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그 페라리인가” 교황도 탑승했다…바티칸 등장한 전기차
지난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 여름 별장 마당에 돌연 흰색 페라리 한 대가 등장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직접 운전석에 올라 차량 내부를 둘러봤고, 옆에 선 존 엘칸 페라리 회장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보였다. 공개 영상에서 교황은 “이게 문 네 개 달린 첫 페라리인가”라고 물었고, 엘칸 회장은 “첫 번째 5인승 모델”이라고 답했다. 페라리 측은 이날 교황에게 차량 운전대도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이날 공개된 차량은 페라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Luce)’다. 이탈리아어로 ‘빛’을 뜻한다. 이번 만남을 두고, 최근 전기차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는 페라리가 교황과의 만남을 통해 브랜드 상징성과 고급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은 “페라리가 전기차 시대에도 기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 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루체는 최고출력 1000마력, 530㎞ 이상 주행거리를 내세운 페라리 최초의 전기차다. 하지만 공개 직후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페라리 주가는 밀라노 증시에서 8% 넘게 떨어졌다.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의 맷 프라이어 편집장은 AP통신에 “전통적인 페라리 느낌이 강하진 않다”며 외관을 지적했다.

교황과 페라리의 만남은 언뜻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교황청과 자동차 업계의 탄탄한 관계는 100년이 넘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30년 교황 비오 11세(재위 1922~1939)에게 차량을 제공한 이후 지금까지 교황 전용차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교황 전용차인 ‘포프모빌(Popemobile)’은 종교 권위와 자동차 산업의 결합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뿐 아니다. 역대 교황들은 피아트·람보르기니 등과도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는 과거 페라리 엔초를 기증받은 뒤 자선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번 만남은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와 인공지능(AI) 등 급격한 기술 변화 국면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레오 14세는 지난 25일 첫 회칙 발표회에서 AI 기술을 성경 속 바벨탑에 비유하며 “모두가 또 하나의 바벨탑 건설을 멈추고 공동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기술 윤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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