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9년, 끝나지 않은 고통”…400㎞ 걸어 대법원 앞에 서다

포항 촉발지진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된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포항 시민들이 400㎞ 국토대장정에 나서며 국가 책임 인정과 신속한 사법 판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난 2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정의판결 촉구문’을 제출하며 11일간의 국토대장정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토대장정은 지난해 지진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 상고된 지 1주기를 맞아 진행됐다. 범대본은 장기화된 재판과 피해 회복 지연 문제를 알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행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진은 지난 19일 포항시청을 출발해 영천·의성·문경 등을 거쳐 충북과 수도권을 지나 서울까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40㎞에 이르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총 400㎞를 걸었고, 당초 14일 일정이던 행진은 상고 1주기에 맞추기 위해 11일로 단축됐다.
행진 과정에서는 참가자들의 부상과 피로 누적 등 어려움도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는 발 부상으로 치료를 받으며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끝까지 행진을 이어갔다고 범대본은 전했다.
전체 구간을 완주한 황상봉(75·포항시 해도동) 씨는 “매일 새벽에 출발해 하루 12시간 가까이 걸었지만, 국민들과 대법관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며 “순교자를 떠올리며 순례길을 걷는 심정으로 1000리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포항 죽도동 주민 김선군 씨는 “국토대장정을 하며 전국 시민들을 만나보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포항지진 배상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었다”며 “국민들도 포항시민들의 억울함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범대본은 이번 행진이 피해 시민들의 생존권 회복과 국가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상징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지진 발생 이후 9년째 이어지고 있는 피해와 고통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로부터 ‘아직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반응이 많았다”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범대본은 이날 제출한 촉구문에서 포항 촉발지진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 피해 시민 권익 회복, 신속하고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 등을 요구했다.

모성은 범대본 의장은 “포항시민들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 회복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며 “대법원이 더 이상 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지열발전으로 인한 촉발지진으로 판명됐다. 2023년 포항촉발지진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법원은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2025년 5월 항소심에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의 상고심 단계에 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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