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AI가 다 해주는데 왜 공부를 해야 해요?"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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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교길 모습 |
| ⓒ 김대성(AI생성) |
얼마 전 교실에서 실제로 들은 질문이다. 순간 웃음이 나왔지만, 돌아서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요즘 아이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교육을 둘러싼 이야기는 온통 AI다. AI 교실, AI 튜터, AI 플랫폼, AI 평가, AI 맞춤형 학습. 마치 AI만 도입하면 오래된 교육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교육 정책과 학교 현장에서도 AI는 가장 빠르게 소비되는 미래의 언어가 됐다.
AI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AI는 앞으로의 교육에서 반드시 활용해야 할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AI 만능론'이다.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학교에 들어온다. 무엇을 하나 물어보면 AI 캐릭터와 대화 중이었다고 말한다.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보다 화면 속 존재와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 더 익숙해지고 있다.
물론 시대가 달라졌다. 기술이 발전했고 아이들의 놀이와 소통 방식도 변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불편한 이유는 따로 있다.
AI는 참 편하다.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도 않는다. 내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설명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다르다. 친구와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함을 견디며 관계를 이어간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관계와 감정, 심지어 생각하는 과정까지 AI에 맡기기 시작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생각은 AI에게 물어보고, 감정은 AI에게 위로받고, 인간관계는 불편하니 피하려는 모습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질문을 가볍게 넘기지 못한다.
"AI가 다 해주는데 왜 공부해요?"
사실 이 질문에 어른들이 먼저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AI는 이미 정답을 빠르게 제공한다. 검색과 요약, 번역과 문제풀이에서는 놀라울 정도다. 특히 수능형 문제나 정답이 정해진 영역에서는 인간보다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배우는가?
나는 교육이 정답을 찾는 기술이 아니라,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은 직접 부딪히고 실패하면서 배운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의 근육이 생긴다. 친구와 토론하고 갈등을 겪으며 사회성을 익힌다. 그런데 AI가 몇 초 만에 답을 내놓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혹시 사고의 과정 자체를 생략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우려되는 것은 준비되지 않은 AI 열풍이다.
현재 학교 현장의 AI 상당수는 해외 빅테크 플랫폼에 기대고 있다.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호, 알고리즘 편향, 청소년 정신건강, 유료 서비스에 따른 새로운 교육격차 문제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책과 담론은 종종 '얼마나 빨리 도입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나는 이 상황이 조금 조급해 보인다.
기초 연구도, 공공 플랫폼도, 사회적 합의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AI 확대만 서두르는 것은 교육 정책이라기보다 실험에 가까울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확대가 아니라 방향이다. 학생 발달 단계에 맞는 AI 활용 기준과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해외 플랫폼 의존을 넘어 공공성이 담보된 교육용 AI 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가 AI에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AI를 교육적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AI는 분명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도구가 교육의 방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AI 자체가 아니다. AI가 학교와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다. 기술은 이미 우리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다. 이제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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