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금리 내려갈 줄 알았는데…영끌·빚투 덮친 ‘이자 공포’

서울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지난해 초 6개월 마다 이자율이 달라지는(금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2.50%까지 내려와 있었고,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에 김씨는 주저 없이 변동금리를 택했다. 1년 여가 지난 지금 적용금리는 이미 대출을 받았을 때보다 오른 데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 김씨는 “이미 적용금리가 대출받을 때보다 올라 매달 갚을 돈이 부담스러워졌는데, 기준금리까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이자 부담이 더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3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준거금리로 쓰이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AAA·무보증)는 연 4.280%(28일 기준)로 올해 최고치이자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금융채 6월개물 금리도 연 3.001%로 3%대를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뛴 배경에는 지난 28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 21개 중 19개가 인상에 몰렸고 인상 소수의견도 나왔다. 시장은 이를 확실한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였다. 고정형 주담대에 반영되는 장기 금리와 변동형 대출·은행 조달비용에 영향을 주는 단기 금리가 함께 움직인 이유다.
고금리 부담을 견디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고 빚투(빚내서 투자)해온 차주 입장에선 “버티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계산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 은행 대출금리는 오름세다. 지난 28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형 5년 금리는 연 4.25~7.11%로 집계됐다. 오는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실제 인상되면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대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규·대환 수요자는 높아진 금리에 주저할 수밖에 없고, 기존 변동형 차주는 은행 조달금리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원리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가계의 빚 규모는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도 올 4월 3조5000억원 늘었고, 주택담보대출 역시 5조5000억원 증가하며 전월보다 증가 폭을 키웠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빚투 자금도 빠르게 불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36조원대를 웃도는 가운데 은행권 신용대출까지 급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28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9909억원으로 4월 말보다 2조6496억원 증가했고,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41조9303억원으로 한 달 새 2조142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주담대 증가액은 250억원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가 오를 때는 빚이 수익률을 키우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가 먼저 수익률을 갉아먹는다”며 “조정장이 오면 반대매매 위험까지 겹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자 부담은 소비 여력에도 영향을 준다. 국가데이터처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 늘었지만,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3만9000원으로 3.1% 줄었다. 이자비용은 6.6% 늘었다. 고환율과 고유가로 원가 부담이 커진 기업도 금리까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과 이자비용 증가라는 ‘삼중고’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취약차주 부담 때문에 한은이 금리 인상을 망설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려워졌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취약차주 문제에 통화정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취약차주나 분배 문제, 금융포용 같은 문제는 다른 정책을 쓰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성장률과 물가, 환율 흐름을 보면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진 것은 맞다”며 “다만 금리 상승의 충격은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에 집중될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은 전체 경제 여건에 맞춰 운용하되 상환 능력이 약한 부문은 재정정책 등으로 선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김다영 기자 kim.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페이스X 상장 후 폭락”…그때 쟁여라, 10배 오를 K유망주 | 중앙일보
- 첫째 아들 조울증 10년 뒤…“난 예수야” 둘째까지 덮쳤다 | 중앙일보
- 여중생 “쌤과 그 여관 못잊어”…S대 출신 미남교사 끔찍 실체 | 중앙일보
- “촬영 중 강압적 성관계” 여성 출연자들 폭로…영국 인기 예능 결국 | 중앙일보
- 집단 성관계 모임에 촬영까지…‘회원 6000명’ 충격의 불법사이트 | 중앙일보
- “비릿한 썩은내 진동” 올레길 걷다 흠칫…제주 점령한 불청객 정체 | 중앙일보
- 아픈 딸 둔 가장에게…김선태, 550만원 중고차 ‘2500원’에 넘겼다 | 중앙일보
- 초록불에 진입했는데 웬 과태료? 교차로 ‘꼬리물기’의 함정 | 중앙일보
- 61세 약쟁이에 “오빠 사랑해”…탈북 여성 마약왕 감방 연애 전말 | 중앙일보
- 아홉 손가락 ‘한총련 그놈’…호프집 20곳 돌며 성폭행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