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 전개에 마르세유 턴까지…이기혁, 홍명보호 새 옵션으로 [쿠키 초점]

김영건 2026. 5. 3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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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토바고전 왼쪽 스토퍼 선발 출전…홍명보호 데뷔
정확한 전환 패스·전진 패스로 후방 빌드업 기여
월드컵 앞두고 새 수비 옵션 확인
이기혁이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A매치 평가전에 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기혁이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자신의 발탁 이유를 증명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A매치 평가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점검 구간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 상대 전력 차를 감안하더라도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5골을 넣은 공격진이 표면적으론 돋보였지만, 후방 빌드업을 담당한 수비진에선 이기혁이 가장 돋보였다.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로 선발 출전한 이기혁은 절묘한 전환 패스을 연달아 찔러넣었다. 후방에서 공을 잡았을 때 옆으로 돌리지 않고, 왼발 롱패스로 반대 전환을 시도했다.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도 과감하게 시도했다. 전반 44분에는 옌스 카스트로프, 손흥민과 삼각 패스까지 선보이며 자신이 발밑이 좋은 수비수임을 증명했다. 후반 40분에는 마르세유턴으로 상대 압박을 벗겨내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이기혁은 왼쪽에서 카스트로프, 배준호와 함께 라인을 형성했다. 상대가 공을 잡으면 빠르게 압박에 가담했고, 측면으로 밀려 나가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달려들기보다 간격을 유지했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도 같은 경기력이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이날 경기에서는 수비수로서 기본 안정감을 보여줬다.

왼발잡이 수비수인 이기혁은 올 시즌 강원 수비진의 핵심으로 뛰고 있다. 라운드 베스트11에 네 차례 선정될 정도로 경기력도 좋았다. 센터백뿐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평가를 받았다.

다만 최종 명단 발표 당시만 해도 이기혁은 낯선 이름에 가까웠다. A매치 경험은 단 1경기에 불과했다. 김민재와 조유민, 이한범 등 기존 센터백 자원에 비해 국제무대 검증이 부족했다.

이기혁이 지난해 2월 경남 남해군 남해스포츠파크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건 기자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기혁을 포함했다. 당시 홍 감독은 “이번 명단을 구성하면서 멀티 능력을 중요하게 봤다”며 “이기혁은 중앙 수비, 미드필더, 왼쪽 풀백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왼발을 쓰는 수비수, 후방 빌드업 능력,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활용도가 홍 감독을 사로잡았다.

첫 경기부터 선발 기회를 잡은 이기혁은 자신의 가치를 그라운드에서 모두 보여줬다. 이기혁의 장점은 홍명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상대 압박을 한 번에 벗겨내는 첫 패스가 중요하다. 한국은 그동안 후방 빌드업에서 황인범, 이강인 등 중원 자원에게 부담이 쏠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기혁처럼 수비 라인에서 전진 패스를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공격 전개 출발점이 다양해진다. 손흥민, 배준호, 황희찬처럼 공간을 파고드는 선수들을 더 빠르게 활용할 수도 있다.

전술적 유연성도 크다. 이기혁은 센터백뿐 아니라 왼쪽 수비수,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스리백에서는 왼쪽 스토퍼로 빌드업에 관여하고, 포백 전환 시에는 왼쪽 센터백 또는 측면 수비 백업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기 중 전형을 바꿔야 하는 월드컵 무대에서 이런 멀티 자원은 엔트리 운용 폭을 넓힌다.

물론 한 경기로 모든 검증이 끝난 것은 아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본선에서 만날 팀들보다 압박 강도와 전환 속도가 떨어졌다. 이기혁이 더 강한 상대를 상대로도 같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남은 평가전과 본선에서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이기혁은 ‘깜짝 발탁’이라는 꼬리표를 조금은 떼어내고 합격점을 받았다. 홍명보호가 ‘이기혁’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얻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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