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Story]②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생존 증명하는 'ABL 2.0'"
기술이전 시점 늦춰 '딜 단가' 키운다
로열티 유입으로 '바이오파마' 전환 정조준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금 'ABL 2.0' 단계"라며 성장에서 생존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연구원 14명으로 출발해 34개월 만에 상장하고 임직원 120여 명의 기업으로 몸집을 키운 첫 10년이 빠른 외형 성장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여기에 '지속가능성'을 더해야 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장보다 생존을 앞세우는 이유에 대해 "성장 자체는 오히려 쉽고, 정작 어려운 건 상장 이후 스스로 돈을 벌며 살아남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력으로 생존하려면 기술이전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선급금과 기술료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 고리가 멈추면 회사는 외부 자금에 기대야만 한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상장 때 거래소에 제출한 실적 전망을 지키는 경우가 드문 것도 이 고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 탓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ABL 2.0 전략의 핵심이 '기술이전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인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비임상 단계 계약의 선급금은 통상 수천만 달러에 그치지만, 임상 1상을 마친 물질을 넘기면 1억달러를 웃도는 선급금에 더 큰 단계별 기술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초기 물질을 서둘러 팔지 않고 가치를 키운 뒤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통하려면 빅 파마가 임상까지 기다릴 만한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무기는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해 약물을 뇌로 실어 나르는 셔틀 플랫폼 '그랩 바다-B'다. 이 대표는 경쟁력을 희소성과 확장성으로 정리했다. 희소성은 당장의 강점이다. 그는 "한국이 대부분의 기술에서 중국에 뒤처지지만, BBB 셔틀만큼은 어느 중국 기업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확장성은 증명해야 할 과제다. 그는 자사의 인슐린유사성장인자 수용체(IGF1R)도, 경쟁사들의 트랜스페린 수용체도 모든 모달리티에 만능은 아니라며 기존 셔틀을 뛰어넘는 '바이오 베타'를 계속 내놓아야 플랫폼의 수명이 길어진다고 봤다. 셔틀에 실을 '화물'을 넓히는 차세대 전략이 여기서 출발한다.

그 첫 단추가 소형 간섭 리보핵산(siRNA)이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핵심은 'IRNA에는 관문이 두 개'라는 점이다. 항체는 혈액뇌장벽을 넘어 세포 밖 단백질에 결합하면 역할이 끝나지만, IRNA는 장벽을 통과한 뒤 신경세포인 뉴런 내부까지 들어가야 약효를 낸다. IGF1R은 뉴런에 진입하는 능력이 트랜스페린 수용체에 견줘 더 높다. 그래서 '화물 운반의 난도'가 높아질수록 자사 셔틀이 유리해진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두 번째 관문을 넘기 위해 그랩 바다-B의 형태와 구조를 바꾼 변형 버전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이를 "기존 BBB 연구자들도 상상하지 못한 형태"라고 표현했다. 변형 셔틀 데이터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중 공개되며, 일라이 릴리와 진행 중인 IRNA 협업에 곧바로 접목될 수 있다.
확장의 또 다른 축은 두 표적을 동시에 공략하는 '듀얼 셔틀'이다. 경쟁사들이 'CD98 HC'로 듀얼 셔틀을 만들었지만, 이 표적은 뉴런에 들어가지 못해 항체 전달에만 쓸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반면 에이비엘바이오는 트랜스페린 수용체와 IGF1R을 결합해 항체와 IRNA 모두에서 효율을 높이는 형태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이미 두 가지 버전을 확보했고 AI로 새로운 셔틀 표적도 서너 개 발굴해뒀다. 항체와 IRNA를 넘어 효소·단백질로 화물을 넓히는 구상도 있지만, 검증 부담이 큰 만큼 단독 개발보다 외부 협업이나 라이선스를 저울질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그리는 종착점은 'ABL 3.0'이다. 임상 2상 이후 물질을 두 개가량 확보하고 상업화 로열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바이오와 제약의 중간에 선 '바이오 파마'로 올라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제넨테크·암젠·리제네론을 모델로 꼽았다. 다만 플랫폼은 상대가 가져가 직접 개발하는 만큼 높은 로열티 규율을 끌어내기가 어렵다. 그가 다음 단계에서 단순 기술이전을 넘어 공동개발로 수익 배분율을 끌어올리려는 이유다. 그는 "플랫폼은 임상으로 검증되는 순간 가치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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