감싼 콘크리트 건물 바깥에 있다는 점이다. 미사일과 드론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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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전. 설계수명이 다해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와 계속운전 절차를 밟고 있는 2호기, 그 옆으로 3·4호기의 모습이 보인다. |
| ⓒ 김보성 |
"저는 전기에 색깔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전 전기는 빨간색, 태양광 전기는 초록색. 그러면 사람들이 조금 더 빨리 의식이 바뀌지 않을까요?"
그 빨간 전기의 대가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울진과 경주, 부산 기장과 울산 울주 같은 원전 밀집 지역의 주민들이다. 원전 유치를 논의했던 삼척과 영덕 주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바로 옆 울진을 보라고. 거기 사람들이 정말 잘사는지 보라고. 건설 토목업자들만 배를 불리고 정작 주민들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김영희 변호사는 말했다. 우리는 모두 그들의 희생 위에서 전기를 쓰고 있다고. 그런데 이 희생은 생계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핵발전소는 평상시에도 미량의 방사성 물질을 내보낸다. 정부는 기준치 이하라서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김영희 변호사는 반문했다.
"아무리 기준치 이하라 해도 그걸 늘 마시고 살면 사람이 멀쩡하겠어요?"
서울대 의학연구원이 정부에 제출한 역학조사 결과, 원전 반경 5킬로미터 이내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30킬로미터 밖(대조지역) 여성의 2.5배였다. 정부와 법원은 원전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월성 원전 부지 내 지하수 10여 곳에서 삼중수소(방사성 수소)가 발견됐으며, 이중 월성원전 3호기 지하수 고인물에서는 기준치의 약 18배인 리터당 71만 3000베크렐이 검출됐다. 그런데 이 일은 2021년 언론을 통해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위험은 이처럼 흐려지고 감춰진 채 특정한 지역과 세대에 침전된다. 어떤 지역은 전기를 숨 쉬듯 소비하고, 어떤 지역은 오염과 재난의 위험을 온몸으로 떠안는다. 지금 세대의 전기는 다음 세대에게 수만 년 동안 사라지지 않을 폐기물의 시간을 남긴다. 김영희 변호사가 에너지 문제를 결국 정의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유다.
그런데 이 모두는 평시의 이야기다.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면,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전부 서막에 불과해진다. 전 세계를 통틀어 원전이 가장 빽빽하게 들어찬 나라에서 전쟁이 난다면.
나는 이재명 정부가 신규 원전 계획을 철회할 기회를 아직 잃지 않았기를 바란다.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지금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이들에 대한 응답이 아직 남아 있기를 바란다.
[필자 소개] 희음: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노동을 하면서 르포와 시, 에세이를 쓴다. 기후-생태운동, 동물운동, 평화운동을 여러 해 이어왔다. 르포 <공장이 사라지고 남은 얼굴들> <김용균, 김용균들>(공저)을 썼고 , 시집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를 펴냈으며, 에세이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 기후 시집 <여름, 연루> 등을 동료들과 함께 썼다.
덧붙이는 글 | 기획 공동진행 :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각주1. 기본적으로는 ‘핵발전소’라는 단어를 지지하지만 본 글에서는 보편 다수의 일상 용법을 때때로 따르며 ‘원전’ 또한 섞어서 사용한다. 각주2. 서울신문, 이곳 파괴되면 체르노빌급 재앙… ‘위기일발’ 이란 부셰르 원전, 2025.6.21.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50621601003 뉴스1, IAEA 사무총장 "이란 부셰르 원전 공격시 가장 심각한 결과 초래", 2025.6.20. https://www.news1.kr/world/middleeast-africa/5821082 각주3. 한겨레, 2033년 한국 원전 밀집도 프랑스의 3배로…다수호기 위험 평가 없이 허가, 2026.2.12.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244619.html 각주4. 한겨레, 미국의 30배…‘초고밀집’ 한국 원전 미어터진다, 2026.2.12.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244619.html 각주5. 한국경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위기…고리 포화율 95%, 2025.9.14.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91428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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