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비축유 3회 방출, 한국은 ‘방출 보류’ 이유는? [정책언박싱]
대체 물량 85% 확보 ‘수급 해소’
민간 비축 물량 축소로 ‘공조 이행’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글로벌 원유 재고가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일 양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정책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일본은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민간과 정부 비축유를 총 세 차례 풀며 물량 확대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시한까지 정부 보유분을 방출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대신 민간 비축 의무 기간을 줄이는 식으로 국제 비축유 방출에 동참한다. 중동발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원유 스와프(맞교환)’까지 합의한 두 나라가 비축유 방출 방식에선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비축유 방출을 서두르지 않는 배경엔 시시각각 바뀌는 중동 정세와 원유 수급 환경이 자리한다. 산업통상부는 앞서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부 비축분은 추후 불가피한 상황에 한해 방출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초 정부는 중동 전쟁 직후인 지난 3월 IEA 국제공조에 동참해 총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량을 할당받았다. 오는 9일이 방출 시한이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익을 중심에 놓고 국내 원유 수급 상황과 국제사회 공조 필요성, 중동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민간·정부 비축유를 방출했다. 지난 3월에 민간 비축유 15일분과 정부 비축유 30일분을 시장에 풀었고, 이달 초에도 2차 정부 비축유 방출을 시행했다.
일본은 원유 수입량의 약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전체 원유 수입량의 70%가 중동산이고 이 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한국과 유사하다. 중동 전쟁 이전 양국의 전략 비축유 보유 규모는 한국이 약 210일분, 일본이 약 254일분이었다.
국내 원유 수급 여건에 큰 차질이 없다는 점도 반영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오는 7월까지 국내 정유사들이 확보한 대체 원유는 평년 대비 85% 수준이다. 대체 항로를 통해 들여오는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비롯해 미국 아프리카 등에서 확보한 원유를 정부가 비축한 중동산 원유로 바꾸는 스와프 정책도 시행 중이다. 정유사들의 원유 및 석유제품 재고도 약 32일간 소비 분량인 9000만 배럴에 달한다. 양 실장은 “정부 비축유를 풀어도 국내 정유사들이 이를 받을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민간 비축 의무 기간을 40일에서 20일로 줄이는 방식으로 IEA와의 비축유 방출 의무를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IEA에 통보하는 방출 물량은 1200만 배럴로 당초 약속한 물량의 절반 수준이다. 앞서 일본도 민간 비축유 15일 치 방출 절차를 자국 정유사의 비축 일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별로 방출 방식, 물량은 신축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를 다르게 한다고 해서 특별히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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