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온라인게임 접속까지 차단한 이유…대공세 준비하나[시사쇼]

이현우 2026. 5. 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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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1억넘는 러 게임시장 위축
우크라 대공세 전 정보통제 의혹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최근 러시아에서 온라인 게임 접속을 대대적으로 차단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사상에 끼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러시아 안팎에서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시점에서 온라인게임을 통한 해킹 방지를 위한 군사적인 조치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유저 1억명 넘는 세계 10위권 러 게임시장, 갑자기 차단
AP연합뉴스

러시아는 생각보다 거대한 게임 시장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게임을 즐기며, 온라인 게임 이용자 수는 1억명을 웃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기준 세계 10위권의 규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이후에도 러시아는 서방의 많은 기업을 제재했지만 게임사만큼은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요 온라인 게임의 접속이 하나둘 차단됐고, 이제 러시아 서버에서 접속하는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까지 나온다. 러시아 당국은 서방의 역사관과 러시아 혐오 정서가 게임 속에 스며들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안팎의 어느 누구도 이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러시아 당국의 실제 우려는 따로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온라인 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층은 청소년이 아니다. 20~30대 청년 인구 대부분이 전쟁터에 동원된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온라인 게임의 최대 이용자는 전방에 배치된 군인들이 됐다.

문제는 현대 온라인 게임의 구조에 있다. 대부분의 게임은 위성항법장치(GPS) 기반 위치 정보를 활용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자동으로 연동된다. 이 연결고리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게는 절호의 해킹 경로가 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 엑스(X) 등 SNS 해킹을 통해 러시아군의 동선을 파악하고, 고위 장교 암살 작전이나 정밀 무인기(드론) 공격에 활용해왔다.

러시아군이 뒤늦게 SNS 접속 통제를 강화하자, 우크라이나 정보부는 우회로로 온라인 게임 계정 해킹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 아이디에 연동된 개인 정보와 위치 데이터를 탈취해 군 기지 위치를 특정하거나, 드론 표적 좌표를 계산하는 데 쓴다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게임 접속을 전면 차단하기로 결심한 배경이 바로 이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크라 대공세 작전 위한 정보통제 의혹
AP연합뉴스

게임 차단의 두 번째 이유로는 임박한 대규모 군사 작전과의 연관성이 지목된다. 러시아는 지난 24일부터 수백 대의 드론·미사일을 키이우에 집중 투하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물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까지 동원됐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당국은 대공습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주장 중이다.

지난 25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례적으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키이우 주재 미국인은 전원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외교 채널을 통한 이 같은 직접 경고는 대규모 군사 작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읽혔다. 각국 대사관들이 실제로 키이우를 떠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더 심각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선이 계속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러시아가 키이우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국제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 4년 동안 줄곧 '선'으로 여겨지던 그 경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가능성은 러시아 스스로도 함부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전술 핵이 실전에 사용되는 순간, 트럼프 행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직접 개입을 촉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러시아가 석유를 계속 구매해주며 경제적 생명줄을 이어주고 있는 중국도, 핵전쟁으로 비화될 경우 러시아 편에 계속 서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온라인게임 차단 하나에 드러난 전쟁의 무게

이런 여러 정황 떄문에 러시아의 온라인 게임 차단은 표면적 이유 외에 여러 목적이 숨어있을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쟁 4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의 초조함과 계산, 그리고 임박한 대공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군인들의 위치 정보를 보호하고, 정보 해킹 경로를 차단하며, 대규모 작전을 위한 전쟁 보안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것, 바로 그 목적이다.

올 여름 우크라이나 동부 핵심 전선지역인 도네츠크주를 둘러싼 전투가 이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러시아가 현재 도네츠크 점령지 비율을 75%에서 100%로 넓힐지, 우크라이나가 방어선을 사수할지 결과에 따라 휴전 협상의 판도가 바뀌고, 유럽의 안보 지형이 재편될 수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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