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 하고 은퇴하려 했는데…” 루키 시절 꿈 이룬 박민지 “이제 다시 공격 골프”
nh수협은행 MBN여자오픈 5타차 대역전 드라마 완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세’ 박민지가 KLPGA투어 통산 20승 고지를 밟았다.
박민지는 31일 경기도 양평군 더스타휴 골프 앤드 리조트(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 원)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박민지는 ‘루키’ 김지윤의 추격을 2타 차 2위(최종합계 8언더파 204타)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 통산 20승째를 거뒀다. 2020, 2021년 대회에 이어 대회 최초의 3승이다.
KLPGA투어 통산 20승 달성은 구옥희, 신지애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2000년대 활동 선수로는 최초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10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박민지는 이날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을 수립하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박민지는 2017년 데뷔해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이후 2020년까지 매년 1승씩을 추가한 박민지는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6승씩을 몰아치며 KLPGA투어의 압도적인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23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우승(단일 대회 3연패)으로 17승째, 2023년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연패로 통산 18승째, 2024년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KLPGA 역사상 최초의 단일 대회 4연패로 통산 19승째를 거둔 뒤 2년 가까이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다 ‘약속의 땅’ 더스타휴에서 20승의 마지막 퍼즐을 꿰맞췄다.
20승 달성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삼차신경통’이라는 희귀 질환과 싸워야 했다. 삼차신경통은 삼차신경에 손상이나 압박이 발생해 얼굴 감각 이상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각고의 투병 끝에 병마를 이겨낸 박민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아왔다.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성적에 연연했다면 지금은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로 행복을 느끼게 됐다.
당연히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작년 시즌에는 상금랭킹 40위, 올해도 이 대회 전까지 상금랭킹 39위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우승자 시드가 만료되므로 당장 내년 시드를 걱정해야할 처지까지 됐다.
그랬던 박민지가 진짜 박민지로 돌아온 것이다. 1번 홀(파5)과 3번 홀(파5), 5번 홀(파3)에서 징검다리 버디로 전반 9홀에서 3타를 줄였을 때만 해도 그의 5타차 대역전 드라마는 각본에 없었다.
상승 모드로 돌아선 박민지는 10번과 11번 홀(이상 파4) 연속 버디에 이어 13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승부처인 16번 홀(파3)에서 1m 가량의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5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1타 차 클럽하우스 리더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챔피언조에서 1타 차이로 우승 경쟁을 펼쳤던 김지윤이 17번 홀(파4)에서 3m 가량의 파 퍼트를 놓치면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민지는 퀵 인터뷰에서 “평소 연습할 때 20승 소감을 어떻게 말할 지 생각했는데 막상 우승하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며 “올해로 우승자 시드가 종료된다. 시드 부담을 안고 올 시즌 임했다. 책을 많이 읽고 연습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준 덕에 우승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30등, 20등으로 출발해도 떨리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은 첫 홀부터 떨리지 않았다. 선두랑 타수 차이가 많이 나서 편안하게 쳤다”며 “16번 홀에서 내 위치가 궁금했는데 캐디 오빠가 알려주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리더보드는 마지막 홀에 와서 봤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돌아 보았다.
박민지는 또 “2017년 루키 시즌 때 20승하고 은퇴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렇게 빨리 할 줄 몰랐다. 후배들과 많은 분들의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20승까지 적극 도움주신 후원사에 감사드린다. 이제 우승도 했으니 내 플레이 스타일인 공격 일변도 플레이를 펼치도록 하겠다. 이 위치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지현과 노승희가 공동 3위(최종합계 8언더파 205타)로 대회를 마쳤다.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임하며 시즌 첫 2승에 도전했던 유현조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김수지, 이승연, 장은수와 함께 공동 5위에 입상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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