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신앙으로 답하기 전, 고통부터 들어야”…기독상담을 듣다
기독상담 A to Z 질의응답
조현숙 교수 등 강의
“머묾으로써 공감해야”

Q. 저는 주요 상담 대상이 선교사 혹은 목회자 자녀들입니다. 상담을 문의로 연결된 친구들이 불만과 분노로 인한 자해와 자살 충동이 있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물고기는 성대가 없어도 소리를 지릅니다. 물고기가 소리를 지르지 못한다고 하지만, 수많은 고통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몸의 형태로 드러내는 것이 MK·PK 자녀들의 행위일 수 있습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특임교수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영은교회에서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회장 조영진)가 ‘상담의 내일을 묻다’라는 주제로 주관한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답했다. 이날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강의에서는 선교사 자녀(MK)와 목회자 자녀(PK)의 자해 문제, 내담자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룰 때의 상담자 태도,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 상담 등의 주제들이 다뤄졌다.
이 교수는 자해와 자살 충동을 단순한 문제행동이 아니라 말로 표현되지 못한 고통의 신호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자살적 자해는 죽으려는 것이 아니라 몸에 상처를 내고 피를 보고 나서야 ‘안심된다’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목숨과 몸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안전수칙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MK·PK라는 배경보다 먼저 ‘고통받는 한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왜 그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아팠니’ ‘그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고 물어야 한다”며 “자해와 자살 시도에 대해서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 있는 시도였는지, 도울 사람은 있었는지 직접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가진 것을 신앙적으로만 다루지 말고, 분노인지 서러움인지 수치심인지 감정 단어를 찾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담자에게 하나님과의 1대 1 만남을 안내할 때 상담자의 경험이 내담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상담자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먼저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 얘기를 하면서도 내담자가 불편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며 “일단 아무 얘기하지 말고 들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담자가 스스로를 지도자가 아닌 동행자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가진 신앙의 궤도에 올라타기를 강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며 “상담자는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라고 말하기보다 ‘하나님께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냐’고 물어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질문이 내담자가 하나님과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싶은지를 스스로 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교회를 떠난 이른바 ‘가나안 성도’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이들을 신앙을 잃은 사람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가나안 성도들이 신앙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이들은 교회에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 입은 신앙인으로 다시 명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도할 생각부터 하지 말라”며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 자체를 큰 문제나 범죄처럼 보면 상담은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다시 교회에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신앙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며 “그들의 불평과 불만을 들어줄 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교회를 떠난 것도 그 사람의 발걸음이었고, 다시 다른 방식으로 들어가는 것도 그 사람의 발걸음”이라고 덧붙였다.
고난과 트라우마를 신의 섭리나 인간의 죄로 곧바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내담자의 고통을 성급히 해석하기보다 삶 속에 남아 있는 ‘중간 지대’로 바라보고 함께 머물러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조현숙 서울신학대 상담대학원 교수는 ‘머묾의 목회신학’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목회상담자는 자신의 전문적 권위와 정답을 제시하려는 욕망을 비우는 ‘자기 비움’(케노시스)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진정한 치유와 구원의 시작은 고난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지 않다”며 “오히려 어둠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곁을 지키는 ‘존재적 안아줌’을 통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회상담자가 만들어내는 이 ‘머묾’의 행위는 그 자체로 은총이 머무는 신성한 울타리가 돼, 고난받는 이들이 삶을 회복하고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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