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허리 굽어도 투표는 해야제"…새벽부터 줄이은 투표 행렬
박지원 "사전투표 꼭 하세요" 독려
"한 표라도 더!" 선거운동원들 목 쉰 장외 공방전 눈길
"아이고 형님, 몸도 안 좋은디 벌써 나왔소?" "얼른 찍고 가야제. 오늘 투표날 아니냐"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6시 30분, 전남 완도군의 한 사전투표소 앞.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투표소 입구는 이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주민들의 대기 줄이 이어졌다.

농어촌 지역의 하루는 유독 일찍 시작된다지만, 이날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발길은 평소보다도 훨씬 빨랐다. 투표 개시 시간인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부터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며 투표소 주변은 금세 활기를 띠었다.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고령의 유권자들이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한 걸음씩 힘겹게 떼는 할아버지부터, 깊게 굽은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투표소를 찾은 할머니까지 모습은 다양했다.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손마디가 굵어진 어르신들은 주민등록증을 꼭 쥔 채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지역 정가 소식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선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해남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A씨(76)는 지팡이를 짚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몸이 아프고 걸음이 느려도 투표는 빼먹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동네 젊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지역 경제를 살릴 진짜 일꾼을 뽑으려고 일찍 나왔다"며 미소 지었다.
오전 7시 30분이 되자 투표소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이 지역구의 '맹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해남·완도·진도)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자들과 함께 완도 사전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가벼운 차림의 박 의원과 후보자들은 일렬로 서서 이른 아침 투표를 마치고, 마주친 주민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이날 투표를 마친 박 의원은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검증된 능력을 갖춘 후보들이 압승해야 한다"며 "군민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가 우리 고향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전투표 독려에 나섰다.

투표소 내부가 질서 정연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반면, 투표소 바깥 경계선 너머는 그야말로 치열한 '장외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출마 후보들의 선거운동원들은 투표소 외곽 도로변을 가득 메운 채 열띤 구호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유권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기호가 큼지막하게 적힌 피켓을 흔들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사전투표가 선거 전체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자리 잡은 만큼, 단 한 표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 후보 캠프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풍경이었다.

한 선거운동원은 쉴 새 없는 연호로 이미 목이 쉰 상태였지만 "사전투표율이 높아야 우리 후보에게 유리하다"며 피켓을 쥔 두 손을 더욱 높이 치켜들었다. 본 투표일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 속에 해남·완도·진도 등 전남 서부권의 사전투표는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농어업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남도의 유권자들은, 뻐근한 몸과 고단한 일상을 잠시 뒤로한 채 지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투표함 속으로 자신들의 묵직하고 소중한 권리를 묵묵히 던져 넣고 있었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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