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중복검사 줄이고 전원 시간 단축…복지부, 진료정보 연계 AX 추진
지역 인프라 격차 문제 시급
“지방 의료원 기술개선 지원”

“선생님. 일어나서 화장실도 가고 평소랑 똑같았어요. 식사 중에 갑자기 이상해졌습니다.”
“김성호(가명)님 양팔을 앞으로 들어보세요. 오른팔이 많이 처집니다. 이번에는 눈을 감고 이빨을 보여주세요. 오른쪽 얼굴 움직임도 약간 떨어져 보입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을 찾은 한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며 진료를 보는 동안 컴퓨터 화면에는 환자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정리됐다. 인공지능(AI)이 환자의 증상과 소견, 과거 진료기록을 종합해 전원 의뢰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것은 물론 전원할 병원에 보낼 영상·사진 자료도 첨부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진료정보 연계를 위한 AX 기술 시연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의료 현장에 도입될 AI 기반 환자 의뢰·회송 체계를 선뵀다.
복지부는 수도권 일부 권역 책임의료기관과 지역 공공병원 등을 중심으로 해당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강원·전남 등 3개 권역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한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인프라를 깔고, AX 스프린트 사업을 본격 가동한 뒤 내년에는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체계가 구축되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일상 건강관리부터 동네 의원, 지역병원, 대학병원 진료까지 의료 서비스 전 과정을 단계별로 AI에 얹어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마다 진료 정보를 자동으로 요약·공유할 수 있게 된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기술연구센터장은 “의무기록을 복사하면 5년, 10년 치 노트에 검사 기록까지 쏟아지다 보니 짧은 시간에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이런 것들은 이제 AI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선 지역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간 환자 의뢰·회송 체계가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의료원과 지역 응급실이 중증환자를 상급병원에 전원할 때마다 겪던 ‘응급실 뺑뺑이’ 문제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다만 수도권과 지방 의료기관의 기술·인프라 격차가 있어 시스템이 안착하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은 “지방 공공의료 현장에는 아직 전자의무기록(EMR)조차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곳이 많고, 지역·필수의료 붕괴로 인력과 재정이 모두 빠듯하다”며 “지역 공공병원의 강화와 안정적 운영에 대한 지원이 선행되지 않으면 AX 사업도 또 하나의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GPU 등 인프라 보급 일정에 맞춰 지방 의료원의 EMR 등 기술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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