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이웃에게 떡을 돌렸다는 아들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 <기자말>
[이안수 기자]
2달 전, 첫 손녀 이수가 태어났다. 우리 부부가 현재 여행하고 있는 멕시코 오악사카에서 매일 가족단톡에서 이수의 얼굴과 성장 소식을 듣는 것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눈다. 나는 야근이 잦은 직장생활로 이수 아빠를 비롯한 세 아이의 육아에 참여한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수 이야기를 통해 아내 홀로 감당했던 육아를 새롭게 배우는 중이다.
이수 부모는 출산 후 조리원에서 2주를 보낸 이수가 집으로 갔을 때, 유난히 우렁찬 이수의 울음소리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총 8가구의 작은 빌라 중간층에 사는 이수 부모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빌라 전체로 퍼지는 소음을 염려하던 참이었다. 부모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수유시간을 미루고 목욕을 시킨 것이 실수였다. 이수는 목욕 내내 울었고 그 울음소리는 빌라 전체로 울려 퍼졌다. 서둘러 목욕을 마치고 아이의 울음을 진정시켰을 때 아래층 내외분이 찾아오셨고 이수의 부모는 꾸지람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내외분은 꾸중 대신 과일 봉지를 내밀었다.
"우는 아기 달래느라 힘들었을 테니 이 과일 먹고 힘내요. 아기는 원래 울면서 크는 거예요. 그러니 걱정 말고 실컷 울게도 두면서 건강하게 키워요."
갓 부모가 된 이수 부부는 아래층 어르신 부부가 다녀간 후, 그 빌라로 이사 온 것을 하늘이 내린 행운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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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손녀 이수가 태어났다. 출산 후 조리원에서 2주를 보낸 이수가 집으로 갔을 때, 이수 부모는 유난히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 때문에 마음 졸였다. 하지만 그것은 아랫집 어르신의 따뜻한 격려로 안심으로 바뀌었다. 부모는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손편지에 담아 떡과 함께 돌렸다. |
| ⓒ 이안수 |
이수 아빠의 하소연에 아내가 답했다.
"아이하고 감정싸움하지 말도록 해라. 정서적으로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네 편이다'라는 것을 확실히 해주어야 한다. 성장에는 정서의 안정이 제일 중요하다. 이 호스텔에 늘 총총걸음이고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가득한 객실관리 부인이 계신다. 모두 다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 부인은 유독 그 점이 달랐다. 그 분과의 대화중에 자신의 아들을 키운 그분의 얘기에 크게 공감한 내용이 있다.
'아이들은 본래 누군가 도움을 필요로 하면 조건 없이 내어주는 마음을 타고납니다. 저는 그 순수한 본성이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곁에서 격려했을 뿐이에요. 지금 아이의 아버지가 된 제 아들은 여전히 아무런 대가 없이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고, 마을 어르신이 도움을 필요로 하면 늘 먼저 달려갑니다.' 좋은 부모란 아이의 이 선한 본성이 스러지지 않도록 꾸준히 정서적으로 북돋아 주는 부모가 아닌가 싶구나."
아이의 울음소리가 동네의 행복
"부모님은 어떻게 저희 삼 남매나 키워냈는지 짐작조차 어렵다"라는 이수 아빠의 하소연이 있은 며칠 뒤 가족 단톡방은 다시 밝아졌다.
"이웃분들께 돌릴 주문한 떡이 도착했어요. 이수 엄마가 모든 가정에 이수 출생 소식과 아이의 울음소리를 이해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고맙다는 손글씨 편지 써서 함께 전하고 왔습니다. 모든 이웃분들께서 따뜻하게 격려해 주셨어요."
문자에 담긴 이웃의 진심이 지구 반대편 우리 부부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적셨다.
"이 동네에서 아기 울음 들을 수 있어 너무 좋네요.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울 수 있도록 좋은 이웃이 될게요."
"산이 아빠입니다. 산이가 떡 정말 멋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달래요~~^^ 고민 끝에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하다가 기저귀가 제일 많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아이가 자고 있을까 봐 문 앞에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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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사촌'이라는 사회적 가족.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이웃들에게 알리고 8가구 작은 빌라 이웃들이 보이는 그 생명을 반기는 따뜻한 반응들. 바람직한 이웃의 풍경을 통해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한다. 이수의 초보 부모는 가정의 행복과 화목도 결국 '이웃사촌'이라는 사회적 가족의 따뜻한 공동체 바탕 위에서 더 굳건해질 것임을 이웃과의 소통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
| ⓒ 이안수 |
육아 경험이 없는 독신 고모들도 이수 부모의 육아를 격려했다.
"오늘 날씨가 화창하고 좋은데 집에서 이수 육아 중이겠네. 교대로 불광천에서 산책이라도 하길... 아이가 행복하려면 부모가 행복해야 한다고 하더군(들은 얘기ㅎㅎㅎ). 항상 멘탈/건강 잘 챙기고~~~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
아이는 울면서 커야 한다고 이수 부모를 격려했던 아랫집 어르신께서는 최근 이수의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조용해진 이수의 안부를 물어오셨다고 한다. 이수의 울음을 소음으로 여기지 않는 이웃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세상에 온 지 66일째를 맞은 이수는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할머니·할아버지, 고모·이모를 새롭게 얻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먼 나라의 속담은 육아가 한 가정의 책임과 국가 복지만의 의무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사랑 속에서 가능하다는 지혜를 일깨운다.
빌라 사람들을 통해 누군가의 살가운 이웃이 된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며 화목과 행복이라는 우리 모두의 목표가 뿌리내리는 토양임을 확인했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익명의 숲에서 각자 매일을 애쓰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처럼 잘 아는 이웃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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