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콩의 여왕’ 함정희 대표,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새 생명 [아살세]

‘국산 콩의 여왕’으로 불리며 늦은 나이까지 배움을 멈추지 않았던 고(故) 함정희(71)씨가 생의 마지막 순간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8월 20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함정희 씨가 뇌사 상태에서 간, 양쪽 신장, 양쪽 안구를 기증했다고 29일 밝혔다. 더불어 뼈와 혈관 등 인체 조직도 함께 나눠 100여명의 환자들에게 기능적 장애 회복의 희망을 안겼다.
함씨는 지난해 8월 14일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급성 뇌경색 진단을 받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나눔을 실천해 온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려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생전 ‘함씨네토종콩식품’ 대표였던 함씨는 국산 콩의 가치를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30년가량 콩 가공사업에 종사해 온 그는 2001년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위험성을 접한 뒤, 당시 10배나 비쌌던 국산 콩으로 원재료를 전면 교체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또한 쥐눈이콩과 마늘을 이용한 청국장환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고, 전주에서 직접 담근 장류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헌신을 인정받아 농업인의 날 동탑산업훈장을 받았고, 노벨 생리의학상 대한민국 후보로 인증되기도 했다.

함씨는 콩 연구를 향한 학구열도 남달랐다. 그는 “우리 콩으로 노벨상을 받는 그날까지 연구하고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늦은 나이에도 학업에 매진해 60대 후반 보건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족은 함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라도 고인의 숭고한 생명 나눔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랐다. 함씨의 아들 박승우 씨는 “삶의 모든 순간이 일뿐이었던 어머니가 이제라도 온전한 휴식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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