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 봉쇄 뚫은 中 반도체 전략은 '이것' [테크토크]
구식 장비 만으로도 10㎚ 벽 돌파해
이제는 패키징으로 TSMC 정조준
편집자주
AI, 반도체, 통신,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나 생소한 기술 이야기를 쉽게 풀어 전해 드립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규제로 화웨이에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양보했다"고 시인했습니다. 현재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은 연간 500억달러(약 75조원). 엔비디아의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수출 통제를 받는 동안,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 칩이 공백을 채우고 있습니다.
미·중 기술 경쟁의 여파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AMSL산 EUV 노광기를 수입할 수 없습니다. 또 TSMC 등 업계 최고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기기도 어렵지요. 이런 삼엄한 기술 봉쇄를 뚫고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대체품을 만드는 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기술 봉쇄당한 中, 구식 노광기로 칩 깎았다

화웨이가 개발한 중국산 AI 가속기, 어센드 제품군은 각각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를 맡고, SMIC라는 위탁생산 업체가 실제 제조를 맡습니다. 두 업체는 화웨이와 긴밀히 협력하고,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대표 반도체 기업입니다.
어센드 시리즈는 현재 7나노미터(㎚)대 선단 공정으로 제조합니다. 2~3㎚대인 엔비디아 최신 GPU보다는 부족하지만, 여전히 첨단 영역에 속하는 AI 가속기이지요. 무엇보다도 ASML의 EUV 노광기 없이 10㎚의 벽을 뚫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컴퓨터 칩을 만드는 공정은 웨이퍼에 복잡한 회로도를 새기는 '패터닝' 작업부터 출발합니다. 이를 위해 웨이퍼에 특수 물질을 도포하고, 그 위에 극히 세밀한 빛을 조사하지요. 이 빛을 만들어내고 발사하는 장치가 EUV 노광기입니다. ASML이 제조하는 EUV 노광기는 13.5㎚ 길이의 빛으로 2㎚대 미만 반도체의 회로를 그릴 수 있습니다.

EUV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수출 통제를 받지 않는 노광기를 돌파구로 택했습니다. 바로 ASML의 구식 노광기인 DUV 노광기입니다. 해당 노광기는 저가 반도체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장비로, 193㎚ 길이의 빛으로 도면을 그리기 때문에 EUV 노광기처럼 세밀한 패터닝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SMIC는 DUV의 빛을 웨이퍼 위에 여러 번 그리는 멀티 패터닝에 주력했습니다. 멀티 패터닝은 웨이퍼 위에 회로도를 조금씩, 여러 차례 그려 해상도를 높이는 공정으로, 구식 장비로 작고 복잡한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화웨이는 10㎚의 벽을 뚫고 7㎚ 반도체 생산에 성공했고, 그 결과 만들어진 칩이 어센드 950입니다. 엔비디아 GPU 수급이 끊긴 중국 AI 과학자들의 구원투수였지요.
수출 통제가 오히려 화웨이의 기회로
멀티 패터닝은 마법의 기술이 아닙니다. TSMC 등 기존 위탁생산 제조업체들도 EUV 노광기가 준비되기 전인 2015년 당시 멀티 패터닝에 의존해 10㎚ 반도체를 생산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멀티 패터닝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EUV 노광기가 한 번에 끝낼 작업을 DUV 노광기로 4번, 5번 반복해서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만큼 생산라인 가동 비용도 커지고, 칩 한 개를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리드 타임)도 늘어납니다. 게다가 패턴을 여러 번 새길수록 불량률도 늘어납니다. 반도체 시장 조사 기업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당시 SMIC의 7㎚ 수율은 20%에 불과했습니다. 만일 화웨이가 일반적인 환경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했다면 금세 무너졌을 겁니다.
그러나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수출·기술 통제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 빅테크는 화웨이 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연간 5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수요가 화웨이에 집중돼, 비효율적이라도 독립성을 갖춘 중국 AI 생태계를 꽃피운 셈이지요.
이제 TSMC와 대등한 성능 노리는 中

당장 중국의 멀티 패터닝은 7㎚ 이상을 돌파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웨이의 최신예 어센드 950PR 칩도 여전히 7㎚ 공정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화웨이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또 다른 우회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화웨이는 '로직 폴딩(Logic folding)'이라는 신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컴퓨터 칩의 코어를 마치 메모리처럼 수직으로 쌓아 밀도를 높이는 개념으로, 이를 통해 TSMC의 1.4㎚ 칩과 대등한 집적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만일 로직 폴딩이 성공하면, 중국은 최첨단 EUV 노광기 없이도 서구의 미세 반도체와 유사한 성능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전문지 '탐스 하드웨어(Tom's Hardware)'는 "TSMC는 2028년까지 1.4㎚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웨이는 칩의 구조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성공한다면 미국의 대중 제재 영향을 크게 완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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