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투표 도중 투표지 들고 나오자…野 “선거 개입” 與 “억지 공격”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기표소 바깥으로 들고 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들고 간 행동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오쯤 김혜경 여사와 함께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투표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줄을 서 5분쯤 차례를 기다린 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용지를 수령한 뒤 기표소로 입장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상징 색깔을 피하려는 듯 회색 넥타이를 착용했고,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과 반갑게 악수하고 함께 사진 촬영도 했다.
논란은 실제 기표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기표소에 들어간 뒤 찍다 만 투표용지를 들고 잠시 밖으로 나와 투표소 관계자에게 기표 규정을 물은 장면이 정치권의 공방을 촉발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은 투표용지를 들고 나와 사전투표관리관에게 “동그라미 표시가 완전하지 않고 반만 찍혀도 괜찮나. 무효가 되지 않나”라고 질문했고, 관리관은 “투표용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시면 안 됩니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게 이렇게밖에 안 찍혀도 괜찮냐. 무효가 되지 않느냐”라고 재차 물었고, 관리관이 무효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자 다시 기표소로 들어가 투표를 마쳤다.
이 대통령은 투표용지의 기표란이 보이지 않게 손으로 가린 채 거꾸로 뒤집어 들고 물었으나, 이 장면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한 엄중한 사안”이라고 비판하며 총공세를 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심각한 불법 행위이자,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탄핵사유”라고 쓴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투표장에서 ‘이 후보 뽑았으면 좋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냐”며 “그걸 본 개딸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모든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호소를 대놓고 한 명백한 고의이자 불법”이라며 “내가 이 같은 행동을 했으면 이 대통령은 당장 엑스(X)에 글 올려 ‘영상 압수하고, 당장 장동혁 체포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당에서 즉각 법적 조치를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대놓고 ‘관권 선거’, ‘선거 개입’의 막장 수준”이라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민주화 이후 유례없는 막장 불법 선거”라며 “치밀하고 비열한 기획 불법 선거”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적극 방어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행동은) 실무적인 과정에서의 해프닝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주장은 억지 주장으로 투표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억지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행 공직선거법(167조 3항)은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지를 타인에게 공개할 수 없고,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표로 처리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표소 밖으로 나오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지 묻는 질의에 “이번 사안은 기표 용지를 공개한 게 아니고, 실제 사전투표관리관 역시 기표 용지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공직선거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장 대표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아니냐”며 “선거법 어디에도 고의성을 따지는 규정 자체가 없다. (투표용지) 공개 자체가 무효고 불법이다. 이래서 국민이 선관위를 믿지 않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사전투표에서 관외투표에 참여했다.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가 여전히 주소지로 등록된 까닭이다. 대통령은 통상 취임 후 주소지를 청와대 관저로 옮기지만, 이 대통령 부부는 아직 청와대 관저가 공사 중이라 계약 자택에서 주소지를 옮기지 않았다. 충청남도 아산시가 주소지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관외투표를 했다.
이 대통령은 투표 직전에는 삼청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참정권 보장을 위해 투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발달장애인 활동가들과 만났다. 이들의 요청사항을 들은 이 대통령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이 후보자를 이름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며 ‘그림 투표 보조 용구’를 모든 투표소에 비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뒤 근처 식당에서 찰보리비빔밥과 수제비, 주꾸미볶음 등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걸어서 청와대로 돌아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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