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장 후보들 '개발 개발 개발'... 원주민 대책은 외면

신상호 2026. 5. 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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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개발 공약의 환상 ④] 서울 구청장 후보 78.7% '개발' 공약에 용적률 완화 등 '수익 극대화'초점

[신상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 반포구 한강변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사(반포디에이치클래스아파트)가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자치구청장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이 '부동산 개발'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규모 개발로 인한 원주민 내몰림과 주민 갈등 등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공약은 외면받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서울시 25개 자치구청장 선거 후보 61명의 5대 공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 후보자 61명 중 48명(78.7%)이 주택 개발(재개발과 재건축, 정비사업 등)을 5대 공약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이나 지역에 관계 없이 '개발 사업'은 사실상 '서울시 표준 공약'처럼 굳어진 모양새다.

개발 공약들의 단어 분포를 보면 '재개발'은 122회, '재건축'은 108회, '정비'는 185회나 등장했다. 서울시내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재개발·재건축 공약이 최소 1건 이상은 등장했다. 구별로 개발 공약 등장 횟수를 보면, 강서구와 동작구, 성동구의 경우 각각 5건, 강북구와 광진구, 성북구는 각각 4건으로 빈도 수가 높았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초고속 재건축·재개발 공약

이렇다보니 강남구와 양천구 등에서 맞붙는 구청장 후보들이 낸 공약들은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다. 강남구청장 선거에 나선 김형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번 공약으로 초고속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제시했다. 김 후보와 맞붙는 김현기 국민의힘 후보 역시 '강남 재건축·재개발 임기 내 속도전'을 첫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천구청장 선거에 나선 우형찬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재건축·재개발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1번 공약으로 걸었다. 그러면서 재개발 재건축 전문가 지원단을 상설 운영하고, 재건축정보센터를 설치해 현장 중심 개발 사업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이기재 국민의힘 후보도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감 있는 추진'을 하겠다면서 구청 내 재건축·재개발 전담부서 신설 및 전문인력 대폭 확충 등을 약속했다.

구청장 후보들이 내미는 또다른 공약은 '고밀 개발'이다.

<오마이뉴스> 분석 결과,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 7명, 더불어민주당 4명, 개혁신당 1명이 각각 용적률 확대, 역세권 종상향, 고도제한 완화 등 고밀 개발을 공약했다.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의 경우, 새로 짓는 아파트 세대수를 많이 늘려야 일반 분양을 통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용적률이 확대되면 그만큼 새롭게 짓는 아파트 세대 수나 건물 면적도 늘어난다. 결국 고밀 개발 공약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주와 토지주들의 수익을 극대화해주겠다는 공약과도 같다.

특히 동작구청장에 도전하는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동작대로변 용도지역 상향)와 김정태 국민의힘 후보(도심복합개발 특례, 용적률 최대 1300%), 박일하 개혁신당 후보(사당-이수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용적률 최대 800%) 등은 모두 도심 고밀 개발을 5대 공약으로 내걸었다.

진보 정당 빼곤 원주민 대책 부실
 서울시 자치구청장 후보자 공약 분석 결과, 재개발 재건축 공약은 대부분 후보가 공약했지만, 원주민 보호 등 대규모 개발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공약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 신상호
반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따른 원주민 이탈, 주민간 갈등 등 부작용을 고민하는 공약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구청장 후보 61명의 5대 공약 305건을 통틀어 원주민과 세입자 재정착을 언급한 건수는 18건이다. 후보자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3명, 국민의힘 5명, 진보당 2명 등으로 나타났다. 단어 분포를 보면 '재정착'은 3회, '원주민'은 5회, '젠트리피케이션'은 3회, '세입자'는 10회로 각각 나타났다.

앞서 개발사업 관련 단어들이 1개당 100차례 넘게 언급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는 전체적인 서울 자치구청장 공약 구도에서 원주민 이탈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작다는 걸 뜻한다.

이런 가운데, 강서구청장에 출마한 이미선 진보당 후보는 원주민 재정착률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5대 공약문을 통해 '화곡동 등 원도심 재개발 시 공공임대 20% 의무화 및 원주민 재정착률 50% 목표를 조례로 명시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홍희진 진보당 성북구청장 후보도 정릉골 재개발 구역 세입자 대책, 세입자 우선 보호 지원 제도 마련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형곤 강남구청장 후보(더불어민주당)은 주민·조합·세입자 갈등조정 지원 강화, 우형찬 양천구청장 후보(더불어민주당)은 도시정비구역 내 세입자 지원책 마련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진선 강서구청장 후보(국민의힘)은 원주민 재입주 시 취득세 50% 감면, 광진구청장 선거에 나선 김경호 후보(국민의힘)도 원주민 재정착 적극 지원 주거안정기금 세입자 보호 인센티브제 시행을 공약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개발사업 등 용적률 상향 공약은 행정 권한을 이용해서 표 장사를 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그런 개발 사업도 문제가 많은데 주민들에게 달콤한 미래만 얘기하면서 무작정 도장을 찍게 만들고, 주민 동의율도 턱없이 낮춰놓아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밀려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문제는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재개발 대상지역의 경우 세입자들의 비율이 60~80%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개발이 진행되면 이들이 내몰리면서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은 거의 모든 재개발 사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였고, 앞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대책은 후보들 공약에서조차 후순위로 밀려있고 점점 더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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