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출몰' 본 대구 상인의 싸늘한 말 "선거의 여왕? 그런 말 좀 쓰지 마이소!"

전선정 2026. 5. 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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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대구 칠성시장] 전국 도는 박씨가 출발지로 삼은 곳... "옛날이면 상왕인데 조무래기보다 못해"

[전선정, 소중한 기자]

 23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상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조정훈
"여기를 와 오는데 자기가.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지. 부끄럽지도 않나. X팔리지도 않나." - 칠성시장 상인 최아무개(64, 남성)씨

대구를 대표하는 칠성시장 상인의 입에서 싸늘한 말이 쏟아졌다. 최씨의 말에는 최근 칠성시장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고 있는 박근혜씨를 향한 질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취재진을 만난 그는 "이번엔 진짜 바꿔야지"이라면서도 연신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쉿쉿" 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른바 '샤이 김부겸'을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김부겸 지지한다니 (주변에서) 내보고 빨갱이라 카더라"라며 씁쓸한 웃음을 내보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박씨 이야기를 꺼내자 최씨의 답변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옛날이면 '상왕'인데, 저래 다니는 건 조무래기들보다 더 못하잖아. 어른이면 가만히 앉아, 어른답게 행동해야지. "

국정농단의 주범이자 파면된 전직 대통령인 박씨는 지난 23일 칠성시장을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전국 곳곳을 돌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취재진은 박씨 행보의 출발지인 칠성시장을 지난 28일 찾아 의견을 물었다. "지나간 과거", "국민의힘에 득 될 게 없다"는 시선과 함께 "애처롭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다만 이 애처로움이 국민의힘으로의 지지로 이어진다기 보다 '감옥까지 갔다가 사면된 박씨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저렇게 불려 다니는 모습'에 대한 냉소에 가까웠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자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박근혜씨가 다녀간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26. 05. 28.
ⓒ 소중한
"차 대놓고 지들끼리 놀다 가더라"

40년 넘게 이곳에서 젓갈을 팔고 있다는 오태관(69, 남성)씨는 대구 민심에 조심스러운 취재진의 질문을 되레 걸고 넘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칠성시장에 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라는 질문에 오씨는 "나는 박씨라고 표현한다. 대통령직을 박탈당하지 않았나. 그 사람을 우리의 대통령이라고 호칭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선 (박씨를) 선거의 여왕이라고 말한다"라고 하자 인상을 찌푸리며 "에이, 그런 말 좀 쓰지 마라! 서울서 그렇게 기사 쓰지 마이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의 여왕? 정치를 잘해야지. 이런 게(파면되고 옥살이까지 한 처지임에도 선거 때 악수하고 다니는 모습 - 기자 주) 선거의 여왕입니까? 박근혜씨를 불러내는 사람들이 누굽니까? 그런 사람을 데리고 나오는 것 자체가 잘못됐십니더."

한편으로 오씨는 "(저렇게) 끌려나와서 (추경호 후보를) 도와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니 안 돼 보이기도 하다"라며 "(지난 23일 칠성시장에 왔을 때도) 국민의힘 지지자들끼리만 놀다 갔다. 상인들은 지금 경기가 어려워 유세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차 갖다 대놓고 지들끼리 놀다 간 걸 뭐 우야노. (박씨에게) 악수 내미는 사람들 중 (칠성시장) 상인들은 극히 일부 빼고는 없어요. 관심도 없었어요."

닭집을 운영하는 여아무개(60대, 남성)씨도 박씨의 행보를 두고 "장사에 방해만 됐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박씨 때문에) 추경호를 안 찍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함께 닭을 손질하던 그의 동생(50대, 남성)도 "(선거의 여왕이란 표현도) 지나간 과거"라며 "뉴스에서나 그렇게 이야기한다"라고 일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부산 기장시장을 찾아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박민식 부산 북구갑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건어물집을 운영하는 류아무개(60대, 남성)씨는 "당이 나서서 저래 나이 먹은 사람을 유세에 나서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라며 "당에서 얼마나 밀어붙였길래..."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건어물집에서 만난 김아무개(60대, 남성)씨는 "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지만 이번에는 대구를 위해 김부겸을 뽑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김부겸이 '마이 좀 써먹으이소'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대구 사람들이 오랫동안 국힘에 매달렸지만 달라진 게 없다"라며 "지역 숙원사업인 신공한 이전,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이루려면 여당 후보가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보리밥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70대 남성)도 "(박씨가) 왔다고 (국민의힘을 찍지 않겠다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표심을 내비쳤다. 이어 "(대구의) 완전 보수도 (요즘은) 중도파로 돌아섰다"라며 "한 집 건너, 한집이 문을 다 닫고 있다. 젊은 사람들도 다 어디 가뿟는지 없다. 대구가 어려우니 이번에 한 번 달리 투표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만난 닭집 상인 여씨도 "요새는 당 보고 안 찍는다"며 "당이 무슨 의미가 있노. 당 보고 찍었다가 뒤통수를 얼마나 마이 맞았는데. 옛날하고 많이 틀려졌을끼라"라고 내다봤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28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만나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 김부겸 캠프
부정선거 음모론자도 "물이 잘못 들어 김부겸 된다 카더라"

이렇듯 이전 지방선거와 다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도 '오로지 국민의힘' 또는 '그래도 국민의힘'의 여론 또한 짙게 존재했다.

반찬을 구매하던 70대 여성 두 명은 "우리는 당연히 추경호"라며 "여기가 대구 아이가. 대구에서라도 국민의힘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인 이아무개(60대 여성)씨는 본인을 "10년째 부정선거를 연구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이 동네는 보수니까 국민의힘 쪽을 많이 지지할 것"이라며 "근데 여기서도 지금 물이 좀 잘못 들어서 어떤 사람들은 김부겸이 된다 카더라"라고 말했다.

한편 김 후보는 29일 칠성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일부 상인들은 김 후보의 악수를 반갑게 맞으며 "후보님, 기(氣) 한 번 받아가이소", "대통령도 함 하입시다"라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한 상인이 "요번에 좀 바뀌어야 하는데..."라고 말하자, 김 후보는 "사장님만 결심하믄 되에"라고 답하기도 했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자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박근혜씨가 다녀간 대구 북구 칠성시장. 2026. 05. 28.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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