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오자…AI가 전원의뢰서 쓰고 상급종합병원 연결"

조인경 2026. 5. 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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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음성 EMR·OCR 연동한 초응급 전원 시나리오 공개
내달 '보건의료 전주기 AX 스프린트 사업' 본격 착수
서울·강원·전남 공공병원서 우선 시범 실증

"지금 보라매병원에 환자분이 외래진료를 온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데, 그 내용이 여기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내용이 채워질수록 급성 뇌졸중 프로토콜로 전환하는 것이 보이죠? 교수님이 초응급 상태로 판단해 전원 결정을 내리면 바로 전원의뢰서가 자동으로 생성되고요, 각종 검사 결과지와 문서들이 같이 첨부돼 주변 상급종합병원에 진료 요청을 넣게 됩니다.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전원을 수락했네요. 환자분이 이곳으로 옮겨지는 동안 서울대병원에선 비어있는 신경외과 수술방을 자동으로 확인하고 빠르게 배정해 곧바로 수술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윤덕병홀에서 열린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기술 시연회'에서 김태훈 인프메딕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실제 의료 현장을 가정해 2차 병원 응급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조인경 기자

지난 29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기술 시연회'.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환자 의뢰·회송 체계 기술을 통해 2차 병원(지역)과 3차 병원(권역 상급종합병원)이 환자 진료 정보를 주고받고, 이를 통해 환자가 더 빠르게 응급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과정이 소개됐다.

우선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며 구두로 입력한 내용이 '음성 EMR(전자의무기록)' 기술을 통해 즉시 텍스트로 전환되고, AI는 수많은 진료 데이터 중 핵심 정보를 추출해 '전원의뢰서'를 자동으로 요약·생성했다. 환자가 상급병원으로 전원된 후에도 AI 기반 OCR(광학문자인식) 스캔 기술을 통해 환자가 가져온 외부 진료기록을 순식간에 디지털화하고 핵심 병력과 검사 결과를 요약해 제공한다. 복잡한 병리 판독문 리뷰는 물론 마취 전 상태평가지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환자가 수술과 회복을 마친 후에는 퇴원기록지까지 생성해냈다. 시연을 진행한 김태훈 인프메딕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복 검사를 방지하고 번거로운 서류 수작업을 최소화함으로써 초응급 상황에서 의료진이 환자 대응에 집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시연된 AI 기술을 바탕으로 다음 달부터 '보건의료 전주기 인공지능 전환(AX) 스프린트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정부 11개 부처가 총 754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추진하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복지부 분야에서는 만성질환 관리 및 진료 연계 등 6개 과제에 총 90억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사업과 연계해 대규모 컴퓨팅 자원(GPU) 및 공공 AX 전용망 등을 전폭 지원한다. 특히 개별 병원의 EMR과 의료영상 저장 전송시스템(PACS)에 AI를 직접 연동해 의료 현장에서 환자 의뢰·회송 절차가 자동화하도록 시스템을 실증하고 구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료 인프라와 권역별 특성을 고려해 서울(서울대병원-서울의료원), 강원(강원대병원-영월의료원-강릉의료원-평창 보건의료원), 전남(전남대병원-광주기독병원) 등 3개 권역을 우선 시범 실증 지역으로 지정해 사업을 수행한다. 연미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헬스기획팀장은 "단기간 내에 시장 진입과 현장 적용이 가능한 AI 기술을 매개로 책임의료기관 간 진료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간 건강 격차를 해소하는 지능형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진행된 정책간담회에선 의료 AI 확산 및 정보 교류에 앞서 지방 공공의료원과 대학병원 간의 극심한 전산 인프라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공공 GPU 인프라 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용진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공공의료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초고성능 GPU 인프라를 구축할 여력은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공공의료 전용 데이터센터나 GPU 센터를 확보해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숙 강원대병원 공공부원장 역시 "지방 의료원은 AX 활성화를 위한 원내 지원이나 전산 전담 인력이 전무하다"며 "권역 책임의료기관 중심의 공공의료 AX 지원센터 등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정희 서울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서울의료원 산하 동부·북부병원 등 공공병원끼리도 사용하는 EMR이 제각각이라 데이터 통합과 공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기초적인 시스템 통합의 시급성을 피력했다.

이번 AX 전환 시도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우리 의료 생태계를 재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은 "현재 지역·필수의료 붕괴는 공공의료의 약화가 원인"이라며 "첨단 IT 의료 및 AI 모델의 보급은 공공병원의 인력 공백을 메우고 권역-지역 병원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확립해 무너진 의료공공성을 회복하는 강력한 지원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대형 민간 병원들이 AX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 정부가 공공의료 분야 투자를 놓치면 그 격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질 것"이라며 "공공의료 AX 보강에 가용 자원을 집중하는 등 AI를 개별 병원의 EMR, PACS와 신속하게 연동해 환자들에게 끊김 없는 진료를 보장하고, 중복 검사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막는 스마트 의료 인프라를 속도감 있게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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