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똑 닮은 주인공, 반응 싸늘한 진짜 이유
[최해린 기자]
현대 미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지난 20일 종영했다. 바로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보이즈>다. 본작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 영상매체로서의 슈퍼히어로 장르 황금기에 돌연 등장해서는, 과감한 성인용 노선과 슈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패러디로 전미의 이목을 끌었다.
선한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악덕 기업 '보우트'에 맞서 싸우는 일반인 그룹 '더 보이즈'의 이야기는 제작진이 예고했던 대로 시즌5에서 끝을 맺었으나, 반응은 예상외로 싸늘하다. 평균 IMDB 평점이 8점대를 웃돌던 본작의 마지막 화는 평점 5.6이라는 저점을 찍고야 말았다. 창의성과 도발성으로 사랑을 받던 시리즈가 돌연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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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더 보이즈> 스틸컷 |
| ⓒ 아마존 프라임 |
그러나 드라마의 전개보다 현실이 '한 발 더 앞서나가는' 현상이 일어났다. 본작의 시즌 5에서 홈랜더는 미국 대통령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가 된 것으로도 모자라, 진정한 숭배와 사랑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지경에 이른다. 문제는 성령의 부르심을 받은 듯 행동하고, 자기 모습을 본뜬 동상을 설치하는 홈랜더의 모습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과 똑 닮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병자를 치유하는 예수에 자신을 합성한 AI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바 있다. 지난 4월, <더 보이즈> 시즌 5가 한창 상영되던 와중 일어난 일이었다.
이처럼 현실과 지나치게 중첩된 스토리라인이 시청자들의 피로를 야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더 보이즈>가 가장 호평을 받은 시기는 바이든 행정부 집권기에 몰려 있는데, 비교적 '안전한' 상태에서 극우-우익 미디어를 패러디한 것이 코미디로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돌아온 트럼프 행정부 치하에서는 무거운 현실을 스크린 위에 재현하는 것보다도 다른 해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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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더 보이즈> 스틸컷 |
| ⓒ 아마존 프라임 |
그러나 마찬가지로 대기업인 제작사 아마존의 손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일까. <더 보이즈>는 어느덧 그 자체로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되어 무서운 속도로 세계관 확장에 전념하고 있다. 이미 스핀오프 <젠 V>가 시즌2로 종영되었고, 동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앤솔러지 프로젝트 <더 보이즈: 디아볼리컬>도 공개되었으며, 2027년에는 프리퀄 <보우트 라이징>역시 방영 예정이다.
특히 <보우트 라이징>의 경우 <더 보이즈> 속 홈랜더의 아버지인 '솔저 보이'를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해당 드라마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탓인지 시즌5 러닝타임 대부분을 솔저 보이의 이야기에 할애하여 본편 자체가 광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연 캐릭터들의 서사는 뒤로 밀려난다. 작중 홈랜더에 맞서는 저항군을 이끄는 여성 히어로 '스타라이트(에린 모리어티 분)'는 시즌4에서 향상된 능력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며, 시즌1에서 자신에게 성추행을 일삼던 '딥(체이스 크로퍼드 분)'과 대면하지만, 정작 그의 최후를 직접 집행하는 식의 매듭짓기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해피 엔딩'으로 남자친구와의 비결혼 임신을 묘사하는 장면은, 본작의 여성 캐릭터 운용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더 보이즈>는 시즌3에서 '거룩하고 숭고한' 연대 대신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함께하고 보는' 여성 히어로들 간의 연합을 보여 주면서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 사용법의 모범 답안을 제시한 바 있기에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더 보이즈> 시즌 5는 작품 내·외적으로 겹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최후의 한 방'을 제대로 날리는 데 실패하면서, <왕좌의 게임>, <기묘한 이야기>와 함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말을 낸 드라마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풍자물' 마저도 프랜차이즈화(化)시키는 자본의 논리가 스토리텔링 시장을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실패의 책임을 오롯이 작가·감독에게 돌리는 것이 마땅한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소름 끼치는 예언'과 '노골적인 광고' 사이를 오가는 <더 보이즈>시즌 5를 직접 보고 스스로 판단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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