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만 3번째 유행인데…에볼라 ‘분디부교’ 백신 왜 없나

하수영 2026. 5.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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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2일 서아프리카 국가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도심에서 한 남성이 에볼라 경각심 벽화 옆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에볼라 바이러스 변종인 ‘분디부교(Bundibugyo)’가 의심 환자 1000명을 넘어서면서, 과거 두 차례 유행이 있었음에도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민주콩고 공중보건비상대응센터는 “현재까지 에볼라 의심 사례 1077건과 의심 사망자 238명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인접국인 우간다 보건부도 이날 “자국 내 누적 에볼라 확진자가 모두 9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주 부니아 외곽 르왐파라에서 지난 21일, 개인보호장비(PPE)를 착용한 콩고 의료진이 에볼라로 숨진 환자의 관을 이동식 트레일러에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분디부교 유행은 아프리카에서만 세 번째다. 미국 CNN에 따르면 2007년 민주콩고와 우간다의 국경 지역에서 사망자 42명이 보고됐고, 2012년엔 민주콩고에서 사망자가 13명 발생했다.

그럼에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무한 이유는 뭘까. 장 카세야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아프리카 CDC)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분디부교 유행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벌어진 문제였다면, 치료제와 백신이 이미 마련됐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장 카세야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아프리카 CDC)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분디부교 확산에 우왕좌왕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자이르형 에볼라에 비해 위험성이 과소평가됐다는 점이 꼽힌다. 자이르형은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유행과 2018~2020년 민주콩고 유행 당시 각각 1만1000여 명, 30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를 계기로 개발된 백신 ‘에르베보’는 2019년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반면 분디부교는 2011년 후보 백신이 원숭이 실험에서 효과를 보였지만 사람 대상 임상 단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WHO는 사람 대상 임상 물질 확보와 상용화까지 약 6~9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만다 로젝 옥스퍼드대 팬데믹과학연구소 부교수는 “에볼라 연구 자금은 ‘공포와 방치(Panic and Neglect)’의 악순환을 겪어왔다”며 “유행 때 급히 투자했다가 이후에 잠잠해지면 동력을 잃곤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국제보건분야 원조를 대폭 삭감한 것도 문제가 됐다. 미국은 지난해 WHO를 탈퇴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과 인력을 대폭 줄였다. 과거 미국은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을 통해 자이르형 에볼라를 겨냥한 에르베보 백신과 항체 치료제 개발을 지원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도 자이르 임상시험의 핵심 지원 기관이었다.

2019년 8월 5일 콩고민주공화국(DRC) 고마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투여할 에볼라 백신 주사기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세야 아프리카 CDC 사무총장은 “이제라도 분디부교 연구·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는 지난 21일 낸 성명에서 “분디부교 백신 개발을 신속히 진전시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개발과 공급을 앞당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분디부교 후보 백신 ‘ChAdOx1 BDBV’ 개발을 계속해 온 옥스퍼드대 옥스퍼드 백신 그룹(OVG)도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임상 바이오제조 시설 및 인도 세럼연구소(SIIPL)와 긴급히 협력해 후보 백신 생산을 신속히 진행하고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은 또 “우리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후보 백신의 임상 개발 및 시험을 지원할 전임상 데이터(Preclinical, 사람 대상 임상시험 전 확보해야 하는 안전성·효능 기초 데이터) 확보를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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