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60일 휴전연장’ 잠정합의…트럼프 결정만 남았다”

김형구 2026. 5. 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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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휴전을 60일간 연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잠정 합의했다고 미 정부 당국자가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이 남아 있고 이란은 잠정 합의 사실을 부인해 최종 확정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날 미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서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는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의 보도 내용을 미 정부 소식통이 확인했다. 앞서 악시오스는 이날 오전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60일간 휴전하고 상호 합의에 따라 이를 연장할 수 있으며 휴전 기간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해 협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MOU에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미 “‘휴전 연장기간핵협상’ MOU 잠정합의”


악시오스는 “백악관은 남은 이견들이 해소돼 오는 일요일(30일)에 합의가 발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미 당국자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은 예비합의 조건에 거의 도달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종전 협상 상황에 대해 “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몇 가지 문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란)이 성실하게 협상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종 합의 타결 가능성에 대해선 “합의가 ‘언제’ 혹은 ‘과연’ 이뤄질지 알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호르무즈 개방…미, 이란 봉쇄 해제’


잠정 합의한 MOU 초안은 60일의 휴전 연장 기간 호르무즈해협은 통행료 없이 개방되며 이란은 선박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기뢰를 제거하는 데 동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그 대가로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를 풀고 이란의 원유 판매가 가능하도록 일부 제재를 면제하기로 했다.

MOU 초안은 또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약속과 함께 휴전 기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및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폐기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협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란이 요구해 온 미국의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에 대해서도 휴전 기간 협상하기로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은 동결자산 중 최대 120억달러(약 18조원)에 대한 접근권 보장을 요구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 차원에서 마무리된 MOU 초안을 최근 이스라엘 등 동맹국과 공유했다고도 보도했다. MOU 초안에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전쟁 종식도 들어 있는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해당 조항을 포함한 몇몇 조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미, 이란 3000억달러 재건기금 추진”


이란에 전후(戰後) 재건 기금을 마련하고 그 재원은 중동 주변국들로부터 지원받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걸프·아랍국들에 전후 이란 재건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재건 기금 규모와 관련해 “이란 측은 3000억 달러(약 450조원)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전쟁 배상금을 협상 우선 조건 중 하나로 내세운 이란은 그간 폭격 피해에 대한 배상금으로 3000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약 1500조원)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합의에는 서명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미국 내 대(對)이란 강경파 등 보수진영의 비판을 부를 수 있는 직접적 자금 지원을 피하는 대신 중동 주변국들의 자금을 끌어들여 이란에 경제적 보상을 제안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 설치된 대형 반미 광고판 앞에서 한 시민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광고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을 호르무즈해협을 형상화한 파란색 천으로 틀어막고 꿰맨 듯한 그림이 담겼다. EPA=연합뉴스


이란 “MOU 문안 확정 안돼”…미 보도 부인


다만 이란은 미국 매체 보도와 달리 MOU 문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자국 협상팀 소식통을 인용해 “이른바 MOU 문안이 최종 확정돼 양측 공식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는 일부 서방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아직 최종 타결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문안이 실제 확정될 경우 이란은 중재국 파키스탄과 대중에게 공식 발표할 것”이라며 “그 전까지 타결됐다는 서방 소식통의 어떠한 주장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미·이란 양측이 휴전을 연장하고 해당 기간 핵문제와 호르무제해협 재개방, 제재 완화 등 핵심 쟁점을 본격 협상한다는 큰 틀의 해결 방향에는 공감대가 이뤄진 듯하나 세부 각론에서 막바지 진통을 겪으며 혼선이 벌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29일에도 타스님은 소식통을 인용해 “조항이 최근 며칠 새 변경됐다”며 재차 일축했다.


미·이란, 소규모 공격 주고받아…긴장감 여전


양측은 제한적 범위지만 소규모 공격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감이 여전한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 25일 이란 남부 지역의 기뢰부설함과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한 공습을 가한 데 이어 이틀 만인 27일 호르무즈해협을 낀 이란의 해군 거점 반다르아바스의 드론 관측기지를 공격했다.

이에 이란은 28일 미 공군기지가 있는 쿠웨이트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29일에는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 드론 한 대를 격추했다고 타스님 통신이 보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격추된 미국 항공기는 없다”며 이란 주장을 부인했다.

막판 진통을 겪는 협상 상황과 관련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양측은 계속 협의를 주고받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대통령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정을 성사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면 군사행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협상과 별개로 이란산 원유 및 석유제품 운송에 관여한 선박 8척을 추가 제재하며 압박 수위도 높였다. 베센트 장관은 "이란 정부가 군사력과 무장 능력을 재건하기 위해 석유 수익을 늘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 협상단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도 29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대화가 아니라 미사일로 양보를 쟁취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상대가 상응한 조치를 하기 전에는 어떤 조치도 먼저 이행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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