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오는 날 “엎드려뻗쳐”…‘민주당 무덤’ 광양서 벌어진 촌극

6·3 지방선거를 열흘가량 앞둔 지난 24일 오후 전남 광양시 옥곡 5일장. 이날 광양 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착하기 전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자인 A씨가 마이크를 잡더니 유세차 앞에 늘어선 민주당 후보들에게 ‘얼차려’를 지시했다.
당시 A씨는 정인화 민주당 광양시장 후보와 지방의원 후보들을 향해 “차렷”, “열중쉬어”, “앉아”, “일어서” 등을 시켰다. 이 말을 들은 후보자들이 웃으면서 어물쩍거리자 “동작 봐라. 엎드려뻗쳐”라고 외쳤다. A씨의 말에 상당수 후보는 땅에 엎드렸지만, 일부는 불편한 듯 눈치를 보며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A씨의 돌발 행동에 유세장 분위기가 싸해지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가 나섰다. 민 후보는 “조금 전에 진행하시는 분이 오버했다. 재밌게 해보시려고 한 것 같은데 죄송하다”고 했다.
해당 영상이 SNS 등에서 퍼지자 박성현 무소속 광양시장 후보 등이 반발했다. “공천 권력에 대한 맹종과 권위주의가 길거리에서 배어 나왔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필순 무소속 광양시장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청래 대표 오신다고 민주당 광양시 출마자들을 모아서 군대에서도 하지 않을 짓을 시켰다”고 썼다.
이에 정인화 후보 등 민주당 측이 즉각 사과를 표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가뜩이나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와 경합을 벌이는 광양 선거판에서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전남 지역 정가에선 정청래 대표가 이날 광양을 찾은 것은 단순한 지원유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 텃밭에서 당 대표가 직접 장터를 돌며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를 지원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지원사격에 나선 광양은 유권자들이 정당보다 인물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한 곳이다. 민주당의 텃밭임에도 역대 지방선거에서 4회 연속 무소속 후보가 광양시장에 당선됐다.
광양시 안팎에선 민선 5기부터 8기까지 16년 동안 내리 무소속 시장이 당선되자 “민주당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현재 정인화 시장 또한 민선 8기 때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민주당에 복당했다.

호남 지역 중 민주당 결집 현상이 약한 광양 표심은 이번 6·3 선거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인화 민주당 후보가 재선에 도전한 가운데 박성현·박필순 무소속 후보 등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여왔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는 정인화·박성현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면서 ‘16년 무소속 시장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듯했다. 하지만 박성현 후보가 불법 전화방 운영 의혹으로 경선 자격을 박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민주당 vs 무소속’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광양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꼽는다. 광양은 서울과 경기도, 경상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근로자들이 유입돼 이른바 ‘호남색’이 약한 지역 특성을 갖고 있다.

포항 포스코 본사와의 인사 교류 등에 따라 광양제철소 내 영남 출신 인구 유입이 활발한 점도 표심에 반영되는 분위기다. 광양시는 선거 때마다 호남 지역으로선 이례적으로 보수 정당 지지율이 12~15%를 유지하고 있다.
선거철이면 민주당 후보 난립과 내부 갈등이 반복되는 점도 무소속 후보의 몸집을 불리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가 많다보니 공천에 대한 불만 세력이 많고, 이들이 경선 후 무소속을 지지하면서 민주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분석이다.
광양=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홉 손가락 ‘한총련 그놈’…호프집 20곳 돌며 성폭행했다 | 중앙일보
- 암환자 빈소 돌며 마약 구한 아들…“제정신이야!” 두들겨 팬 남경필 | 중앙일보
- X레이 보고 “폐암 5㎜”…의사도 3년 놓친 암 찾아낸 비결 | 중앙일보
- “비릿한 썩은내 진동” 올레길 걷다 흠칫…제주 점령한 불청객 정체 | 중앙일보
- “촬영 중 강압적 성관계” 여성 출연자들 폭로…영국 인기 예능 결국 | 중앙일보
- 61세 약쟁이에 “오빠 사랑해”…탈북 여성 마약왕 감방 연애 전말 | 중앙일보
- 첫째 아들 조울증 10년 뒤…“난 예수야” 둘째까지 덮쳤다 | 중앙일보
- 스페이스X 치명적 약점 잡았다…“10배 폭등할 것” K유망주 3개 | 중앙일보
- 엑셀하는 줄 알았더니…“상사 몰래” 기막힌 위장 주식사이트 | 중앙일보
- 엘베 ‘문 열림’ 눌러줬는데…난데없이 여성 뺨 때린 40대, 무슨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