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출현에 공포 덮친 SaaS 시장…SW업계 위기극복 전략은?

박재현 기자 2026. 5.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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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벤더 에이전트 레이어 공세 본격화…관건은 오케스트레이션 역량

[창간 21주년 각 산업별 스페셜 기획 - 2부] 2026년, AX혁신 전략 심층 분석 4회

- 스태티스타, 글로벌 SaaS 시장 2030년 1269조원 성장 전망

[디지털데일리 박재현기자]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 지형도가 재편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 에이전트가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생성형 AI를 얼마나 빠르게 기업용 SW에 탑재하느냐로 비즈니스 성패가 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업무 흐름 전체를 관리하고 실행까지 완수하느냐를 놓고 기업용 SW 판이 다시 짜이고 있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이라면, AI 에이전트는 기업 운영시스템인 ERP·CRM·협업툴에 접근해 직접 동작하며 목표를 완수한다. 가령 재무 마감 일정을 확인하고 이상 항목을 분류하며 담당자에게 통보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처리하는 식이다.

기업용 SW 시장에서 AI 에이전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기능 효율화가 아닌 기존 SW의 역할 자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RP·CRM이 에이전트 실행 기반으로…글로벌 벤더 전환 가속=AI 에이전트 확산에 대응해 글로벌 SW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사 플랫폼을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전환하며 기존 고객 잡기에 나섰다.

SAP는 5월 열린 '사파이어 2026'에서 재무·공급망·조달·인사 전반에 200개 이상의 에이전트를 배치하는 '완전 자율형 기업' 청사진을 공개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수 주가 걸리던 재무 마감 프로세스를 에이전트가 분개 입력부터 계정 조정까지 자동화해 단 며칠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서비스나우는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과 에이전트 간 통신 규약인 에이전트-투-에이전트(A2A)를 활용해 외부 벤더사의 AI 에이전트까지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의 계약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AI 에이전트 전환 비용을 낮추는 구조다.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자율 수행하면서 사용자 수 기준으로 과금하던 구독 모델의 근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업 고객이 AI로 업무 효율을 높일수록 필요한 라이선스가 줄고, SaaS 기업의 매출 기반이 쪼그라드는 구조다. 시장에서 'SaaS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구독 모델이 흔들린다고 해서 시장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인원 수 기반 과금이 성과·사용량 기반으로 재편되는 사이,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SaaS 시장이 그 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의 'SaaS - Worldwide'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SaaS 시장은 2026년 5122억달러(약 732조원)에서 2030년 8875억달러(약 1269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이다.

가트너 역시 올해 전체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40%가 작업 특화 AI 에이전트를 통합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2035년에는 에이전트형 AI가 기업용 SW 매출의 30%(4500억달러 이상)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산 SaaS의 무기는 '로컬'…버티컬로 승부 좁혀야=커지는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벤더들의 국내 시장 공략도 거세다. 한국 데이터센터 구축과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그동안 진입 장벽이었던 금융·공공 보안 요건을 하나씩 돌파하는 모양새다.

이에 국내 SaaS 기업들은 글로벌 벤더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규제 적합성과 로컬 데이터 통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협업툴 SaaS 기업인 NHN두레이는 자체 SDK로 사내 ERP·인사 시스템을 메신저 대화창에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외산 협업툴이 충족하지 못하는 망분리·재해복구(DR)와 같은 금융·공공 보안 요건이 진입 장벽 역할을 한다.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를 공공기관 표준 문서 양식인 HWPX로 즉석 생성하는 기능도 글로벌 벤더가 따라오기 어려운 로컬 특화 영역이다.

한컴은 문서 SW 기반의 로컬 강점을 AI 에이전트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올해를 '전사적 AI 내재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기획·마케팅·인사·재무 등 비개발 직군까지 포함한 전 직무에 AI 에이전트 활용을 의무화했다. 회사 자체를 AI 테스트베드로 삼아 내부에서 검증된 솔루션만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한컴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특정 목표에 맞게 설계된 마이크로 에이전트를 지속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벤더가 지원하지 않는 한국 행정 표준 문서 포맷인 HWPX를 에이전트 학습 자산으로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국내 대부분의 SaaS 기업에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로컬 데이터를 보유한 것과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에 쓸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회계·세무·구매 업무를 처리하려면 ERP 데이터에 실시간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연결하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 외에도 국내 SaaS가 글로벌 벤더와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기술 영역으로는 멀티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이 꼽힌다. 글로벌 벤더들은 신용분석·소득검증·리스크평가처럼 복수의 에이전트가 업무를 분담하는 멀티 에이전트 구조를 상용 서비스에 구현했다.

국내 SW기업 관계자는"국내 SaaS는 단일 플랫폼 내 에이전트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글로벌 벤더들은 이미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멀티 에이전트 구조를 상용화했다"며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나오는 이유는 불가항력적인 내수시장 규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수십 분의 일 수준이다. R&D 투자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보다 특정 산업에 깊이 파고드는 버티컬 전략이나 글로벌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안인구 클라비 대표는 "국내 SaaS가 글로벌 벤더의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며 "공공·금융처럼 규제 환경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버티컬 영역에서 먼저 확실한 레퍼런스를 쌓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로컬 강점만으로 버티는 시간은 길지 않다.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국내 SaaS의 중장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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